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강향고인우집객사(江鄕故人偶集客舍)-대숙륜(戴叔倫)

객사에서 친구들과 우연히 모이다

 

天秋月又滿,(천추월우만), 때는 가을, 달은 또 보름달

城闕夜千重.(성궐야천중). 성의 높은 궁궐에 밤이 깊다

還作江南會,(환작강남회), 강남에서 모이게 되다니

翻疑夢里逢.(번의몽리봉). 생각하면 꿈속에서 만난 것 같아

風枝驚暗鵲,(풍지경암작), 어둠 속 까마귀는 나뭇가지의 바람에 놀라고

露草覆寒蛩€.(노초복한공). 가을 귀뚜라미 소리는 이슬 맺힌 풀에 가리었다

羈旅長堪醉,(기려장감취), 우리는 나그네 신세, 오늘 한껏 취해보세

相留畏曉鐘.(상류외효종). 같이 있자니 새벽 종소리 두려워라

 

 

[안병렬 역]

 

144 대숙륜(戴叔倫)

객사에서 벗들과 우연히 모이다

 

가을날

달 또한 보름이고

성곽 높은 궁궐엔

밤이 천겹으로 깊었다.

 

오히려

강남에서 모이다니

꿈속에서 만났는가

의심이 간다.

 

바람 부는 나뭇가지

밤 까마귀 깨우고

이슬에 젖은 풀

차가운 귀뚜라미 소리로 덮인다.

 

나그네 생활에

길이 취할지니

함께 머무르니

새벽 종소리 두려워라.

 

143 궐제(闕題)-유신허(劉眘虛)

무제(無題)

 

道由白雲盡

(도유백운진) : 길은 흰 구름 속으로 멀어지고

春興淸溪長

(춘흥청계장) : 봄날은 흥겹고 맑은 개울 길기도 하네

時有洛花至

(시유낙화지) : 가끔씩 떨어진 꽃잎이 날아와

遠隨流水香

(원수유수향) : 멀리 물 따라 흘러 향기로워라

閒門向山路

(한문향산로) : 조용한 대문은 산길을 향하여 나있고

深柳讀書堂

(심류독서당) : 깊숙한 버드나무 속에는 독서당 보이네

幽映每白日

(유영매백일) : 그윽한 곳 비추는 언제나 밝은 햇볕

淸輝照衣裳

(청휘조의상) : 그 맑은 빛이 나의 옷을 비추어 주네

 

 

[앙병렬 역]

 

 143 劉眘虛(유신허)

 無題

 

 길은

 흰구름으로 다하고

 봄은

 푸른 시내와 함께 길다.

 

 때때로

낙화가 이르니

멀리

흐르는 물 따라와 향기롭다.

 

朝山의 작은 길엔

한가한 문이요

글 읽는 서당엔

짙푸른 버들이라.

 

나뭇잎

밝은 해 가리어도

새어나온 햇볕

옷을 비춘다.

 

 

142 酬程延秋夜卽事見贈(수정연추야즉사견증)-韓翃(한굉)

정연의 추야즉사받아보고 화답하다-韓翃(한굉)

 

長簟迎風早,(장점영풍조), 긴 대나무 일찍 바람을 맞고

空城澹月華.(공성담월화). 텅 빈 성에는 달빛만 가득하다

星河秋一雁,(성하추일안), 가을하늘 은하수에 한 마리 기러기

砧杵夜千家.(침저야천가). 한밤에 다듬질 소리 집집마다 들려온다

節候看應晩,(절후간응만), 절후는 응당 가을이 늦은데

心期臥亦賖.(심기와역사). 마음 약속에 잠도 오지 않는다

向來吟秀句,(향내음수구), 밤 내내 그대의 빼어난 시 읊다가

不覺已鳴鴉.(부각이명아). 어느새 갈가마귀 우는 소리 듣는다

 

 

[안병렬 역]

 

142 한굉(韓翃)

정연의 <추야즉사>를 받고 이에 화답하다

 

길죽한 대나무 가지

이른 바람 맞고

텅 빈 성에는

달빛도 담박하다.

 

은하수 가을 밤에

기러기 한 마리 날고

다듬잇소리 한밤에

일천집에서 난다.

 

절후로 보아서는

응당 가을이 늦은데

마음의 기약으로

잠 또한 오지 않네.

 

줄곧 그대의

빼어난 시구 읊다가

어느 새 새벽의

갈가마귀 소리 듣는다.

 

141 부득모우송리주(賦得暮雨送李冑)-위응물(韋應物;737-804)

비 내리는 저녁에 이주을 보내며 시를 짓다

 

楚江微雨裏,(초강미우리),초강에 내리는 가랑비 속

建業暮鐘時.(건업모종시).건업엔 저녁 종 우리는 시간

漠漠帆來重,(막막범내중),아득하여 돛단배 돌아옴이 무겁고

冥冥鳥去遲.(명명조거지).어둑하여 새들 날아감이 느리다

海門深不見,(해문심부견),바다 입구는 깊어 보이지 않고

浦樹遠含滋.(포수원함자).포구의 나무는 멀리 빗 기운 머금었다

相送情無限,(상송정무한),서로 떠나보냄에 정이 깊어

沾襟比散絲.(첨금비산사).눈물이 옷깃을 적셔 흩어진 실인 듯하여라

 

 

[안병렬 역]

 

141 위응물(韋應物;737-804)

비 내리는 저녁에 이주를 보내며 시를 짓다

 

초강에

가랑비 내리는데

건업에

저녁 종소리 들린다.

 

 

나란히 돛단배

무거이 돌아오면

어둑하여도 새들은

돌아감이 느리다.

 

바다문은 깊어

보이지 않고

포구의 나무는

멀리 비 기운 머금었다.

 

이 비도 그대 보냄에

무한한 정이 있는 듯

옷깃을 적셔

흐트러진 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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