093 재옥영선병서(在獄詠蟬幷序)-낙빈왕(駱賓王)
-옥에 갇혀서 매미를 노래하다
西路蟬聲唱
(서노선성창) : 가을에 매미가 우니
南冠客思侵
(남관객사침) : 죄인의 몸 향수에 젖는다.
那堪玄鬢影
(나감현빈영) : 어찌 견디랴, 검은 머릿결이
來對白頭吟
(내대백두음) : 백발의 노래 부르게 된 것을.
露重飛難進
(노중비난진) : 이슬이 무거워 날아가지 어렵고
風多響易沉
(풍다향역침) : 바람이 심하여 소리가 쉬이 잠긴다.
無人信高潔
(무인신고결) : 고결한 마음 믿어줄 사람 없으니
誰爲表予心
(수위표여심) : 누가 나의 속마음 드러내 줄까?
093 옥에 같혀서 매미를 노래하다.(幷序)
ㅡ낙빈왕(駱賓王)
[序 생략]
가을 하늘에
매미가 울어
죄수는
향수에 젖어든다.
어이
감당할거나?
검어야 할 내 머리
흰 머리 된 탄식을.
이슬이 무거워
날기 어렵고
바람이 세차
소리가 쉬 잠긴다.
나의 고결함을 믿어 줄
사람 없는데
누구 있어
내 마음 아뢰어 줄까?
*幷序(병서)
余禁所禁垣西
(여금소금원서) : 내가 갇힌 감옥의 담 하나를 두고 서쪽이
是法廳事也
(시법청사야) : 곧 사법관의 가운데 뜰이다
有古槐數株焉
(유고괴삭주언) : 늙은 괴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雖生意可知
(수생의가지) : 비록 살려는 뜻은 알만하나
同殷仲文之古樹
(동은중문지고수) : 은중문의 늙은 당나무와 같고
而聽訟斯在
(이청송사재) : 송사 여기서 들으니
卽周召伯之甘棠
(즉주소백지감당) : 곧 주 소백의 감당나무이다
每至夕照低陰
(매지석조저음) : 매번 황혼이 되면 나지막히 그늘이 지는데
秋蟬疏引
(추선소인) : 가을 매미가 노래를 한다
發聲幽息
(발성유식) : 그 소리 그윽하여
有切嘗聞
(유절상문) : 절절함이 묻어온다
豈人心異於曩時
(개인심리어낭시) : 어찌 사람의 마음이 예전과 달라
將虫響悲於前聽
(장충향비어전청) : 벌레 소리마저도 더 슬프게 들리는가
嗟乎
(차호) : 아!
聲以動容
(성이동용) : 소리로 사람의 용모를 움직이고
德以象賢
(덕이상현) : 덕으로 사람의 어짐을 닮아
故潔其身也
(고결기신야) :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한다
稟君子
(품군자) : 군자의 행실을 바탕삼아
達人之高行
(달인지고항) : 사람의 높은 행실에 이르게 되어
蛻其皮也
(태기피야) : 그 껍질을 벗는다
有仙都羽化之靈姿
(유선도우화지령자) : 신선이 날게 되는 신령스러움이 생기는구나
候時而來
(후시이내) : 때를 기다려 그 때가 와서야
順陰陽之數
(순음양지삭) : 음양의 술수에 따르고
應節爲變
(응절위변) : 절기의 변화에 응하여
審藏用之機
(심장용지기) : 은퇴하고 등용되는 기미를 살핀다
有目斯開
(유목사개) : 눈을 뜨고
不以道昏而昧其視
(부이도혼이매기시) : 도가 혼미하다 하여 그 시선을 흐리게 하지 않고
有翼自薄
(유익자박) : 날개가 있어도 스스로 엷게 하며
不以俗厚而易其眞
(부이속후이역기진) : 세속이 후하게 대접해도 그 진실을 바꾸지 않는다
吟喬樹之微風
(음교수지미풍) : 높은 나무의 미풍을 읊으니
韻資天縱
(운자천종) : 그 자질이 자연스럽고
飮高秋之墜露
(음고추지추노) : 높은 가을하늘의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니
淸畏人知
(청외인지) : 맑음을 남들이 알까를 두려워 한다
仆失路艱虞
(부실노간우) : 길을 잃어 고생하고
遭時徽纆
(조시휘묵) : 죄수가 되는 불행한 때를 만났도다
不哀傷而自怨
(부애상이자원) : 마음이 슬프고 아프지는 않아도 스스로 원망스러운데
未搖落而先衰
(미요낙이선쇠) : 흔들려 떨어지지 않아도 먼저 쇠락해지는구나
聞蟪蛄之流聲
(문혜고지류성) : 쓰르라미의 울려퍼지는 소리 듣고
悟平反之已奏
(오평반지이주) : 상소가 이미 올려졌음을 깨닫는다
見螳螂之抱影
(견당랑지포영) : 당랑이 살기를 가졌음을 보고
怯危機之未安
(겁위기지미안) : 위가가 편안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진다
感而綴詩
(감이철시) : 시절에 느끼어 시를 지어
貽諸知己
(이제지기) : 여러 친구들에게 준다
庶情沿物應
(서정연물응) : 바라노니, 정이 경물에 따라 응하여
哀弱羽之飄零
(애약우지표령) : 연약한 날개의 흔들려 떨어짐을 슬퍼하고
道寄人知
(도기인지) : 남이 알게 알리어 전해주어
憫餘聲之寂寞
(민여성지적막) : 남은 소리의 적막함을 불쌍히 여겨주었으면 한다
非謂文墨
(비위문묵) : 이것은 단순히 문장일 뿐 아니라
取代幽憂云爾
(취대유우운이) : 나의 그윽한 근심을 취하여 대신하고 있을 뿐이노라
*운영자주: 이해를 돕기 위하여 <병서>에 행간을 구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