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최전 언침(崔澱 彦沈 언침은 자)이 신동(神童)이란 이름이 있었다.

어려서 금강산에 노닌 적이 있었는데 그 길로 영동(嶺東) 산천을 구경하고

경포대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蓬壺一入三千年 봉호일입삼천년

銀海茫茫水淸淺 은해망망수청천

鸞笙今日獨飛來 란생금일독비래

碧桃花下無人見 벽도화하무인견

봉래산 한번 들어 삼천 년을

은바다 아득아득 물은 맑고 얕아라

난새 타고 피리 불며 오늘 홀로 날아왔건만

벽도화 꽃그늘에 님은 아니 보이네

중형이 그 시를 매우 칭찬하고 그 운자에 이어 읊기까지 하였는데,

그는 불행히도 일찍 죽었다.

전(澱)의 호는 양포(楊浦)니 해주인(海州人)으로 진사(進士)였다.

양포(楊浦)의 늙은 말[老馬]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老馬枕松根 노마침송근

夢行千里路 몽행천리로

秋風落葉聲 추풍낙엽성

驚起斜陽暮 경기사양모

늙은 말 솔뿌리 베고 누워

꿈결에 천리길 가네

가을바람 나뭇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니 지는 해가 뉘엿뉘엿

어복등(魚腹燈)에 제한 시는 다음과 같다.

楚水流無極 초수유무극

靈均怨不平 영균원불평

至今魚腹裏 지금어복리

留得寸心明 유득촌심명

멱라수는 흘러 흘러 끝이 없는데

굴원(屈原)은 불평을 원망했네

지금 물고기 뱃속에서도

속마음 밝은 것은 간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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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송익필(宋翼弼)이란 자도 시를 잘하니, 그의 산설(山雪)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連宵寒雪壓層臺 연소한설압층대

僧在他山宿未廻 승재타산숙미회

小閣殘燈靈籟靜 소각잔등영뢰정

獨看明月過松來 독간명월과송래

밤새도록 내린 찬 눈 층대에 수북 쌓였는데

다른 산에 묵은 주승 돌아오질 않았네

등잔불 깜박이는 작은 절집 신령한 바람 고요한데

소나무 스쳐오는 밝은 달 홀로 보네

구격(句格)이 맑고 뛰어나니, 어찌 사람의 지체로서 어찌 그 좋은 말까지 무시할 것인가.

송익필(宋翼弼)의 자는 운장(雲長), 호는 귀봉(龜峯)으로 흉인(凶人) 사련(祀連)의 아들이다.

본디 사천(私賤)의 자식이나, 문학의 조예가 뛰어나서

우계(牛溪) 성혼(成渾),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서로 친했다.

아우 한필(翰弼)은 자는 사로(師魯), 호는 운곡(雲谷)인데 역시 시를 잘했다.

익필(翼弼)의 저물녘 남계에 배를 띄우다[南溪暮泛]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迷花歸棹晩 미화귀도만

待月下灘遲 대월하탄지

醉裏猶垂釣 취리유수조

舟移夢不移 주이몽불이

꽃에 홀려 돌아오기 하마 늦었고

달 뜨기 기다리다 여울 내려오기 머뭇거렸네

거나한 가운데도 낚싯대 드리우니

배는 흘러가도 꿈은 그대로

한필(翰弼)의 우음시(偶吟詩)는 다음과 같다.

花開作日雨 화개작일우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어제 비엔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그 꽃 지는구나

애닯다 한철 봄이

비바람 속에 오고 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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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상사(上舍) 정지승(鄭之升)이 시를 잘했는데

임자순(林子順) [자순은 임제(林悌)의 자]의 무리가 몹시 추장하였다.

세상에 전하는 한 편 시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草入王孫恨 초입왕손한

花添杜宇愁 화첨두우수

汀洲人不見 정주인불견

風動木蘭舟 풍동목란주

돋아나는 풀잎 속에 왕손의 한 스며들고

피어나는 꽃잎따라 두견이 시름을 더하누나

물가엔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바람에 목란배만 일렁이누나

스님을 전송하다[送僧]란 시는 다음과 같다.

爾自西歸我亦西 이자서귀아역서

春風一杖路高低 춘풍일장노고저

何年明月逍遙寺 하년명월소요사

共聽東林杜宇啼 공청동림두우제

당신은 서에서 돌아오고 나는 또 서로 가니

봄바람 한 지팡이 가는 길은 높고 낮네

그 언제 달 밝은 밤 소요사에서

동녘 숲 두견이 울음 함께 들을꼬

또 한 연(聯)은 다음과 같다.

客去閉門惟月色 객거폐문유월색

夢廻虛岳散松濤 몽회허악산송도

손이 돌아가자 문을 닫으니 남은 건 달빛뿐

꿈 깨자 빈 산엔 흩어지느니 솔바람 소리

그 전집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지승(之升)의 자는 자신(子愼), 호는 총계(叢桂)

온양인(溫陽人)으로 정렴(鄭)의 조카이다. 벼슬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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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학관(學官) 양대박(梁大樸)은 시를 잘하며 순평하고 전아하였다.

일찍이 자기의 한 연구를 자랑하였는데,

山鬼夜窺金井火 산귀야규금정화

水禽秋宿石塘煙 수금추숙석당연

산귀신은 밤마다 금정불을 엿보고

물새는 가을이라 석당 연기에 잠들었네

하였으니, 시구가 절로 좋다.

대박(大樸)의 자는 사진(士眞), 호는 청계(淸溪) 남평인(南平人)으로 벼슬은 학관(學官)이었다.

임진년 왜란 때 고제봉(高霽峯)을 따라 의병을 일으키고 무기며 군량을 모두 자기집에서 대었다.

군중에서 병으로 죽자 병조 판서를 증직하고 시호를 충장(忠壯)으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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