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강릉부에서 구경할 만한 곳으로는 경포대(鏡浦臺)가 으뜸이요 한송정(寒松亭)이 다음간다.

이곳을 구경하는 사신(使臣)이 하 많은데도, 사람 입에 전파된 가구(佳句)ㆍ경어(警語)가 하나도 없으니, 이 어찌 묘사할 절경(絶景)이 너무나 무궁해서가 아니겠는가.

두로[杜老 두보(杜甫)를 가리킴]나 맹양양[孟襄陽 맹호연(孟浩然)을 말함]이 이 경치를 본다면,

吳楚東南坼 오초동남탁

乾坤日夜浮 건곤일야부

오와 초는 동남으로 트였고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떠 있도다

라든지, 또

氣蒸雲夢澤 기증운몽택

波撼岳陽城 파감악양성

운몽택엔대기가 찌는 듯하여

파도가 악양성을 뒤흔드네

등의 구절이 반드시 현판에 걸렸을 터인데,

우리나라 인재는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또한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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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강릉부(江陵府)는 옛 명주(溟州) 땅인데,

산수의 아름답기가 조선[東方]에서 제일이다.

산천이 정기를 모아가지고 있어 이인(異人)이 가끔 나온다.

국초(國初)의 함동원(咸東原)의 사업이 역사에 실려 있고,

참판 최치운(崔致雲) 부자의 문장과 절개가 또한 동원(東原)만 못지 않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호)은 천고에 동떨어지게 뛰어났으니,

온 천하에 찾아보더라도 참으로 찾아볼 수 없으며,

원정(猿亭) 최수성(崔壽城) 또한 뛰어난 행실로 일컬어지고,

중종조의 어촌(漁村) 심언광(沈彦光)과 최간재(崔艮齋)의 문장이 세상에 유명하다.

요즘 이율곡(李栗谷) 또한 여느 사람과는 다르다.

우리 중씨(仲氏)와 난설헌 또한 강릉의 정기를 받았다 할 수 있다.

현재는 최운보(崔雲溥) 이후에는 등과(登科)한 사람이 없어,

이인(異人)이나 문인[翰士]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과거한 선비는 전혀 볼 수 없으니,

또한 극히 성했다가는 쇠해지는 것이 만물의 이치인가보다.

동원(東原)의 이름은 부림(傅霖), 호는 난계(蘭溪)이며, 강릉인

인데, 벼슬은 대사헌(大司憲)이고, 시호는 정평(定平)이다.

치운(致雲)의 자는 백경(伯卿), 호는 경호조은(鏡湖釣隱)이며, 강릉인인데, 벼슬은 이조 참판이다.

그의 아들은 이름이 응현(應賢), 자는 보신(寶臣), 호는 수재(睡齋)이며, 벼슬은 대사헌이다.

간재(艮齋)의 이름은 연, 자는 연지(演之)이며, 강릉인인데, 벼슬은 참찬이고 시호는 문양(文襄)이다.

운보(雲溥)의 자는 대중(大仲)인데, 연지의 당질(堂姪)이다. 아버지 해(瀣)는 벼슬이 한림(翰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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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박사(博士) 김질충(金質忠)이 병이 위독하기 하루 전에 지은 시에

三年藥力人猶病 삼년약역인유병

一夜雨聲花盡開 일야우성화진개

삼년이나 약 먹고도 사람은 아직 앓고

하룻밤 빗소리에 꽃은 활짝 피었구나

하였으므로, 학사(學士) 김홍도(金弘度)가 보고는,

“김모(金某)가 얼마 안 가서 세상을 뜨겠다.”

하더니 이튿날 새벽에 돌아갔다.

질충(質忠)의 자는 직부(直夫)이고 광주인(光州人)으로 벼슬은 호조 좌랑이다.

홍도(弘度)의 자는 중원(重遠)이고 호는 남봉(南峯)이며 안동인(安東人)으로 벼슬은 전한(典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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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우리나라 아낙네로서 시 잘하는 사람이 드문 까닭은, 이른바 ‘술 빚고 밥 짓기만 일삼아야지, 그 밖에 시문(詩文)을 힘써서는 안 된다.’ 해서인가? 그러나 당인(唐人)의 경우는 규수로서 시로 이름난 이가 20여 인이나 되고 문헌 또한 증빙할 만하다. 요즘 와서 제법 규수 시인이 있게 되어 경번(景樊 허난설헌의 호)은 천선(天仙)의 재주가 있고 옥봉(玉峯) 또한 대가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선비인 정문영(鄭文榮)의 아내가 남편 대신 남에게 준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風露瑤臺十二層 풍로요대십이층

步虛聲斷綵雲稜 보허성단채운능

松間欲寄相思字 송간욕기상사자

多病長卿臥茂陵 다병장경와무능

바람 불고 이슬 내린 열두 층 요대에

아롱진 구름 모롱이에 도사(道士)의 경 읽는 소리 끊기었네

솔숲 새에 그립단 말 부치고파도

병꾸러기 장경은 무릉에 누웠다네

생원(生員) 신순일(申純一)의 아내가 글 잘하고 시 잘 지었는데 절구 한 수가 전하고 있으니 다음과 같다.

雲險天如水 운험천여수

樓高望似飛 누고망사비

無端長夜雨 무단장야우

芳草十年思 방초십년사

구름은 험상궂고 하늘은 물같은데

높은 다락 곧 날 듯하네

무단히 밤새 내리는 비에

십년이라 그리운 서방님 생각

양 부사(楊府使)의 첩도 시를 잘했는데 추한시(秋恨詩)는 다음과 같다.

秋風摵摵動梧枝 추풍색색동오지

碧落冥冥雁去遲 벽낙명명안거지

斜倚綺窓人不見 사의기창인불견

一眉新月下西墀 일미신월하서지

우수수 가을 바람 오동 가지 흔들고

하늘은 까마득 기러기 낢도 더디어라

깁창에 기댔어도 사람 하나 안 보이고

눈썹 같은 초생달만 서녘 섬돌에 내리네

또한 모성(某姓)의 아내라고 전하는 이의 시는 다음과 같다.

幽磵冷冷月未生 유간냉냉월미생

暗藤垂路少人行 암등수로소인행

村家知在前峯外 촌가지재전봉외

淡霧疏星一杵鳴 담무소성일저명

그윽한 시내는 서늘만 하고 달은 아직 안 떴는데

충충한 등 덩굴 길에 드리웠고 다니는 이는 드물어라

촌집은 정녕 맞은편 봉우리 너머려니

엷은 안개 성긴 별빛 속에 외방앗소리 들려라

송강(松江) 정 상공(鄭相公 이름은 철(澈))의 소실이 남편의 호색(好色)을 간한 시는 다음과 같다.

都憲官非下 도헌관비하

忠誠聖主知 충성성주지

徒將經國手 도장경국수

日日對蛾眉 일일대아미

도헌 벼슬 낮지도 않고

그 충성 나랏님도 아시는 터인데

나라를 경륜할 솜씨를 가지고

부질없이 날마다 기녀(妓女)만 마주하시다니

사문(斯文) 권붕(權鵬)의 계집종은 이름이 금가(琴哥)인데 또한 글을 알아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長興洞裏初分手 장흥동리초분수

乘鶴橋邊暗斷魂 승학교변암단혼

芳草夕陽離別後 방초석양이별후

落花何處不思君 낙화하처불사군

장흥동에서 처음 헤어지고는

승학교 가에선 남몰래 애가 끊겼다오

해질 무렵 방초에서 헤어진 후론

꽃지는 그 어디에선들 임 생각 안 했으리

이런 작품은 이루 다 손으로 꼽을 수가 없다. 문풍(文風)의 성함이 당 나라 사람에게도 부끄럽지 않으니 또한 국가의 한 성사(盛事)이다.

순일(純一)은 충경공(忠敬公) 신점(申點)의 아들로 벼슬은 군수이다. 아내는 이씨니 군수 경윤(景潤)의 딸이다.

양 부사(楊府使)의 이름은 사언(士彦)이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자는 계함(季涵)이고 연일인(延日人)이다. 벼슬은 좌의정에 이르렀고 시호는 문청(文淸)이다.

붕(鵬)의 자는 경유(景游)인데 안동인(安東人)이다. 찬성(贊成) 정응두(丁應斗)의 사위이며 벼슬은 대사간(大司諫)에 이르렀다.

송강의 우야시(雨夜詩)에,

寒雨夜鳴竹 한우야명죽

草蟲秋近牀 초충추근상

流年那可住 유년나가주

白髮不禁長 백발불금장

차가운 밤비는 대숲에 후두둑 떨어지고

가을 들자 풀벌레 침상으로 다가오네

흐르는 세월을 어이 머무르게 하며

자라는 백발을 어이 말리리

라고 하였고,

통군정시(統軍亭詩)에는

我欲過江去 아욕과강거

直登松鶻山 직등송골산

西招華表鶴 서초화표학

相與戲雲間 상여희운간

강 건너 가서

곧장 송골산에 오르고 싶네

서녘 화표주의 학을 불러

구름 사이에 함께 노닐고지고

라고 하였으며,

의월정시(宜月亭詩)에는

白嶽連天起 백악연천기

城川入海遙 성천입해요

年年芳草路 년년방초로

人渡夕陽橋 인도석양교

백두산은 하늘에 연달아 솟고

성 외호의 물은 바다에 깊숙이 들어가네

해마다 꽃다운 풀길 위로

해지는 다리를 건너들 간다

라고 하였고,

추야시(秋夜詩)에는

蕭蕭落葉聲 소소낙엽성

錯認爲疏雨 착인위소우

呼童出門看 호동출문간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우수수 잎 떨어지는 소리

후둑이는 성긴 비 인줄 알았네

아이 불러 문 밖에 나가보라니

시내 남녘 나무에 달 걸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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