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扶安倡桂生工詩善謳彈。

부안(扶安)의 창기 계생(桂生)은 시에 솜씨가 있고 노래와 거문고에도 뛰어났다.

有一太守狎之。去後邑人立碑思之。

한 태수가 그녀와 가깝게 지냈다. 후에 태수가 떠난 뒤에 읍의 사람들이 그를 생각하며 비를 세웠다.

一夕佳月生。彈琴於碑石上。遡而長歌。

계생이 달밤에 그 비석 위에서 거문고를 타고 하소연하며 길게 노래했다.

李元亨者過而見之。作詩曰。

이원형(李元亨)이라는 자가 지나다가 이를 보고 시를 짓기를,

一曲瑤琴怨鷓鴣。일곡요금원자고。

荒碑無語月輪孤。황비무어월륜고。

峴山當日征南石。현산당일정남석。

亦有佳人墮淚無。역유가인타루무。

한 가락 요금(瑤琴)은 자고새를 원망하나

묵은 비(碑)는 말이 없고 달만 덩실 외롭네

현산(峴山)이라 그날 양호(羊祜)의 비석에도

눈물을 떨어뜨린 가인(佳人)이 있었던가

時人謂之絶倡。

당시 사람들이 이를 절창이라 했다.

李余館客也。自少與余及李汝仁同處。故能爲詩。

이원형은 우리 집에 관객(館客)이었다. 어릴 적부터 나와 이여인(李汝仁)과 함께 지냈던 까닭에 시를 할 줄 알았다.

他作亦有好者。石洲喜其人而稱之。

다른 작품 또한 좋은 것이 있으며, 석주(石洲) [권필(權韠)의 호]가 그를 좋아하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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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少日。見鄭百鍊。

젊었을 적에 정백련(鄭百鍊)을 만나 본 일이 있었다.

自言病而遇鬼。能作絶句。

그때 그가 병이 들어 귀신을 만났는데 귀신이 절구를 지을 줄 알더라고 말했다.

其最警絶曰。

그의 시 중 가장 좋은 것으로,

酒滴春眠後。주적춘면후。

花飛簾拳前。화비렴권전。

人生能幾許。인생능기허。

悵望雨中天。창망우중천。

봄 잠을 자고 나서 술을 따르니

발 걷은 앞에서 꽃은 날리네

인생이 얼마나 된단 말가

비 내리는 하늘 슬피 바라보노라

又曰。

또한 말하길,

萬里鯨波海日昏。만리경파해일혼。

碧桃花影照天門。벽도화영조천문。

鸞驂一息空千載。란참일식공천재。

緱嶺靈簫半夜聞。구령령소반야문。

만리라 거센 파도에 바다 해는 저무는데

벽도꽃[碧桃花] 그림자는 하늘 문에 비치네

난새 수레 한 번 가서 천년이나 고요터니

후령(緱嶺)의 영소(靈簫) 소리 한밤중에 들리네

其音韻瀏幽。自非人間語。

그 음운이 맑고 그윽하여 인간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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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羽士田禹治。人言仙去。其詩甚淸越。

우사(羽士) 전우치(田禹治)는 사람들의 말에 신선이 되어 올라갔다고 하며 그의 시는 매우 청월(淸越)하다.

嘗游三日浦作詩曰。

일찍이 삼일포(三日浦)에서 지은 시에,

秋晩瑤潭霜氣淸。추만요담상기청。

天風吹下紫簫聲。천풍취하자소성。

靑鸞不至海天闊。청란불지해천활。

三十六峯明月明。삼십륙봉명월명。

늦가을 맑은 못에 서리 기운 해맑은데

공중의 퉁소 소리 바람 타고 내려오네

푸른 난(鸞)은 오지 않고 하늘 바다 넓으니

서른여섯 봉우리에 가을 달은 밝도다

讀之爽然。

이를 읽노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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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家姊蘭雪一時。有李玉峯者。卽趙伯玉之妾也。

나의 누님 난설헌(蘭雪軒)과 같은 때에 이옥봉(李玉峯)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조백옥(趙伯玉) [백옥은 조원(趙瑗)의 자]의 첩이다.

詩亦淸壯。無脂粉態。

그녀의 시 역시 청장(淸壯)하여 지분(脂粉)의 태가 없다.

寧越道中作詩曰。

영월(寧越)로 가는 도중에 시를 짓기를,

五日長關三日越。오일장관삼일월。

哀歌唱斷魯陵雲。애가창단로릉운。

妾身亦是王孫女。첩신역시왕손녀。

此地鵑聲不忍聞。차지견성불인문。

오일 간은 장간(長干)이요 삼일 간은 영월(寧越)이니

노릉(魯陵)의 구름에 슬픈 노래 목이 메네

첩의 몸도 이 또한 왕손(王孫)의 딸이라

이곳의 두견 소린 차마 듣지 못할레라

含思悽怨。與李益之

품은 생각이 애처롭고 원한을 띠어 익지[손곡 이달]의,

東風蜀魄苦。동풍촉백고。

西日魯陵寒。서일로릉한。

동풍에 촉제(蜀帝) 혼 괴롭고

석양에 노릉은 싸늘하네

之句。同一苦調也。

라는 시구와 한가지로 쓰라린 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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