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선생전(南宮先生傳)-허균
先生名斗(선생명두) : 선생의 이름은 두(斗), 世居臨陂(세거림피) : 대대로 임피(臨陂; 전북 옥구의 옛 지명)에서 살아 家故饒(가고요) : 집안도 오래되고 재산도 넉넉하여 財雄於鄕(재웅어향) : 고을에서 이름 난 집안이었다. 自其祖父二世(자기조부이세) :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2대에는 皆不肯推擇爲吏斗(개불긍추택위리두) :과거에 뽑혀 관리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獨以博士弟子業起家(독이박사제자업기가) : 두(斗)만은 박사의 제자로서 과거공부를 하여 집안을 일으켰다.
年三十(년삼십) : 30세에 始中乙卯司馬(시중을묘사마) : 처음으로 을묘년(명종 10, 1555)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有聲場屋間(유성장옥간) :과장(科場)을 울렸다. 嘗以大信不絇賦(상이대신불구부) : 일찍이 대신불약부(大信不約賦)라는 글을 지어 魁泮解(괴반해) : 성균관(成均館) 시험에 수석으로 뽑혀 人皆傳誦之(인개전송지) : 사람들이 모두 그 글을 전송(傳誦)하기도 했다. 斗伉倔自矜懻(두항굴자긍기) : 두(斗)는 거만하고 고집이 세며, 剛忍敢爲(강인감위) :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성격이어서 恃才豪橫於閭里(시재호횡어려리) : 감히 재주만 믿고는 고을에서 호탕한 채 멋대로 지냈었다. 倨不爲禮於長吏(거불위례어장리) : 잘난 체하면서 장리(長吏;고을의 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지도 않으니 縣上下俱側目於斗(현상하구측목어두) : 읍내의 상하간이 모두 두(斗)를 흘겨보며 앙심을 품었으나 而積不敢發(이적불감발) :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始先生移家輦下(시선생이가련하) : 처음으로 선생이 서울로 이사하여 爲進取計(위진취계) : 진취(進取)할 계획을 세우고는, 而留一妾於鄕墅(이류일첩어향서) : 첩(妾) 한 사람만 시골 집에 남겨 두었다. 每年秋(매년추) : 해마다 가을이면 輒歸(첩귀) : 곧장 내려가 經紀其務(경기기무) : 가을 수확을 처리하였다. 妾卽兵家女而艶慧甚(첩즉병가녀이염혜심) : 첩(妾)은 무인(武人)의 딸이었으나 매우 예쁘고 영특하여 敎以書計(교이서계) : 글과 계산법을 가르쳐 주면 該捷絶倫(해첩절륜) : 뛰어나게 빨리 알아차렸다. 斗絶嬖之(두절폐지) : 그래서 두(斗)는 그를 가장 사랑했었다. 其在洛也(기재락야) : 그러나 주인이 서울에 살게 되면서 則曠居累月(즉광거루월) : 여러 달 동안 독수공방으로 지냈으므로 故潛與斗之堂姪異姓者私(고잠여두지당질이성자사) : 몰래 두(斗)의 성(姓)이 다른 당질(堂姪)과 사통(私通)하고 있었다. 戊午秋(무오추) : 무오년(명종 13, 1558) 가을 斗以事急還鄕(두이사급환향) : 두(斗)는 급한 일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未及一舍所日曛(미급일사소일훈) : 30리를 남기지 못하고 날이 저물었다. 留傔從(류겸종) : 하인배들만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하고는 獨一騎馳至墅(독일기치지서) : 혼자서 말 한 필을 타고 시골 집으로 달려와 보니 則已燃燈矣(칙이연등의) : 이미 등불이 밝혀 있는 밤이었다.
僕隷咸休(복례함휴) : 노복들도 모두 잠자리에 들었으나 中門洞啓(중문동계) : 중문(中門)이 활짝 열려 있어 見妾艶粧麗服佇於階(견첩염장려복저어계): 첩(妾)이 보이는데, 곱게 화장하고 화려한 옷을 입고 섬돌에 서 있었다. 而堂姪者踰東短垣(이당질자유동단원) : 당질(堂姪) 놈이 동쪽의 낮은 담을 넘느라 足未及地者半咫(족미급지자반지) : 발이 땅에 반자[半尺]쯤 닿지 않고 있는데 妾遽前摟抱(첩거전루포):첩이 급히 달려가 안아서 맞아들이고 있었다. 斗忍怒而姑徐俟其終(두인노이고서사기종) : 두(斗)는 분노를 참으며 짐짓 그 마지막까지를 천천히 기다리고 있었다. 繫馬於外門柱(계마어외문주):말[馬]을 외문(外門)의 기둥에 매어 두고 潛身蔽於隙中以窺之(잠신폐어극중이규지) : 몸을 숨겨 가린 채, 틈 사이로 그들을 엿보고 있었다. 二人者諧謔極褻(이인자해학극설) : 두 사람이 희희덕거리며 온갖 추잡을 떨다가, 將解衣竝枕(장해의병침) : 옷을 벗고 함께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에 斗方窮其實(두방궁기실) : 두(斗)는 당장 그 실제를 확인하기 위해 就暗裏摸壁(취암리모벽) : 어둠 속으로 가서 벽을 더듬으니 則掛箙有二矢一弧(칙괘복유이시일호) : 걸려 있는 화살통에 화살 두 개와 활 하나가 있었다. 遂關而注射(수관이주사) : 마침내 화살을 당겨서 쏘아, 先貫女胸腹立潰(선관녀흉복립궤) : 먼저 계집의 흉부를 꿰뚫어 즉시 넘어뜨리니 其男驚起(기남경기) : 그 사내는 놀라서 일어나 跳北囱出(도북창출) : 북쪽 창문으로 뛰어넘으려 하자, 又射之中脅斃(우사지중협폐):또 쏘아 늑골을 적중시켜서 죽게 하였다. 斗欲告官(두욕고관) : 두(斗)는 관(官)에 알리고도 싶었으나 以點汚門戶(이점오문호) : 가문(家門)을 더럽히는 일이자, 且難保長吏心(차난보장리심) : 또 고을 원님의 마음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일이어서 卽牽二屍(즉견이시) : 곧 바로 두 시체를 끌고 가서 埋於稻田瀆內(매어도전독내) : 벼논의 도랑 속에 매장해 버렸다. 卽疾驅回洛(즉질구회락) :그리고는 곧바로 말을 몰아 서울로 돌아왔었다. 遲明(지명) : 다음날 날이 밝은 훨씬 뒤에야 家僕覺之(가복각지) : 집안의 종들은 첩이 보이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意其與堂姪逃(의기여당질도) : 그녀와 당질이 도망친 걸로 여기고 問姪家則亦莫知所之(문질가칙역막지소지) : 당질의 집에 가서 물어보니, 역시 간 곳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有莊奴竊斗穀百許石(유장노절두곡백허석) : 농장의 어떤 종놈이 두(斗)의 곡식 1백여 석(石)을 훔친 적이 있어 常恐斗來則必死(상공두래칙필사) : 두(斗)가 오면 반드시 죽일 것이라고 항상 염려하고 있었다. 疑斗之殺二人(의두지살이인) : 그 자는 두(斗)가 두 사람을 죽였지 않을까 의심하고는 尋其跡(심기적) : 그 자취를 찾아대었다. 田瀆有膏沸於水上(전독유고비어수상) : 벼논 도랑의 물 위에 기름이 떠 있는 걸 보고서 鍤發之(삽발지) : 삽질하여 파보니 二屍俯仰焉(이시부앙언):두 시체가 엎어지고 뒤집어져 있었다.
卽奔告妾家(즉분고첩가) : 곧바로 첩(妾)의 집에 알리자 老革告于令(로혁고우령):늙은 병졸이 현령(縣令)에게 고발하고, 引男家證有宿怨(인남가증유숙원) : 사내 집안에서 숙원(宿怨)이 있었다는 증거를 세웠다. 令與諸吏固嘗不快於斗(령여제리고상불쾌어두) : 현령이나 여러 아전들은 본래부터 두(斗)를 불쾌하게 여겼기에 俱喜而欲甘心以私嫌(구희이욕감심이사혐) : 모두 기뻐하여 잘 걸려들었다고 하면서, 사사로운 미움으로 謀殺堂姪爲案(모살당질위안) : 당질(堂姪)을 모살(謀殺)했다고 죄안(罪案)을 꾸몄다. 械斗於都下(계두어도하) : 서울에서 두(斗)는 형틀에 묶이고, 五毒備漆(오독비칠) : 오독을 첨가한 攬至尼山(람지니산) : 죄인의 수레에 태워 이산(尼山; 충남의 지명)에 이르렀다. 斗之妻負幼女追至(두지처부유녀추지) : 두(斗)의 아내가 어린 딸을 업고 뒤늦게 도착해서는 醉守者(취수자) : 간수(看守)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이고 夜脫械逸去(야탈계일거): 밤에 형틀을 풀어 빠져나가게 하였다.
天亮(천량) : 날이 밝아서야 守者覺之(수자각지) : 간수가 그가 없음을 알아냈으나 跡不獲(적불획) : 찾을 길이 없었다. 以其妻致縣(이기처치현) : 그래서 그의 아내를 읍내까지 데려와 竝女庾死獄中(병녀유사옥중) : 딸과 함께 옥중에서 굶겨 죽였다. 陂池園田臧獲(피지원전장획) : 임피(臨陂)의 전답과 재산을 狼籍分析於二仇家(랑적분석어이구가) : 모조리 빼앗아 두 피해자 집안에 나누어 주었다. 斗卽入金臺山(두즉입금대산):두(斗)는 곧바로 금대산(金臺山)으로 들어가 落髮爲僧(락발위승) : 낙발(落髮)하고 중이 되었으니, 法名摠持(법명총지) : 법명(法名)을 총지(摠持)라고 하였다. 戒行甚嚴(계행심엄) : 계행(戒行)을 무척 엄하게 지키며 過一臘(과일랍) : 1년을 지냈다.
仇家跡知之(구가적지지) : 원수로 여기던 집에서 있는 곳을 알아내어 率吏士掩之(솔리사엄지) : 병졸들을 거느리고 붙잡으러 오고 있었다. 其曉夢有山神告曰(기효몽유산신고왈) : 그날 새벽에 꿈을 꾸는데, 산신(山神)이 일러주기를, 冤債至(원채지) : "원수진 사람들이 올 것이니 可亟去(가극거) : 급히 달아나야겠다."하였다. 旣覺(기각) : 잠에서 깨어나자 急下山(급하산) : 급히 하산(下山)에 버리니 捕者至(포자지) : 잡으러 오던 사람들이 도착해서는 不獲而返(불획이반) : 붙잡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斗向頭流山(두향두류산) : 두(斗)는 두류산(頭流山; 智異山)으로 향하다가 居雙溪月餘(거쌍계월여) : 쌍계사(雙溪寺)에서 한 달 정도 기거하였다. 厭名刹緇俗所湊集棄(염명찰치속소주집기) : 이름 있는 절이라 중들이나 속인들이 모여드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그곳을 버리고 向太白山至宜寧野庵憩焉(향태백산지의녕야암게언) : 태백산(太白山)으로 향했다. 의령(宜寧)에 있는 야암(野庵)에 이르러 휴식을 취했다.
續有一僧至(속유일승지) : 뒤따라 중 한 사람이 도착하였다. 丰秀年少(봉수년소) : 예쁘게 생겼고 나이도 어린데 解襆距堂廉睨曰(해복거당렴예왈) : 삿갓을 벗고 당(堂)으로 오르더니 자세히 얼굴을 살펴보면서, 君士族也(군사족야) : "그대는 사족(士族)이군요. 何脫削乎(하탈삭호) : 왜 뒤늦게 삭발하였습니까?"하고는 俄曰(아왈) : 조금 뒤에, 性忍者(성인자) : "참을성이 있는 분이군요."하더니 少頃曰(소경왈) : 잠시 뒤에는, 業侕而得一名也(업이이득일명야) : "유도(儒道)를 업으로 하시면 큰 벼슬 하실 텐데."하였다.
良久笑曰(량구소왈) : 얼마쯤 지나서는 껄걸 웃으면서, 傷二人命(상이인명) : "두 사람의 목숨을 상하게 하고 負罪逃者(부죄도자) : 죄를 지어 도망온 사람이군요."하는데, 發四言皆合(발사언개합) : 말한 네 마디가 모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斗大駴錯愕失措(두대해착악실조) : 두(斗)는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夜就其寢(야취기침) : 밤이 되어 그의 침소로 찾아가 扣頭服賓(구두복빈) : 머리를 조아리며 해준 말이 사실이라고 승복하여 且請敎甚懇(차청교심간) : 이어서 무척 간곡하게 스승이 되어달라고 청했었다.
少年僧曰(소년승왈) : 나이 젊은 중은, 我只解相人耳(아지해상인이) : "나는 겨우 관상(觀相)만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오. 吾師多藝(오사다예) : 우리 스승께서는 모든 방술(方術)을 아십니다. 相某人當傳某藝(상모인당전모예) : 어떤 사람을 관상하고는 어떤 방술을 전해 주시니, 或符呪或象緯或堪輿或推占(혹부주혹상위혹감여혹추점) : 더러는 부주(符呪)로, 더러는 상위(象緯)로, 더러는 감여(堪輿; 풍수지리)로, 더러는 추점(推占)을 전해 주시며 隨其器誘掖之(수기기유액지) : 그 그릇에 따라 친절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我受相法(아수상법) : 나는 상법(相法; 관상법)을 전수받았으나 尙未造極(상미조극) : 아직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安敢爲人師(안감위인사) : 어떻게 감히 남의 스승이 되겠습니까."하였다.
斗問師今焉在(두문사금언재) : 두(斗)가 지금 스승이 어디에 계시냐고 묻자 僧曰(승왈) : 그 중은, 住茂朱雉裳山(주무주치상산) : "무주(茂朱; 전북의 지명)의 치상산(雉裳山)에 계시오. 你往則可見(니왕칙가견) : 그대가 그곳으로 가면 만나 뵐 수 있을 겁니다."하자, 斗拜而退(두배이퇴) : 두(斗)는 절하고 나왔다. 迨曙往候(태서왕후) : 다음날 날이 밝아 안부를 살피러 가 보았더니 則已去矣(칙이거의) : 이내 떠나버렸다. 卽回錫到雉裳山(즉회석도치상산) : 곧바로 방향을 돌려 막대를 짚고, 치상산에 도착하여 環山伽藍殆數十區(환산가람태수십구) : 온 산을 두루 살폈다. 절이 거의 수십 곳이었으나 俱無異僧(구무이승) : 모든 절에 유별한 중[異僧]이라고는 없었다. 留一歲苦心(류일세고심) : 한 해 동안을 머물며, 온갖 고생을 하면서 參訪層硿絶頂鳥迹所不到處(참방층공절정조적소불도처) : 돌이 구르는 층계와 산의 정상(頂上), 나는 새도 이른 적이 없는 곳까지를 찾아다녔다. 搜覓三四周而不能得(수멱삼사주이불능득) : 세번 네번을 돌며 뒤졌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以爲少年僧相誑(이위소년승상광) : 그래서 젊은 중이 속였다고 여기고 悵然欲返(창연욕반) : 창연(悵然)히 돌아가려 하였다.
忽到一洞(홀도일동) :그런데 우연히 한 골짜기에 이르자 有川注於林薄間(유천주어림박간) : 숲속으로 흐르는 시내가 있었는데, 流出大桃核(류출대도핵) : 물 위에 큰 복숭아씨가 흐르고 있었다. 斗心欣然曰(두심흔연왈) : 두(斗)는 마음 속으로 기뻐서, 是中莫是仙師所否(시중막시선사소부) : "이 계곡 가운데가 선사(仙師)가 계시는 곳이 아닐는지."하고는 促步沿流可數里許(촉보연류가수리허) : 걸음을 재촉하여 물줄기를 따라 몇 리(里) 정도를 걸어 들어가 仰觀一峯陡起(앙관일봉두기) : 우뚝 솟은 한 봉우리를 바라보니, 松杉翳日(송삼예일) : 소나무와 삼목(杉木)이 해를 가리고 있는 곳에 有素屋三楹倚崖而構(유소옥삼영의애이구) : 허름한 세 칸 집이 있었다. 벼랑에 기대어 지은 집인데 砌石爲臺(체석위대) : 돌로 쌓은 층계로 대(臺)를 만들었고 位置淸塏(위치청개) : 맑고 깨끗한 곳에 위치를 정하였다.
攬衣經登其上(람의경등기상) : 옷깃을 거머쥐고 길을 따라 그 위로 오르니 則有一小童迎曰(칙유일소동영왈) : 동자(童子)가 맞이해 주며 묻기를 問何方來(문하방래) : "어디서 오시오?"하기에, 斗揖曰(두읍왈) : 두(斗)는 읍(揖)하고서, 摠持來參仙師(총지래참선사) : "총지(摠持)가 선사(仙師)를 찾아 뵈러 왔습니다."했더니, 童闢東偏左閤子(동벽동편좌합자) : 동자가 동편의 왼쪽 합문(閤門)을 열어주었다. 有老僧形如槁木(유로승형여고목) : 노승(老僧)이 계시는데 모습은 마른 나무 같았으며 披破衲出曰(피파납출왈) : 해진 가사(袈裟)를 입고 나오면서, 和尙風神聳溢(화상풍신용일) : "화상(和尙)의 풍신이 우람하여 非恒人也(비항인야) : 보통 사람 같지 않은데, 曷爲至(갈위지) : 무엇 때문에 오셨나?"하였다.
斗跽曰(두기왈) : 두(斗)는 꿇어앉으며, 愚魯無他技(우로무타기) : "어리석고 우둔한 저는 아무런 기예(技藝)가 없습니다. 聞老師多藝(문로사다예) : 노사(老師)께서 많은 방술(方術)을 알고 계심을 듣고 欲行一方技以行世(욕행일방기이행세) : 세상에서 한 가지의 방술이라도 행하고 싶어서 千里求師而來(천리구사이래) : 천리 먼 길에 스승을 구하고자 왔습니다. 週一歲方得樞衣(주일세방득추의) : 1년을 지내고야 겨우 찾았습니다. 幸進而敎之(행진이교지) : 제자가 되어 배우려 하오니 가르쳐 주소서."하였다.
長老曰(장로왈) : 장로(長老)가, 山野濱死之夫耳(산야빈사지부이) : "산야(山野)에서 죽음이 임박해 있는 사람일 뿐인데 安有藝耶(안유예야) : 무슨 방술이 있겠나."하자, 斗百拜懇乞(두백배간걸) :두(斗)는 계속 절하며 간절히 애걸했으나 固拒之(고거지) : 굳게 거절하며 閤戶不出(합호불출) : 문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斗伏於廡下(두복어무하) : 두(斗)는 처마 아래서 엎드린 채, 達曉哀訴(달효애소) : 새벽이 되도록 애소(哀訴)하였고 至朝不休(지조불휴) : 아침이 되어도 그만두지 않았으나, 長老視若無人(장로시약무인) : 장로는 아무도 없는 것같이 여기며 趺坐入定(부좌입정) : 부좌(趺坐)하고 선정(禪定)에 들어가 不顧者三日(불고자삼일) : 돌아보지도 않은 채 3일을 보냈다.
斗僉不懈(두첨불해) : 두(斗)가 갈수록 더 정성을 드리자, 長老方鑑其誠(장로방감기성) : 장로는 그때에야 그의 정성을 알아보고는 闢戶令入室(벽호령입실) : 문을 열어주며 방으로 들어오도록 해주었다.
室大方丈(실대방장) : 방이 한 길[丈]밖에 되지 않았고 只安一木枕(지안일목침) : 목침(木枕) 하나가 놓여 있으며 鑑北龕爲六谷(감북감위륙곡) : 북쪽 벽을 뚫어 여섯 굽이의 감실(龕室)을 만들었다. 鑰閉而掛一匕於龕柱(약폐이괘일비어감주) : 자물쇠로 닫아 놓고 열쇠 하나를 감실 기둥에 걸어 놓았고 南囱上懸板(남창상현판) : 남쪽 창문 위의 선반에는 兒有五六卷書而已(아유오륙권서이이) : 책 5-6권이 있을 뿐이었다. 長老熟視之(장로숙시지) : 장로가 오래도록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笑曰(소왈) : 웃으면서, 君忍人也(군인인야) : "그대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네. 推朴不可訓他技(추박불가훈타기) : 투박한 성품이니 다른 방술은 가르쳐 줄 수 없고 唯可以不死敎之(유가이불사교지) : 오직 죽지 않는 방술은 가르쳐 줄 수 있겠네."했다. 斗起拜曰(두기배왈) : 두(斗)가 일어나 절하며, 是足矣(시족의) : "그거면 족합니다. 奚用他爲(해용타위) : 다른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하였다.
長老曰(장로왈) : 장로(長老)가, 凡諸方先聚精神(범제방선취정신) : "대저 모든 방술(方術)이란 먼저 정신(精神)을 모은 而後乃可成(이후내가성) : 후에 이룰 수 있는 것인데, 矧煉魄飛神(신련백비신) : 더구나 혼(魂)과 정신을 단련하여 欲求仙蛻者乎(욕구선태자호) : 신선(神仙)으로 탈바꿈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있어서야 더 말할 게 있겠나. 聚精神自不睡始(취정신자불수시) : 정신을 모으는 일은 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你先不睡(니선불수) : 그대는 먼저 잠을 자지 않도록 하게나."하였다.
斗到此四日(두도차사일) : 두(斗)가 그곳에 도착한 지 4일이 되어도 而長老不食飮(이장로불식음) : 장로는 음식을 먹지 않고 猶童日一食黑豆米一合(유동일일식흑두미일합) : 어린아이처럼 하루에 한 차례 흑두말(黑豆末 검은 콩가루) 한 홉만 먹고도 了無飢疲色(료무기피색) : 전혀 배고프고 피로한 기색이 없어, 心已異之(심이이지) : 마음에 별다르게 여기고 있었는데, 及承此誨(급승차회) : 그러한 가르침을 받고는 至誠發大願(지성발대원) : 온 정성을 다하여 큰 소원을 이뤄 달라고 빌었다. 初夜坐到四更眼自合(초야좌도사경안자합) : 첫날 밤에는 앉아서 사경(四更)을 지내자 눈이 저절로 감겼으나 忍而至曙(인이지서) : 참아내고 새벽까지 보냈으며, 第二夜昏倦不省事(제이야혼권불성사) : 둘째 날에도 정신이 흐리고 고달파 움직일 수도 없었으나 刻意堅忍(각의견인) : 각고의 뜻으로 굳게 참아냈다. 三夜四夜倦困不能植坐(삼야사야권곤불능식좌) : 셋째와 넷째 날의 밤에도 피로하고 고달파 앉아 있을 수도 없어, 頭或撞於壁楣(두혹당어벽미) : 더러는 머리를 벽에 찧고 부딪히며 猶忍過(유인과) : 겨우 참았다.
第七夜(제칠야) : 일곱째 밤을 지냈더니 脫然朗悟(탈연랑오) : 툭 트이듯 정신이 밝게 깨쳐 精神自覺醒爽(정신자각성상) : 상쾌함을 자각할 수 있었다.
長老喜曰(장로희왈) : 장로(長老)가 기뻐하며, 君有許大忍力(군유허대인력) : "그대에게는 정말로 큰 인내력이 있으니 何事不可做乎(하사불가주호) : 무슨 일인들 이룰 수 없겠나."하고는 因出二經授之曰(인출이경수지왈) : 이어서 두 가지의 경전(經傳)을 꺼내 주면서, 伯陽參同契(백양참동계) : "위백양의《참동계(參同契)》라는 책이니 乃修煉至訣(내수련지결) : 수련(修煉)하는 데 가장 좋은 비결(祕訣)이며 仙家最上乘(선가최상승) : 선가(仙家)의 가장 높은 교리[上乘]이다. 黃庭內外玉景經(황정내외옥경경) : <황정경>의 내옥경경(內玉景經)은 乃導氣煉臟至要(내도기련장지요) : 기(氣)를 인도하고 오장(五臟)을 단련하는 지요(至要)한 것으로 亦道家妙諦(역도가묘체) : 역시 도가(道家)의 묘체(妙諦)다.
讀之萬遍(독지만편) : 이 두 책을 만 번 정도 읽으면 自可悟解(자가오해) : 저절로 오해(悟解)할 수 있으리니, 令日各誦十遍(령일각송십편) : 매일 열 번씩 읽도록 하게나."하였다.
又曰(우왈) : 또, 大凡學飛昇者(대범학비승자) : "무릇 학문이 비승(飛昇)하는 사람은 斷除念頭(단제념두) : 염두(念頭)를 단제(斷除)하고 安坐煉精氣神(안좌련정기신) : 편안히 앉아서 기신(氣神)을 연정(煉精)해야 하며, 三寶令坎离龍虎交濟成丹(삼보령감리룡호교제성단) : 삼보를 밀폐시켜 용호(龍虎)가 서로 싸우는 틈에서도 도술(道術)은 이루어지니 是大捷徑(시대첩경) : 그런 게 제일의 첩경이네.
而自非上智與宿稟(이자비상지여숙품) : 자신이 상지(上智)나 숙품(宿稟; 뛰어난 성품)이 아니고서야 不可晬爲(불가수위) : 빨리 이루어질 수는 없네. 君性朴固剛忍(군성박고강인) : 대의 성품은 박고(朴固)하고 강인(剛忍)하니 難以上乘訓之(난이상승훈지) : 그높은 교리(敎理)로써 가르쳐주기는 어렵네. 姑先絶粒(고선절립) : 맨 먼저 곡식으로 식사하는 걸 끊어보게나. 爲下學上達計也(위하학상달계야) :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낮은 곳에서 최상까지 도달하는 방법일세. 凡人之生(범인지생) : 무릇 사람의 생명이란 稟精於五行(품정어오행) : 오행(五行)에서 정기(精氣)를 받았기 때문에 故五臟各主五行(고오장각주오행) : 오장(五臟)은 각각 오행(五行)이 주관하는 거라네. 脾受土氣(비수토기) : 위장(胃臟; 脾胃)은 토기(土氣)를 받아 人之飮啖(인지음담) : 사람이 마시거나 씹어먹는 것은 皆歸於脾胃(개귀어비위) : 모두 위장으로 들어가네. 雖以穀精強健無疾(수이곡정강건무질) : 비록 곡정(穀精)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고 병이 없게 한다 하더라도 而氣引於土(이기인어토) : 기(氣)가 토(土)에 끌려 終至於魄歸乎地(종지어백귀호지) : 끝내는 찌꺼기[魄]가 되어 땅으로 돌아가니 古之碎穀者(고지쇄곡자) : 옛날의 곡식을 먹지 않던 사람들이란 皆爲此也(개위차야) : 모두 그래서였네. 君試先碎穀(군시선쇄곡) : 그대는 먼저 곡식 먹지 않는 것을 시험해 보게나."하였다.
卽令斗曰再食(즉령두왈재식) : 그리고는 곧 두(斗)로 하여금 7일 동안 하루에 두 끼니만 먹도록 하였다. 七日又一飯一粥(칠일우일반일죽) : 또 7일 동안은 한 끼니는 밥, 한 끼니는 죽을 먹도록 하고, 七日減一粥(칠일감일죽) : 다시 7일 동안은 한 끼니의 죽을 없애고 밥만 한 끼니 먹도록 하였다. 更七日以粥替飯(경칠일이죽체반) : 다시 7일 동안은 밥 대신 죽만 한 끼니 먹도록 하고는 過四七日撤飯粥(과사칠일철반죽) : 28일이 지나자 밥이건 죽이건 먹지 못하게 하고, 以匕開上龕鑰(이비개상감약) : 열쇠로 윗 감실(龕室)의 자물쇠를 열어 取漆盒二個(취칠합이개) : 칠(漆)을 입힌 합(盒) 두 개를 꺼냈다. 一黑豆末(일흑두말) : 하나는 흑두말(黑豆末)이 든 것이고 一黃精屑桃(일황정설도) : 하나는 황정(黃精; 죽대 뿌리임)과 복숭아씨 가루였다. 各一匙(각일시) : 각각 한 숟가락씩 和水餌之曰再焉(화수이지왈재언) : 물에 타서 하루에 두 차례 먹으라 하였다. 斗食腸素寬(두식장소관) : 두(斗)는 본래 식량(食量)이 커서 飢之殆不可忍(기지태불가인) : 허기증을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고, 身瘐體倦(신유체권) : 몸이 수척해지고 피곤해지며 眼昏花不辨物(안혼화불변물) : 눈이 흐려져 물건을 분별할 수 없었지만 猶忍之(유인지) : 계속 참아냈다.
服黑豆三七日(복흑두삼칠일) : 흑두말을 21일째 복용했던 날, 忽若充然不思食(홀약충연불사식) : 갑자기 배 안이 채워진 듯하여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卽令餌柏葉胡麻數(즉령이백엽호마수) : 그 후에는 곧바로 측백나무 잎과 호마(胡麻; 참깨)를 먹도록 해 주자, 遍身生瘡(편신생창) : 온몸에 촘촘히 부스럼이 돋아 疼不能忍(동불능인) : 참을 수가 없었다.
又百日痂脫(우백일가탈) : 또 1백 일이 지나자 부스럼 딱지가 떨어지고 肉生方如常(육생방여상) : 새 살이 나와 완전히 전대로 되어졌다. 長老喜曰(장로희왈) : 장로가 기뻐하며 君眞利器也(군진리기야) : "그대는 참으로 훌륭한 성품과 체질을 타고났네. 但息慾念(단식욕념) : 다만 욕념(慾念)을 없애면 되겠군."하였다.
留三年讀二訣凡萬遍(류삼년독이결범만편) : 3년 동안 머무르며 두 가지의 비결(祕訣)을 모두 만 번씩 읽었다. 胸次洒然(흉차쇄연) : 가슴속이 씻은 듯이 시원해져 若有神會(약유신회) : 신회(神會; 신이 통함)가 있는 듯하였다. 長老敎以數息(장로교이수식) : 장로(長老)가 호흡 자주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旣又敎之運氣(기우교지운기) : 또 운기(運氣)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 氣已運矣(기이운의) : 기(氣)가 이미 움직여졌다.
遂以子午卯酉行六子祕訣(수이자오묘유행륙자비결) : 마침내 자(子)ㆍ오(午)ㆍ묘(卯)ㆍ유(酉)로서 육자 비결(六子祕訣)을 행하여 呼吸道成(호흡도성) : 호흡도(呼吸道)를 이루자, 顏漸腴氣益爽(안점유기익상) : 얼굴에 점점 살이 찌고 기운은 갈수록 상쾌해지며 萬念俱灰(만념구회) : 온갖 상념이 모두 사라졌다. 居六年(거륙년) : 6년을 지내서 長老曰(장로왈) : 장로(長老)가, 君有道骨(군유도골) : "그대에게는 도골(道骨)이 있어 法當上昇(법당상승) : 법으로는 마땅히 상승(上昇; 신선이 되어 승천함)할 만하네. 下此則不失爲喬鏗矣(하차칙불실위교갱의) : 이 수준에서 내려간다 해도 왕자교(王子喬)ㆍ전갱(錢鏗) 정도는 될 것이네.
慾念雖動地(욕념수동지) : 욕념(慾念)이 비록 동(動)하더라도 忍之(인지) : 오직 그걸 참아야 하네. 凡念雖非食色(범념수비식색) : 무릇 욕념이란 비록 식색(食色)의 욕념이 아니더라도 一切妄想(일절망상) : 일체의 망상(妄想)은 俱害於眞(구해어진) : 참[眞]에 해로우니 須空諸有(수공제유) : 반드시 모든 유(有)를 없애고 靜以煉之(정이련지) : 고요한 마음으로 단련해야 하네."하였다.
因空第二屋(인공제이옥) : 그런 후에 비어 있는 두 번째 집에다 坐斗其其中(좌두기기중) : 두(斗)를 앉히고는, 敎以昇降顚倒之法(교이승강전도지법) : 오르고 내리며 구르고 넘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口訣諄至(구결순지) : 가르쳐 주는 말마다 자상하고 친절하였다. 斗依所訓(두의소훈) : 두(斗)는 가르쳐 주는 바에 의거하여 兀然堅坐不動(올연견좌불동) : 태연히 앉아 움직이지 않으며, 閉眼內視長老(폐안내시장로) : 눈을 감고 내면으로 장로(長老)를 보았다. 時寒燠飢飽以保持之(시한욱기포이보지지) : 그런 때에는 춥고 더움, 주림과 배부름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
一日(일일) : 하루는 覺自上齶如小李狀甘涎注舌上(각자상악여소리상감연주설상) : 윗 잇몸에서 조그마한 오얏 같은 물건이 단물을 혀 위로 흐르게 하는 것을 깨닫고 告長老(고장로) : 장로(長老)에게 알리자, 長老令徐嚥歸腹中(장로령서연귀복중) : 장로는 천천히 빨아 뱃속으로 삼키라 하고는 喜曰(희왈) : 기뻐하며, 黍珠基立(서주기립) : "서주기(黍柱基)가 세워졌으니 可運火侯(가운화후) : 화후(火候)를 움직일 수 있네."하면서
卽掛三才鏡于壁(즉괘삼재경우벽) : 곧바로 벽에 삼재경(三才鏡; 天ㆍ地ㆍ人을 비추는 거울)을 걸고 植七星劍二口於左右(식칠성검이구어좌우) : 좌우에 칠성검(七星劍) 두 개를 꽂아 禹步呪祝(우보주축) : 절름발이 걸음을 걸으며 주문(呪文)을 외어 冀以却魔成道(기이각마성도) : 마귀를 물리치고 도(道)를 이루게 해달라고 빌었었다. 煉幾六朔(연기륙삭) : 단련한 지 거의 6개월 만에 丹田充盈(단전충영) : 단전(丹田)이 가득 채워지고 若有金彩發於臍下(약유금채발어제하) : 배꼽 아래서 금빛이 나오고 있었다. 斗喜其將成(두희기장성) : 두(斗)는 도(道)가 이루어짐을 기뻐하다 欲速之心遽萌芽不能制(욕속지심거맹아불능제) : 급히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솟아남을 억제할 수 없더니 姹女(차녀离火리화) : 타녀(姹女; 神丹의 물)에 불이 붙어 上燒泥丸(상소니환) : 이환(泥丸)이 타오르자 絶叫趨出(절규추출) : 고함을 지르며 뛰어나왔다.
長老以杖擊其頭曰(장로이장격기두왈) : 장로(長老)가 지팡이로 그의 머리를 치면서, 噫其不成也(희기불성야) : "슬프다, 크게 이루어지지 못하는구려."하고는 亟令斗安坐降氣(극령두안좌강기) : 급히 두(斗)를 편안히 앉게 하여 기(氣)를 내리게 하였다. 氣雖制伏(기수제복) : 기(氣)는 비록 수그러졌으나 而心沖沖終日不定(이심충충종일불정) : 마음이 두근거려 온종일 안정되지 않았다.
長老歎曰(장로탄왈) : 장로가 탄식하면서, 曠世逢人(광세봉인) : "세상에서 드문 사람을 만났기에 敎非不盡(교비불진) :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而業障未除(이업장미제) : 업(業)의 가로막음을 제거하지 못하여 遂致顚敗(수치전패) : 끝내 엎지러지고 말았으니 君之命也(군지명야) : 그대의 운명(運命)이지, 吾何力焉(오하력언) : 내 힘으로 어떻게 하겠나."하고는 因以蘇茶飮之(인이소다음지) : 이어서 소다(蘇茶; 회복시키는 차)를 마시게 하였다. 至七日心方恬(지칠일심방념) : 7일 만에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而氣不上炎(이기불상염) : 기에 뜨거움이 오르지 않았다.
長老曰(장로왈) : 장로(長老)가, 君雖不成神胎(군수불성신태) : "그대는 비록 신태(神胎)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亦可爲地上仙(역가위지상선) : 역시 지상(地上)의 신선(神仙)은 될 수 있을 것이며, 少加樽養(소가준양) : 조금만 더 수양한다면 則八百年之壽可享矣(칙팔백년지수가향의) : 8백 세의 수(壽)를 누릴 수 있을 거네. 君命當有子(군명당유자) : 그대의 운명(運命)에는 당연히 아들을 두도록 되어 있으나 洩精之竅已塞(설정지규이색) : 정자(精子)가 나오는 길이 이미 막혔으니 可服藥以通之(가복약이통지) : 복약(服藥)하여 트이도록 하게나."하면서 出二粒赤桐子丸嚥之(출이립적동자환연지) : 붉은 오동 열매와 같은 환약(丸藥) 두 알을 꺼내 주어 그걸 삼켰다. 斗請曰(두청왈) : 두(斗)가 청(請)하기를, 庸戆不任敎(용당불임교) : "우둔한 사람이 가르침대로 하지 못했음은 自我命薄(자아명박) : 나 자신의 운명이 기박함이니 何恨(하한) : 무엇을 한스러워하겠습니까. 弟子侍師七歲于玆(제자시사칠세우자) : 그러나 제자(弟子)가 스승님을 모신 지가 이제 7년입니다만 尙不知師之出處(상불지사지출처) : 아직도 스승님의 출처(出處)도 모르고 있습니다. 幸賜其詳(행사기상) :제발 자세하게 가르쳐 주셔서 慰異日嚮往之誠若何(위이일향왕지성약하) : 뒷날에라도 사모하는 정성이 위안받을 수 있게 해주심이 어떨까요?"했다.
長老笑曰(장로소왈) : 장로(長老)가 웃으면서, 他人問之(타인문지) : "다른 사람이 묻는다면 固不敢言(고불감언) : 결코 말할 수 없지만 君能忍者(군능인자) : 그대는 참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故告之詳(고고지상) : 자세히 말해 주겠네. 我卽上洛大姓子大師幸之曾孫子也(아즉상락대성자대사행지증손자야) : 나는 상락(上洛; 尙州의 옛 이름)의 큰 성씨(姓氏)의 후손으로 태사(太師) 권행(權幸)의 증손자였네. 生於宋煕寧二年(생어송희녕이년) : 송(宋) 나라 희령(熙寧; 神宗의 연호) 2년(고려 문종 23, 1069)에 태어났네.
十四有風癩(십사유풍라) : 열네 살에 나병[風癩]에 걸려 父母不收(부모불수) : 부모가 거두어 주지를 않고 棄之林中(기지림중) : 숲속에 버렸네. 夜有虎攬而置諸石室(야유호람이치제석실) : 밤에 호랑이가 안아다가 석실(石室)에 놓아 주고는 耽耽乳其二子(탐탐유기이자) : 눈에 불을 켜고 두 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며 其旁終不害意(기방종불해의) : 그 곁에 있는 나를 끝내 해치려 하지 않더군. 痛方極(통방극) : 통증이 한창 극도에 달하여 恨不速斃於其牙齒(한불속폐어기아치) : 호랑이의 어금니에 물려 속히 죽지 못하는 것만이 한스럽더군. 有草羅生於崖窽(유초라생어애?) : 초라(草羅)라는 풀이 벼랑의 구멍에서 자라고 있었는데, 葉敷根大(엽부근대) : 잎이 넓고 뿌리가 크더군. 試洗而食之(시세이식지) : 시험삼아 씻어서 먹었더니 腹稍果(복초과) : 뱃속이 조금 채워졌네.
食數月瘡漸損(식수월창점손) : 그걸 먹으며 몇 개월이 지나자 부스럼이 줄어지고 稍自起立(초자기립) : 점점 혼자서 일어섰었네. 遂多掘而頓食之(수다굴이돈식지) : 그리하여 많이 캐다가 끼니마다 그걸 먹었었네. 殆盡半山(태진반산) : 산 중턱의 것을 거의 전부를 캐 먹으며 幾百日瘡悉脫(기백일창실탈) : 몇백 일을 지내자 부스럼이 다 벗겨지고 遍生綠毛(편생록모) : 온몸에 푸른 털이 돋아나기에 喜而強食之(희이강식지) : 기뻐하며 실컷 먹었더니
又百日(우백일) : 또 1백 일이 지나자 身自擧倏昇於峯巓(신자거숙승어봉전) : 몸이 저절로 움직여져 산의 정상에 올라가지더군. 旣已愈其疾(기이유기질) : 이미 나병은 나았으나 不辨古邑來路(불변고읍래로) : 옛날의 마을을 판별하지 못하여 方棲邊靡所之(방서변미소지) : 길에 나와서도 갈 곳을 몰라 서성거리고 있었네. 忽有一僧過于峯下(홀유일승과우봉하) : 뜻밖에 중 한 사람이 산봉우리 아래로 지나가고 있어 頫身就其途遮問曰(부신취기도차문왈) : 그곳으로 찾아가 길을 막으며 묻기를 此何山也(차하산야) : '이곳은 어떤 산입니까?' 했더니 僧曰(승왈) : 중이 此乃太白山(차내태백산) : '이건 태백산(太白山)이요, 而地係眞珠府也(이지계진주부야) : 지역은 진주부(眞珠府)의 소속입니다.' 하더군. 近有寺否(근유사부) : 그래서 근방에 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曰西峯有蘭若(왈서봉유란약) : 중은 '서쪽 봉우리에 절이 있으나 路絶不易攀陟(로절불역반척) : 길이 단절되어 쉽게 올라갈 수 없을 것이오.' 하였네. 吾卽飛至其庵(오즉비지기암) : 나는 곧 날아서 그 암자에 이르렀더니 禪寮晝閉闃爾無人(선료주폐격이무인) : 선방(禪房)은 낮에도 문이 닫히고 사람이라곤 없더군. 手闢廊戶(수벽랑호) : 손으로 곁 채의 문을 열고 들어가 行到中寮(행도중료) : 가운데에 있는 집으로 가보았더니, 有一老病僧擁布褐(유일로병승옹포갈) : 늙고 병든 중 한 사람이 굵은 베옷을 두르고 隱几而喘(은궤이천) : 탁자에 기대어 숨차하며 幾死(기사) : 거의 죽어가는 모습이었네.
擡眼見之曰(대안견지왈) : 눈을 뜨고 바라보면서 夜夢老相言傳我師祕書者今當至(야몽로상언전아사비서자금당지) : '간밤의 꿈에 노인이 말하기를 「우리 스승님 비결서(祕訣書)를 전할 사람이 지금 오고 있다.」고 하더니, 相君面(상군면) : 그대의 얼굴을 보니 眞其人也(진기인야) : 진정 그 사람이군.' 하면서, 起解裳出一函書(기해상출일함서) : 일어나 보자기를 풀어 한 뭉치의 책을 꺼내서 주었네. 授之曰(수지왈) : 그리고는 주면서 讀此萬周(독차만주) : '이걸 만 번 읽으면 其義自見(기의자견) : 그 의미를 저절로 알 것이니 努力勿怠(노력물태) : 노력하고 게으름 피우지 말게나.' 하였네.
吾問其誰傳(오문기수전) : 내가 그건 누가 전해준 것이냐고 물었더니 曰新羅義相大師入中原(왈신라의상대사입중원) : '신라(新羅) 의상대사(義湘大師)께서 중국에 들어가 逢正陽眞人(봉정양진인) : 정양진인(正陽眞人)을 만났더니 授此書(수차서) : 이 책을 주셨고 臨化囑我(림화촉아) : 임종(臨終)에 나에게 부탁하시며 二百年後(이백년후) : 2백 년 뒤에는 當有傳者(당유전자) : 반드시 전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고 하였는데, 君應其讖(군응기참) : 그대가 그분의 예언에 합치되는 사람이니 可受持勉力(가수지면력) : 받아가지고 힘쓰게나, 吾得所傳(오득소전) : 나는 전해줄 사람을 만났으니 從此逝矣(종차서의) : 이제는 죽으려네.' 하면서 趺坐寂然化(부좌적연화) : 부좌(趺坐)하고 조용히 입적(入寂)하였었네. 吾卽茶毗之(오즉다비지) : 나는 곧바로 그분을 다비(茶毗)하여 得紺舍利百粒(득감사리백립) : 감색(紺色)의 사리(舍利) 1백 알맹이를 얻어 내어 藏之塔中(장지탑중) : 탑(塔) 속에 매장하였네.
解函視之(해함시지) : 책 뭉치를 풀고 살펴보니 乃黃帝陰符及金碧龍虎經(내황제음부급금벽룡호경) : 《황제음부경(黃帝陰符經)》및《금벽용호경(金碧龍虎經)》ㆍ 參同契(참동계) : 《참동계(參同契)》ㆍ 黃庭內外經(황정내외경) : 《황정내외경(黃庭內外經)》ㆍ 崔公入藥鏡(최공입약경) : 《최공입약경(崔公入藥經)》ㆍ 胎息心印(태식심인) : 《태식심인(胎息心印》ㆍ 洞古定觀(동고정관) : 《통고정관(洞古定觀)》ㆍ 大通淸靜等經(대통청정등경) : 《대통청정(大通淸淨)》등의 경전(經傳)이었네.
就其庵獨居修煉(취기암독거수련) : 그 암자에 들어가 독거(獨居)하면서 수련(修煉)을 하였네. 魔鬼萬方來撓(마귀만방래요) : 마귀(魔鬼)들이 만방에서 와서 둘러쌌으나 以不聞不見消之(이불문불견소지) :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으니 사라져 갔네. 凡苦志十一年(범고지십일년) : 온갖 애를 쓰며 11년 만에야 乃成神胎(내성신태) : 신태(神胎)를 이루었네.
法當解去(법당해거) : 법으로는 당연히 해탈해서 떠났겠지만 上帝命留此(상제명류차) : 상제(上帝)께서 이곳에 머물러서 統東國三道諸神(통동국삼도제신) : 동국(東國) 삼도(三道)의 모든 신(神)을 거느리라고 명령하셨네. 故留此五百餘年(고류차오백여년) : 그래서 여기에 머문 지 5백여 년이었네. 限滿則當上昇矣(한만칙당상승의) : 기한이 차면 당연히 상승(上昇)할 걸세.
吾經歷數十人(오경력수십인) : 내가 수십 명을 만나 보았지만 或氣過銳(혹기과예) : 더러는 기(氣)가 지나치게 예민(銳敏)하고, 或太鈍(혹태둔) : 더러는 너무 둔하기도 하고, 或少忍力(혹소인력) : 더러는 인내력이 적거나, 或緣淺(혹연천) : 더러는 인연이 옅고, 或多慾念(혹다욕념) : 더러는 욕념(慾念)이 많아 俱不能成(구불능성) : 모두 성공할 수가 없었네. 若有成道者(약유성도자) : 만약 성도(成道)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吾當擧授吾任(오당거수오임) : 마땅히 내 임무를 맡기고 上歸玉京(상귀옥경) : 옥경(玉京)으로 돌아갔으련만, 而曠百年不得一人(이광백년불득일인) : 수백 년을 헛되이 보내고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니 此我塵緣未盡而然也(차아진연미진이연야) : 이건 나의 티끌 세상과의 인연이 다하지 못해서 그런 걸 거야."하였다.
斗與長老久同寢(두여장로구동침) : 두(斗)는 장로와 함께 오랫동안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곤 했지만 常怪其祕臍下寸地(상괴기비제하촌지) : 그가 숨기는 것이 있어 늘 이상하게 여겼다. 그의 배꼽 아래 한 치[寸] 정도의 부분을 가리고 不許人見(불허인견) : 남이 보지 못하도록 하는 점이었다. 問其故欲覩之(문기고욕도지) : 그 까닭을 물으며 그걸 보고 싶다고 했더니, 長老笑曰(장로소왈) : 장로(長老)는 웃으면서, 何容易耶(하용역야) : "그걸 왜 쉽게 보여 주랴. 見則恐驚君耳(견칙공경군이) : 보여 주면 그대는 깜짝 놀라 까무러칠 것인데."하였다. 斗曰(두왈) : 두(斗)는, 奚驚爲(해경위) : "왜 놀라겠습니까, 願一見(원일견) : 한 번 보는 것이 원입니다."하자,
長老解下包(장로해하포) : 장로(長老)가 싸맨 것을 풀어 놓으니 金光百道(금광백도) : 반짝이는 금빛 1백여 줄기가 射於屋梁(사어옥량) : 천장까지 쏘아댔다. 不能定視(불능정시) : 바로 볼 수도 없어 蒲伏於榻(포복어탑) : 의자 밑으로 숨으니 長老還包之如故(장로환포지여고) : 장로(長老)는 다시 그걸 싸매서 전과 같이 하였다.
斗又曰(두우왈) : 두(斗)는 또, 師旣治諸神(사기치제신) : "스승님은 벌써부터 모든 신(神)들을 다스린다면서 何無一個來修覲者(하무일개래수근자) : 왜 한 사람도 찾아와 받드는 사람이 없습니까?"하니, 長老曰(장로왈) : 장로(長老)는, 吾飛神而受其朝矣(오비신이수기조의) : "나는 정신을 날려서 그들의 조회를 받곤 했었네."하였다.
又請觀諸神(우청관제신) : 또 여러 귀신 구경하기를 청했더니, 曰可待明年上元也(왈가대명년상원야) : "내년 정월 보름날을 기다려야 하네."하였다. 至期(지기) : 그날이 되자 長老出龕中衣箱(장로출감중의상) : 장로(長老)는 감실(龕室) 속에서 옷 상자를 꺼내서 戴八霞方山巾(대팔하방산건) : 여덟 가지 채색의 방산건(方山巾)을 쓰고, 服七星日月繡袍(복칠성일월수포) : 일곱 개의 별ㆍ해ㆍ달의 수를 놓은 도포(道袍)를 입고, 係圓靑玉束獅帶(계원청옥속사대) : 둥근 청옥(靑玉)에 둥근 끈을 달고 사자를 그린 띠[帶]를 두르고 穿五花文履(천오화문리) : 다섯 가지 꽃으로 무늬진 신을 신고, 手持八角玉如意(수지팔각옥여의) : 손에는 여덟 모진 옥(玉)으로 만든 여의주(如意珠)를 붙잡고 趺坐砌臺上(부좌체대상) : 섬돌대 위에 부좌(趺坐)하였다. 斗西向侍(두서향시) : 두(斗)는 서쪽으로 향해서 모셨고, 童子偶立(동자우립) : 동자(童子)는 모퉁이에 서 있었다.
忽於臺上雙檜(홀어대상쌍회) : 갑자기 대(臺) 위의 두 잣나무에 各掛彩花燈(각괘채화등) : 각각 울긋불긋한 꽃등불이 걸리더니 俄而滿洞千萬樹(아이만동천만수) : 조금 지나자 산골에 가득한 수천 수만의 나무에 俱各掛花燈(구각괘화등) : 모두 꽃등불이 걸려 紅焰漲空如白晝(홍염창공여백주) : 붉은 불꽃이 공간을 가득 채워 대낮 같았다.
有奇形怪狀之獸(유기형괴상지수) : 기이하고 괴상한 모습의 짐승들이 나타나는데, 或熊虎或獅象(혹웅호혹사상) : 더러는 곰이나 호랑이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사자나 코끼리 같았다. 或豹而雙脚(혹표이쌍각) : 어떤 것은 표범인데 다리가 둘이고, 或虯形而翼(혹규형이익) : 어떤 것은 규룡(虯龍)의 모양에 날개가 있고, 或龍而無角(혹룡이무각) : 어떤 것은 용이면서 뿔이 없었다. 或龍身馬頭(혹룡신마두) : 어떤 것은 용의 몸에 말의 머리가 달렸고 或三角而人立決驟(혹삼각이인립결취) : 어떤 것은 뿔이 세 개인데 사람처럼 서서 빨리 달리고, 或人面三眸者以百數(혹인면삼모자이백수) : 어떤 것은 사람 얼굴처럼 생겨 눈동자가 세 개나 달린 것들로 수백 마리나 되었다. 又有象獐鹿彘形者(우유상장록체형자) : 또 코끼리ㆍ노루ㆍ사슴ㆍ돼지의 모양을 지닌 것으로 金目雪牙(금목설아) : 노오란 눈에 하얀 이빨, 赭毳霜蹄(자취상제) : 붉은 털 하얀 발굽에 夭矯拏攫以千計(요교나확이천계) : 뛰고 할퀴고 하는 것들이 1천여 마리 정도나 되었는데 俱羅侍於左右(구라시어좌우) : 그를 모두가 열지어 좌우에 모시고 섰었다.
又有金童玉女捧幢節數百人(우유금동옥녀봉당절수백인) : 또 금동(金童)과 옥녀(玉女)가 지휘 깃발을 들고 수백 명이 서 있었다. 介戟具三伏者千餘人(개극구삼복자천여인) : 기치 창검을 든 군대도 1천여 명으로 삥 둘러 서 있었다. 環立臺上(환립대상) : 대(臺) 위에는 衆香馥郁(중향복욱) : 온갖 향기가 욱욱하고 璜佩丁東(황패정동) : 패옥[璜珮] 부딪치는 소리들이 쟁쟁거렸다. 續有靑衫象(속유청삼상) : 바로 이어서 푸른 장삼을 입고 상아 홀(笏)을 들고, 簡佩水蒼戴弁者二人(간패수창대변자이인) : 옥[水蒼]을 차고 고깔을 쓴 두 사람이 鞠躬階下(국궁계하) : 섬돌 아래서 국궁(鞠躬)하고는 唱曰(창왈) : 창(唱)하기를, 東方極好林(동방극호림) : "동방(東方)의 극호림(極好林)ㆍ 廣霞(광하) : 광하(廣霞)ㆍ 紅映山三大神(홍영산삼대신군견) : 홍영산(紅暎山) 등 삼대신군(三大神君)이 뵙습니다."하였다.
有三神俱頂紫金梁冠(유삼신구정자금량관) : 그들 삼대신(三大神)은 모두 빨간 금관을 쓰고 紫袍玉帶(자포옥대) : 붉은 도포에 옥띠를 띠고, 端笏雲履(단홀운리) : 홀을 단정히 잡고, 구름이 그려진 신을 신고, 佩劍珩者(패검형자) : 칼과 노리개를 찼으며 頎而晢長(기이절장) : 키가 헌칠했다. 얼굴은 희맑고 길었으며 眉目皆朗秀(미목개랑수) : 미목(眉目)이 밝고 수려하였다. 長老起立拱手(장로기립공수) : 장로(長老)가 일어서서 공수(拱手)하니 三神皆再揖而退(삼신개재읍이퇴) : 삼대신은 함께 두 번 읍(揖)하고는 물러갔다.
又唱曰(우창왈) : 또 창(唱)하기를, 蓬壺方丈圖嶠祖洲瀛海等五洲眞官見(봉호방장도교조주영해등오주진관견) : "봉호(蓬壺)ㆍ방장(方丈)ㆍ도교(圖嶠)ㆍ조주(祖洲)ㆍ영해(瀛海) 등 오주(五洲)의 진관(眞官)이 뵙습니다."하였다. 有五神各披方色袍冠佩如前(유오신각피방색포관패여전) : 다섯 신(神)은 각각 지방색을 보이는 도포를 입고 관(冠)이나 패물은 앞의 것과 같았고, 而俱頎秀(이구기수) : 모두 헌걸차고 수려했다. 長老起立(장로기립) : 장로(長老)가 일어서니 五神皆再拜而退(오신개재배이퇴) : 다섯 신(神)들이 모두 두 번 절하고 물러갔다.
又唱曰(우창왈) : 또 창(唱)하기를, 東南西海長離廣野沃焦玄隴地昁摠眞(동남서해장리광야옥초현롱지昁총진) : 동해ㆍ남해ㆍ서해의 장리(長離)ㆍ광야(廣野)ㆍ옥초(沃焦)ㆍ현롱(玄隴)ㆍ지폐(地肺)ㆍ총진(摠眞)ㆍ 女几東華仙源琳宵等十島女官見(녀궤동화선원림소등십도녀관견) : 여궤(女几)ㆍ동화(東華)ㆍ선원(仙源)ㆍ임소(琳宵) 등 십도(十島)의 여관(女官)들이 뵙습니다."하자, 有仙女十人(유선녀십인) : "선녀(仙女) 10인이 俱戴花絨金襪巾(구대화융금말건) : 모두 꽃으로 수놓은 금말건(金襪巾)을 쓰고 揷赤珠步搖(삽적주보요) : 붉은 구슬로 된 보요(步搖)를 꽂아, 珠翠玲瓏映其面(주취령롱영기면) : 구슬과 비취옥이 영롱하게 얼굴에 반사하여 不可定視(불가정시) :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服素練金鳳紋衫(복소련금봉문삼) : 금봉(金鳳)의 무늬를 놓은 하얀 저고리에 施翠羅襕膝長裙(시취라?슬장군) : 파란 비단으로 만든 무릎 아래까지 닿는 긴 치마를 드리웠다. 佩太乙靈符赩(패태을령부혁) : 태을영부(太乙靈符)를 차서 奕有電光(혁유전광) : 번쩍번쩍 번갯불이 나고, 穿綠花方底履(천록화방저리) : 푸르고 붉은 모가 난 낮은 신을 신었다. 頎長而男子拜(기장이남자배) : 헌칠하고 긴 허리로 남자들이 하던 절을 올리니 長老不起(장로불기) : 장로(長老)는 일어나지 않고 坐受之(좌수지) : 앉아서 절을 받자 女官退(녀관퇴) : 여관(女官)들이 물러갔다.
又唱曰(우창왈) : 또 창(唱)하기를, 天印紫蓋金馬丹陵天梁南壘(천인자개금마단릉천량남루) : "천인(天印)ㆍ자개(紫蓋)ㆍ금마(金馬)ㆍ단릉(丹陵)ㆍ천량(天梁)ㆍ남루(南壘)ㆍ 穆洲等七道司命神將見(목주등칠도사명신장견) : 목주(穆洲) 등 칠도(七道)의 사명신장(司命神將)이 뵙습니다."하니 有紅抹額揷羽(유홍말액삽우) : 붉은 말액(抹額; 巾의 일종)에 깃을 꽂고 戎袴褶(융고습) : 무인(武人)들이 입는 고의(袴衣)와 繡花掩心金搭(수화엄심금탑) : 꽃으로 수놓은 앞가림 옷을 입고, 肘佩矢房弧箙(주패시방호복) : 팔에는 활집과 화살통을 비스듬히 걸었고, 手朱殳而俱獅形虎姿(수주수이구사형호자) : 손에는 붉은 창을 붙잡고 있었다. 모두 사자의 형태에 범의 모습으로 植赤髮金目虯髥者揖不拜退(식적발금목규염자읍불배퇴) : 붉은 머리털을 세우고 금빛 눈동자에 용의 수염이 달렸었다. 읍(揖)만 하고 절은 하지 않고 물러갔다.
又唱曰(우창왈) : 또 창(唱)하기를, 丹山玄林蒼兵素泉(단산현림창병소천) : "단산(丹山)ㆍ현림(玄林)ㆍ창구(蒼丘)ㆍ소천(素泉)ㆍ 赭野等五神所繞(자야등오신소요) : 자야(赭野) 등 다섯신의 거느림을 받는 山林藪澤嶺瀆城隍諸鬼伯鬼母俱見(산림수택령독성황제귀백귀모구견) : 산림(山林)ㆍ수택(藪澤)ㆍ영독(嶺瀆)ㆍ성황(城隍) 등의 모든 귀백(鬼伯)ㆍ귀모(鬼母)는 함께 뵙습니다."하였다.
五大神將如七道神形者(오대신장여칠도신형자) : 5대 신장들의 모습은 앞의 7도 신장들의 모습과 같았고, 各領一隊百餘靈官(각령일대백여령관) : 각각 한 부대(部隊)가 1백여 명이나 되는 영관(靈官)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或短醜(혹단추) : 어떤 것은 키가 작고 누추했으며 或長大(혹장대) : 어떤 것은 키가 컸으며, 或潔脩而雅(혹결수이아) : 어떤 것은 말쑥하고 或六臂四目者(혹륙비사목자) : 어떤 것은 여섯 개의 팔과 네 개의 눈을 지닌 자들이었다. 女或老醜或姸少者(녀혹로추혹연소자) : 여자 중에는 더러 늙은 추녀이고 더러는 곱고 젊었으나 被服俱隨方色(피복구수방색) : 그들의 옷은 모두 지방색을 따라 입었는데 列立四拜(렬립사배) : 열지어 서서 네 번 절하고 退爲五隊(퇴위오대) : 물러나와 다섯 대열이 되었다.
長老命小童持小綘幡(장로명소동지소綘번) : 장로(長老)가 소동(小童)에게 명령하여 붉은 깃발을 들고 從北方指東環南抵西(종북방지동환남저서) : 북쪽에서 동쪽으로 향해 가서 남쪽으로 돌아 서쪽에 이르러 立于中隊之前(립우중대지전) : 중대(中隊)의 앞에 서게 하니, 告曰(고왈) : 고하기를 諸靈俱會(제령구회) : "여러 신령(神靈)들이 모두 모였으나 而魏州趙夫人未至矣(이위주조부인미지의) : 오직 위주(魏州)의 조 부인(趙夫人)만 오지 않았습니다."고 아뢰었다. 素泉神出跪曰(소천신출궤왈) : 소천신(素泉神)이 나와서 꿇어 앉으며 말하기를, 他以謫(타이적) : "그는 귀양살이 가서 今降爲人(금강위인) : 이제는 사람으로 강등되었고
其代不來矣(기대불래의) : 그를 대신할 사람이 오지 못했습니다."하였다.
長老招廣霞三眞人至前(장로초광하삼진인지전) : 장로(長老)는 광하(廣霞) 등 세 진인(眞人)을 불러서 앞에 세워 놓고 謂曰(위왈) : 말하기를, 卿輩分理三方(경배분리삼방) : "경(卿)들은 세 방면(方面)을 나누어 다스리면서 體上帝好生之德(체상제호생지덕) : 상제님의 어진 덕(德)을 실천하여 黎庶受卿澤久矣(려서수경택구의) : 백성들이 경들의 은택(恩澤)을 입은 지 오래였다. 今者厄會將至(금자액회장지) : 요즈음 액운이 다가오고 있어 萬姓當罹其殃(만성당리기앙) : 만 백성이 재앙(災殃)에 걸려 들었는데 思所以捄之榮耶(사소이구지영야) : 이에 대하여 구출할 방책을 강구하였는가?"하고 물었다.
三人者俱唏咨(삼인자구희자) : 세 사람은 모두 탄식을 거듭하며, 誠如所諭(성여소유) : "정말로 유시(諭示)하신 바와 같습니다. 昨者蓬萊治水大監(작자봉래치수대감) : 어제 봉래산(蓬萊山)의 치수대감(治水大監)이 自紫霞元君所來過紅映山言(자자하원군소래과홍영산언) : 자하원군(紫霞元君)이 계신 곳으로부터 와서 홍영산(紅映山)에 들러 말하기를 衆眞在九光殿上侍上帝(중진재구광전상시상제) : '여러 진인(眞人)들이 구광전(九光殿) 위에 있으며 상제(上帝)를 모시는데, 有三島帝君道(유삼도제군도) : 삼도제군(三島帝君)이 있어 말하기를 閻浮提三韓之民(염부제삼한지민) : 「염부제에 살고 있는 삼한(三韓)의 백성들이 機巧姦騙誑惑暴殄(기교간편광혹폭진) : 지나치게 교사스럽고 간사하여 속임수를 잘 쓰고 不惜福不畏天(불석복불외천) : 복(福)을 아끼지 않으며,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不孝不忠(불효불충) : 불효(不孝)ㆍ불충(不忠)하고, 嫚神瀆鬼(만신독귀) : 귀신을 모독하였다. 故借句林洞貍面大魔(고차구림동리면대마) : 그래서 구림동(句林洞)에 사는 이면(狸面)의 대마(大魔)를 빌려다가 拳赤土之兵往勦之(권적토지병왕초지) : 적토(赤土)의 군대를 모두 모아 가서 소탕하려 한다. 連兵七年(련병칠년) : 그래서 연속된 전쟁 7년째에 國幸不亡(국행불망) : 나라는 다행히 망하진 않을지라도 三方之民(삼방지민) : 3방의 백성들을 十集其五六以警之(십집기오륙이경지) : 10에 5-6을 살육하여서 경계하려 한다.」고 했다.' 하였습니다. 臣等聞之(신등문지) : 신하인 저희들도 그 말을 듣고 亦皆心怵(역개심출) : 역시 모두 두려워서 마음이 떨리더이다. 而大運所關(이대운소관) : 그러나 큰 운수의 소관인데 何敢容力乎(하감용력호) : 어찌 감히 힘으로 해결되겠습니까?" 한다.
長老亦嗟吁不已(장로역차우불이) : 장로(長老)도 역시 탄식하기를 그만두지 못했다. 俄自中隊發炮一響(아자중대발포일향) : 잠깐 사이에 중대(中隊)로부터 대포 한 알을 쏘는 소리가 나자 四隊皆應(사대개응) : 네 개의 대열이 모두 호응하여 擂鼓伐金以助之(뢰고벌금이조지) : 북과 쇠를 울려서 도왔다. 樹上燈一一落地(수상등일일락지) : 그리하여 나무 위의 등불이 하나하나 땅에 떨어지고 窅然幽谷(요연유곡) : 아득히 깊은 골짜기에 太雲平鋪(태운평포) : 많은 구름이 내리 깔렸다. 長老入房(장로입방) : 장로는 방으로 들어와 襆其冠服(복기관복) : 관(冠)과 옷을 벗고 明燈坐室中(명등좌실중) : 등불을 밝히고 방 가운데 앉았다. 斗愕眙自失者久之(두악이자실자구지) : 두(斗)는 깜짝 놀라서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다.
翌日(익일) : 다음날 招斗謂曰(초두위왈) : 두(斗)를 불러들여 말하기를, 你旣緣薄(니기연박) : "그대는 이미 인연이 엷어서 不合久于此(불합구우차) : 여기에 오래 남아 있기에는 합당치 못하니 其下山長髮餌黃精(기하산장발이황정) : 하산(下山)하여 머리를 기르고 황정(黃精)을 먹으며 拜北斗(배북두) : 북두칠성에 절하도록 하게나. 不殺婬盜(불살음도) : 음탕한 사람이나 도둑도 죽이지 말고 不茹葷狗牛肉(불여훈구우육) : 매운 채소ㆍ소ㆍ개고기 등을 먹지 말며, 不陰害人(불음해인) : 타인을 음해(陰害)하지 않는다면 則此地上仙(칙차지상선) : 이는 곧 땅 위의 신선이네. 行脩之不息(행수지불식) : 행하고 수양하는 일을 쉬지 않는다면 亦可上昇矣(역가상승의) : 또한 승선(昇仙)도 할 수 있을 거네.
黃庭參同(황정참동) : 황정경(黃庭經)》과《참동계(參同契)》는 道家上乘(도가상승) : 《도가(道家)의 높은 교리이니 誦持不懈(송지불해) : 외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게. 而度人經(이도인경) : 《도인경(度人經)》은 乃老君傳道之書(내로군전도지서) : 노자(老子)의 도(道)를 전하는 글이고, 玉樞經(옥추경) : 《옥추경(玉樞經)》은 乃雷府諸神所尊(내뢰부제신소존) : 바로 뇌부의 여러 신들을 존숭하는 글이니 佩之(패지) : 항상 지니고 다니면 則鬼畏神欽(즉귀외신흠) : 귀신들이 두려워하고 흠앙할 것이네.
此外修心之要(차외수심지요) : 이 밖에 마음을 닦는 요체는 唯不欺爲上(유불기위상) :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 최상이 되는 것이네. 凡人一念之善惡(범인일념지선악) : 일반 사람이 한 번 선과 악을 생각하여도 鬼神布列於左右(귀신포렬어좌우) : 귀신들이 좌우에 벌려 있어 皆先知之(개선지지) : 모두를 먼저 알아내고, 上帝降臨孔邇(상제강림공이) : 상제(上帝)께서 강림(降臨)하심이 무척 가까워 作一事輒錄之於斗宮(작일사첩록지어두궁) : 하나의 일을 하면 곧바로 그걸 두궁(斗宮)에 기록하여 억제하고 報應之效(보응지효) : 응답해 주는 효과가 捷於影響(첩어영향) : 그림자나 메아리보다 더 빠른 거네.
昧者褻之(매자설지) :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 이를 업신여기고 以爲茫昧不足畏(이위망매불족외) : 꽉 막힌 하늘이니 두려울 게 없다고 하지만, 彼焉知蒼蒼上之有眞宰者操其柄耶(피언지창창상지유진재자조기병야) : 그들이 어떻게 창창(蒼蒼)한 하늘 위에 참다운 주재자(主宰者)가 처리하는 자루[柄]를 조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는가. 你忍心雖剛(니인심수강) : 자네야 참아내는 마음이 강하긴 하지만 而慾念不除(이욕념불제) : 욕념(慾念)이 제거되지 않았으니 倘或不愼(당혹불신) : 혹시라도 삼가지 않는다면 則一墜異趣(칙일추이취) : 한 차례 이단(異端)에 떨어지는 경우 曠劫受苦(광겁수고) : 끝없이 오랜 괴로움을 당할 걸세. 可無懼哉(가무구재) : 삼감이 없어서야 되겠나."하였다.
斗涕泣而受其誨(두체읍이수기회) : 두(斗)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가르침을 받고 卽告辭下山回視(즉고사하산회시) : 곧 하직하여 하산(下山)하였다. 돌아보니 則無復人居焉(칙무부인거언) :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고는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다. 展轉至臨陂(전전지림피) :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임피(臨陂)에 이르고 보니, 則舊盧無遺址(칙구로무유지) : 옛날의 집이라고는 터도 남지 않았고 田畝皆再四易主(전무개재사역주) : 전장(田莊)은 모두 2-4차례씩 주인이 바뀌었다.
又屆洛下(우계락하) : 또 서울로 가보아도 則故宅只有基(칙고댁지유기) : 옛날의 집은 터만 남아 柱礎縱橫於宿莽中(주초종횡어숙망중) : 주춧돌만이 묵은 풀 속에 종횡으로 놓여 있었다. 忍淚而歸(인루이귀) : 눈물을 삼키며 돌아오고 말았다.
常念有老實奴在海南(상념유로실노재해남) : 늘 생각하던 착실한 늙은 종이 있었는데 해남(海南)에 살며 富有田宅(부유전댁) : 충분한 전택(田宅)도 있다기에 往投之而初不識焉(왕투지이초불식언) : 찾아가 몸을 의탁하였는데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하더니 久乃認爲其主(구내인위기주) : 얼마 후에 자기 주인임을 알아차리고는 相持號慟(상지호통) : 서로 붙잡고 통곡하며 울어댔다. 空其居而處之(공기거이처지) : 그가 살던 곳을 비워 주며 거처하도록 하였다.
爲娶民家女(위취민가녀) : 상민(常民)의 딸을 아내로 맞아서 生子女各一(생자녀각일) : 아들 딸 하나씩을 낳았다. 先生雖更立家業(선생수경립가업) : 선생은 비록 다시 가업(家業)을 세웠으나 佩服師訓(패복사훈) : 스승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終始不少懈(종시불소해) : 끝까지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去隱于龍潭地(거은우룡담지) : 해남에서 떠나 용담(龍潭)의 지역에 은거하였다.
擇深谷以居(택심곡이거) : 깊은 산 골짜기를 골라서 살았으니, 爲近雉裳(위근치상) : 치상산(雉裳山)에서 冀再遏仙師計(기재알선사계) : 가까운 곳이어서 다시 선사(仙師) 만나기를 바라던 계획이었으리라. 而數十年採黃精松葉食之(이수십년채황정송엽식지) : 수십 년 동안 황정(黃精)과 솔잎을 채취하여 식사로 했으니 身日益強(신일익강) : 몸이 날이 갈수록 더욱 건강해져 鬚髮不白(수발불백) : 수염도 희지 않고 步履如飛(보리여비) : 걸음걸이도 나는 듯하였다.
萬曆戊申秋(만력무신추) : 만력(萬曆; 明 神宗의 연호) 무신년(선조 41, 1608) 가을 筠罷公州(균파공주) : 허균(許筠)이 공주(公州)에서 파직을 당하고 家扶安(가부안) : 부안(扶安)에서 살았다. 先生自古阜步訪於旅邸(선생자고부보방어려저) : 선생이 고부(古阜)로부터 도보로 나의 여관방을 찾아 주셨다. 因以四經奧旨授之(인이사경오지수지) : 그리하여 네 가지 경(經)의 오묘한 뜻을 나에게 전해 주시고, 且以遇師顚末詳言之如右(차이우사전말상언지여우) : 또 그분이 선사(仙師) 만났던 전말(顚末)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위에서와 같이 말해 주었다.
先生今年八十三(선생금년팔십삼) : 선생의 나이는 그해에 83세였으나 而容若四十六七歲人(이용약사십륙칠세인) : 얼굴은 마치 46-47세 된 사람과 같았다. 視聽精力不少衰(시청정력불소쇠) : 시력(視力)이나 청력(聽力)이 조금도 쇠약하지 않았고, 鸞瞳綠髮脩然(란동록발수연) : 톡 쏘는 눈동자나 검은 머리털이 의젓하여 如廋鶴(여수학) : 여윈 학(鶴)과 같았다. 或數日絶食不寐(혹수일절식불매) : 어떤 때는 며칠을 먹지도 않고 잠을 자지도 않으며 誦參同(송참동) : 《참동계(參同契)》나 黃庭不綴(황정불철) : 《황정경(黃庭經)》을 쉬지 않고 외곤 하였다.
輒曰(첩왈) : 간혹, 毋陰行險(무음행험) : "몰래 해로운 일을 하지 말며, 毋曰無鬼神(무왈무귀신) : 귀신이 없다고 말하지 말게. 行善積德(행선적덕) : 착한 일을 행하고 덕을 쌓으며 絶慾煉念(절욕련념) : 욕심을 끊고 마음을 단련한다면 則上仙可立致(칙상선가립치) : 상선(上仙)의 극치를 세울 수 있으며, 鸞鶴不日下迎矣(란학불일하영의) : 난새[鸞]와 학(鶴)이 며칠 사이에 내려와 맞아줄 것이네."하였다.
不佞見先生飮啖食息如平人(불녕견선생음담식식여평인) : 나는 선생의 음식ㆍ거처가 보통 사람과 같음을 보고서 怪之(괴지) : 이상하게 여겼더니, 先生曰(선생왈) : 선생은, 吾初擬飛昇(오초의비승) : "내가 처음에는 비승(飛昇)하리라 여겼는데 而欲速不果成(이욕속불과성) : 빨리 이루고 싶어하다가 이루지를 못하고 말았네. 吾師旣許以地上仙(오사기허이지상선) : 우리 스승님께서 이미 지상의 신선은 되었으니 勤脩則八百歲可期矣(근수칙팔백세가기의) : 부지런히 수련하면 8백 세의 나이는 기약할 수 있다고 허락하셨네. 近日山中頗苦閑寂(근일산중파고한적) : 요즘 산중(山中)이 너무 한가하고 적막하여 下就人寰(하취인환) : 속세로 내려왔으나 則無一個親知(칙무일개친지) : 아는 사람 한 사람 없을뿐더러, 到處年少輩輕其老醜(도처년소배경기로추) : 가는 곳마다 젊은이들이 나의 늙고 누추함을 멸시하여 了無人間興味(료무인간흥미) : 인간의 재미라고는 전혀 없네.
人之欲久視者(인지욕구시자) : 사람이 오래도록 보고 싶어하는 것이란 原爲樂事(원위악사) : 본래 즐거운 일인데, 而悄然無樂(이초연무악) : 쓸쓸하고 즐거움이라고는 없으니 吾何用久爲(오하용구위) : 내가 왜 오래 살려고 하겠는가? 以是不禁煙火(이시불금연화) : 이 때문에 속세의 음식을 금하지 않고 抱子弄孫以度餘年(포자롱손이도여년) : 아들을 안고 손자를 재롱부리게 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乘化歸盡(승화귀진) : 승화(乘化)하여 깨끗이 돌아가 以順天所賦也(이순천소부야) : 하늘이 주신 바에 순종하려네.
君有仙才道骨(군유선재도골) : 그대야말로 선재(仙才)와 도골(道骨) 있으니 力行不替(력행불체) : 힘써 행하고 쉬지 않는다면 眞仙去君何遠哉(진선거군하원재) : 진선(眞仙)이 되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네. 吾師嘗許我以忍(오사상허아이인) : 우리 스승께서 일찍이 나에게 인내력이 있다고 하셨는데 不能忍而至是(불능인이지시) : 참아 내지를 못하고 이 지경이 되었네. 忍之一字(인지일자) : 인(忍)이라는 글자 하나는 仙家妙訣(선가묘결) : 선가(仙家)의 오묘한 비결(祕訣)이니 君亦愼持勿墜也(군역신지물추야) : 그대 또한 삼가 지니고 놓치지 말게나." 하였다.
留數旬(류수순) : 얼마 동안 머무시다가 拂衣辭去(불의사거) :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떠나갔으니, 人言其還向龍潭云(인언기환향룡담운) : 사람들은 그가 용담(龍潭)으로 다시 갔다고들 하였다.
許子曰(허자왈) : 허균(許筠)은 논한다. 傳言東人尙佛不尙(전언동인상불불상도) : 전해오는 말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교(佛敎)는 숭상했어도 도교(道敎)는 숭상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다. 自羅逮鮮數千載(자라체선수천재) : 신라 시대부터 조선(朝鮮)에 이르기까지 몇천 년이 지났으나 未聞有一人得道仙去者(미문유일인득도선거자) : 득도(得道)하여 신선되어 간 사람이 있음을 듣지 못했다. 其果徵哉(기과징재) : 그렇다면 전해오는 말이 과연 징험이 되는 말이랴. 然以余所覩南宮先生言之(연이여소도남궁선생언지) : 그러나 내가 보았던 남궁 선생(南宮先生)으로 말한다면 可異焉(가이언) : 이상할 수밖에 없다. 先生所師者果何人(선생소사자과하인) : 선생이 스승으로 여겼던 분은 과연 어떤 사람이고, 而得於相師者(이득어상사자) : 상(相) 보는 사람에게 알아냈다는 것도 未必的然可信(미필적연가신) : 결코 확실히 믿을 만한 것은 못 되며, 所悅亦未必盡然(소열역미필진연) : 말했던 것들도 역시 모두 그렇지만은 않으리라. 要之影響之間也(요지영향지간야) : 요컨대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실체 없는 소리이리라. 但以先生年貌看之(단이선생년모간지) : 다만 선생의 나이와 용모로 본다면 非眞能得道者耶(비진능득도자야) : 참으로 득도(得道)할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닐 것인지. 那能八十而若是康健耶(나능팔십이약시강건야) : 어찌하여 80의 나이이고도 그처럼 건강했으랴. 此又不可決以爲實無是事也(차우불가결이위실무시사야) : 이건 또 도교 숭상하는 일이 실제로 없었다고 결정내릴 수도 없으리라. 噫其奇哉(희기기재) : 아아, 그거야말로 기이하도다. 我國僻在海外之遐(아국벽재해외지하) : 우리나라가 궁벽한 바다 밖 멀리에 있어 氣之士如羨門安期(기지사여선문안기) : 뛰어난 은사(隱士)로 선문자(羨門子)나 안기생(安期生)과 같은 분들이 드물었으나 而巖石間乃有此異人(이암석간내유차이인) : 암석(巖石)의 사이에 그러한 이인(異人)이 있어 累千百年(루천백년) : 여러 천백 년 만에 俾先生一得遇之(비선생일득우지) : 남궁 선생으로 하여금 만날 수 있게 하였으니 孰謂偏壤而無其人耶(숙위편양이무기인야) : 그 누가 '좁은 지역이니 그러한 인물이 없다.'라고 말하랴. 達道則仙(달도칙선) : 도(道)에 통달하면 신선이고 昧道則凡(매도칙범) : 도에 몽매하면 범인이다. 傳所言者與耳食奚殊(전소언자여이식해수) : 전해진다는 말이 이식과 무엇이 다르리오. 使先生毋望其速成(사선생무망기속성) : 선생으로 하여금 빨리 이루려던 욕망이 없게 하여 卒收爐鼎之效(졸수로정지효) : 끝내 단련하던 효과를 거둘 수 있게만 했다면 則彼羨門安期(칙피선문안기) : 저들 선문자ㆍ안기생과 어깨를 맞대고 亦何難拍肩而等夷之(역하난박견이등이지) : 나란히 맞서기에 무슨 어려움이 있었으랴. 唯其不忍(유기불인) : 다만 그분이 참아 내지 못하여 以敗垂成之功(이패수성지공) : 다 이루어진 공(功)을 실패하고 말았으니 嗚呼惜哉(오호석재) : 오호, 애석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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