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거룩한 수행자인 장로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듣지 못하였던 법을 듣고, 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먼 훗날에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수기 주심을 듣고 감탄하여 뛸듯이 기뻐하였다.
2장 뜻을 펴서 믿게 하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걷어 올리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일심으로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대중 가운데 상수로서 나이가 들어 육신이 노쇠하니 저희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세속적인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를 얻었기 때문에 더 할 일이 없다.」하여 다시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구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세존께서 오래전부터 저희들을 위해 법을 설해 주셨지만 저희들은 그때 설법을 듣는 자리에 있으면서 몸이 피곤하여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으른 마음을 일으킨 나머지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오로지 공에 의해 생긴 것으로 원래부터 형상이 없으며 그 실상의 세계는 인연의 조작을 넘어선 상주 불변의 존재이다.」하는 따위의 생각에만 사로 잡혔을 뿐, 보살의 법과 신통에 즐거워함과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함과 중생을 성취시키는 일은 마음에 즐거워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저희들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삼계에서 벗어나 편안한 경지인 열반을 얻도록 하셨으며, 또 저희들이 나이 이미 늙어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려고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설하시는 것을 보았지만, 저희들은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동경과 서원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나이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들에게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 주심을 직접 듣고 마음이 크게 기뻐 지금까지 전혀 경험치 못한 즐거움을 얻었나이다. 지금 뜻밖에 아주 드문 법을 들으니 매우 기쁘고 즐거우며, 크고 좋은 이익을 얻으니 구하지 아니한 한량없는 진귀한 보배를 저절로 얻은 것과 같나이다.
3장 비유하여 경사를 설하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뜻을 밝히겠나이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가서 오래 살다보니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이 지나갔나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가난하여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며 옷과 밥을 구하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가게 되었나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고 찾아 다니다가 만나지 못하고 하는 수없이 어느 도시에 머물러 살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는 부자여서 재물이 한량없으니, 금·은·유리·산호·호박·파려·진주 등이 창고마다 가득하엿고, 남종·여종·상노·고용인·사무원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말·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고,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치어서 장사꾼과 고객이 매우 많았나이다.
그때, 아주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나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 오십여 년이 지난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오직 혼자 마음속으로 한탄하고 걱정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늙고 자식은 없으니 만일 죽게 되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은의 진귀한 보배를 누구에게 전해줄 것인가.」 하면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 주게 되면 마음이 기뻐서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으리라.」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때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앞에 이르렀나이다.
아들이 대문 앞에서 멀리 집안을 살펴보니 보기에도 고귀한 분이 좋은 의자에 걸터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신분이 높은 바라문과 왕족과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며 둘러서서 모셨으며, 천만 냥이나 되는 값진 진주·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총채를 들고 좌우에 서서 시중들고 있었으며, 좋은 천으로 지어진 천막으로 위를 덮고 아름다운 깃발을 많이 드리웠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아름다운 꽃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늘어놓고 내어주고 받아들이는 이러한 장엄한 일들이 위엄과 덕이 높아 보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이곳에 온 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저분은 틀림없이 왕이거나 혹은 왕족일 것이다. 그러니 이곳은 내가 품팔이할 곳이 아니로다. 차라리 가난한 마을에 가서 열심히 일을 하여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구하는 것이 낫겠구나. 만일 이곳에서 오래 머물다가 혹 눈에 띄어 붙들리게 되면 나를 잡아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겠구나.」하고는 빨리 달아났나이다.
이때, 대부호 장자는 사자좌에서 자기 아들을 즉시 알아보고 마음이 너무 기뻐서 곧 생각하기를 「나의 창고마다 가득찬 재물을 이제는 전해줄 사람이 있구나! 내가 항상 이 아들만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만날수가 없더니, 이제 스스로 찾아 왔으니 내가 원하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도다. 나는 비록 늙었으나 재산을 아끼는 마음은 변함이 없노라.」하고 곧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하였나이다.
그때, 심부름꾼이 뛰어가서 잡으니 그 빈궁한 아들이 놀라서 크게 외치기를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어찌하여 붙들어 가나이까.」하였나이다. 심부름꾼이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데려오려 하니, 그때 빈궁한 아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아무런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반드시 죽이려는 것이다.」 그러자 더욱 놀랍고 무서워서 그만 땅에 넘어져 기절해 버렸나이다.
아버지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심부름꾼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 올 것은 없다. 그 얼굴에 냉수라도 끼얹어 깨어나게 하고 제정신이 들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였나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작고 못난 줄을 알고, 자기와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과는 어려워서 가까이 할 수 없음을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자기 아들인 줄 알지마는 방편을 써서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아들이란 말을 하지 않고 심부름꾼을 시켜 말하기를 「내가 이제 놓아줄 터이니 너의 마음대로 가거라.」 하였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어느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구하였나이다.
그때, 장자는 그 아들을 타일러서 데려오려고 방편을 써서 모양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사람을 은밀히 보내며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너희들은 거기에 가서 가난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품삯은 다른 데보다 배로 준다고 하여라. 만약 가난한 사람이 허락하면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만일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거름을 치우는 일이라 말하고 우리 두 사람도 그대와 함께 일을 한다고 하여라.」
이때, 두 사람은 즉시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보고 시키는 대로 말하였나이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이 그들을 따라가 선금을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는 불쌍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였나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창문으로 아들을 바라보니 몸은 말라 야위었고 흙과 오물이 온몸에 가득하여 더럽고 불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지라, 아버지는 곧 진주목걸이와 좋은 의복과 장신구를 벗어버리고 허름하고 때묻은 옷으로 갈아 입고, 흙과 먼지를 몸에 바르고 손에는 청소도구를 들고 나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하면서 이러한 방편으로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나이다.
그리고는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아, 너는 다른 데로 가지 말고 항상 여기에서 일을 하여라. 그러면 품삯도 올려줄 것이요, 또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그릇·쌀·밀가루·소금·장 할 것 없이 무엇이든지 어려워하지 말고 말하여라. 늙은 하인들이 있어서 쓸 일이 있으면 줄 것이니 걱정 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라.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염려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나는 이미 늙었고 너는 아직 젊었으며, 너는 일할 적에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속이거나 원망하는 말이 전혀 없으니 다른 일꾼들처럼 그런 나쁜 버릇이 있음을 보지 못하겠더라. 이제부터는 내가 낳은 친아들처럼 생각하겠다.」하면서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아들이라고 불렀나이다.
그때,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이런 귀여움과 대우를 받는 것이 기뻤으나 전과 같이 머슴살이하는 천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이십 년 동안을 항상 거름만 치우고 있었나이다.
이렇게 지낸뒤에 마음을 서로 알고 믿게 되어 안과 밖을 어려움 없이 드나들면서도 거처하는 곳은 여전히 그 전과 같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때 장자는 병이 나서 죽을 때가 멀지 않았음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였나이다.
「나에게는 지금 금은 보배가 많이 있어 창고 마다 가득하니, 그 속에 있는 모든 재물과 받고 갚아야 할 것을 네가 모두 알아서 처리하여라. 나의 뜻이 이러하니 너는 나의 마음을 받아서 행하여라. 왜냐하면 지금은 나와 네가 서로 남남이 아니므로 부디 이 보물들을 굳게 지켜 허비하지 말고 잃지 않도록 하라.」
이때, 빈궁한 아들은 즉시 명령을 받고 금은보배의 여러 가지 재산과 창고를 맡았으나, 한 가지도 욕심을 내지 않고 거처하는 곳도 예전 그대로이며, 천하고 못났다는 마음 또한 아직 버리지 않고 있었나이다.
다시 얼마를 지난 뒤에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커져서 큰 뜻을 가지게 되어 지난날의 비천하고 못났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나이다. 그 아버지가 죽을 때에 이르러 아들을 시켜 친척과 국왕과 대신과 무사들과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다 모인 뒤에 이렇게 선언하였나이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시라. 이 아이는 나의 아들이요 내가 낳았으나, 어느 성 안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오십여 년 동안 외롭게 떠돌아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 하였소. 이 아이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이고 내 본래 이름은 아무개요. 예전부터 본래 있던 성에서 무척 걱정하며 찾으려고 애를 썼는데 우연히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소. 이 아이는 참으로 나의 아들이요 나는 그의 아버지이니, 지금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다 이 아들의 소유가 되며 먼저부터 주고 받던 것도 모두 이 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일찍이 없던 것을 얻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건만 이제 보배창고가 저절로 들어왔도다.」하였나이다.
4장 앞의 비유를 통합하다
세존이시여, 큰 부자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과 같사오니,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하시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 가지의 괴로움 때문에 나고 죽는 가운데서 모든 고통을 받으면서도 미혹하고 아는 것이 없어 소승법을 좋아하였나이다.
오늘날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법의 희롱거리인 거름으로 생각하여 버리라고 말씀하시었으나, 저희들은 그 속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열반에 이르는 하루 품삯을 얻고서는 마음이 크게 기쁘고 즐거워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며 곧 생각하기를 「부처님 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한 인연으로 얻은 것이 매우 많다.」고 하였나이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변변치 못하여 부질없는 욕망에 얽매여서 소승법을 좋아함을 미리 아시면서도 내버려두시고 「너희들도 마땅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의 창고가 있느니라.」고 분별하여 말씀해 주시지 않고, 방편으로 여래의 지혜를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열반에 이르는 하루 품삯을 겨우 받고는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만족하여 대승법을 구하려는 뜻이 전혀 없었나이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로 인하여 모든 보살들에게 열어보이며 설법하면서도 스스로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서원을 세운적이 없었나이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이 보잘것없는 소승법을 좋아함을 아시고 방편으로 저희들의 근기에 따라 말씀하셨건만, 저희들은 참된 부처님의 아들인 줄을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서야 저희들은 세존께서 부처님의 지혜에 아낌이 없으신 줄을 알았나이다. 왜냐하면 저희들은 예전부터 참된 부처님의 아들이었지마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소승의 가르침에 의해 해탈을 얻는 것만을 원했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그것에 알맞는 가르침을 설하셨을 뿐이옵니다. 만일 저희들에게 더 높고 큰 깨달음인 대승법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대승법을 설해주셨을 것이옵니다.
지금 이 법화경에서 오직 일승만을 말씀하시고 예전에 보살들 앞에서는 성문들이 소승의 가르침을 좋아한다고 나무라셨으나, 부처님께서는 참다운 대승법으로 교화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본래부터 구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법왕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부처님의 아들로서 얻을 것을 모두 얻었나이다.』
설산수도상에서는 보통 여섯 장면이 묘사된다. 첫째 태자가 삭발하고 사문의 옷으로 갈아입는 장면, 둘째 찬다카가 돌아가는 장면, 셋째 정반왕이 교진여 등을 보내어 태자에게 왕궁으로 돌아갈 것을 설득하는 장면, 넷째 환궁을 거절하자 양식을 실어 보내는 장면, 다섯째 목녀(牧女)가 우유를 석가에게 바치는 장면, 여섯째 모든 스승을 찾는 모습 등이다.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는데 젊은 나이에 집을 떠나 도를 배웠으나 나이 60이 되도록 도를 얻지 못하였다.
바라문 법에는 나이 60이 되도록 도를 얻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 아내를 맞아 가정을 이루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도 가정으로 돌아가 한 아들을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여 매우 사랑스러웠다. 나이 일곱 살이 되자 글을 가르쳤는데 매우 총명했고, 또 말재주[才辯]가 있어서 말하는 솜씨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갑자기 중병에 걸려 하룻밤 사이에 목숨을 마쳤다.
범지는 몹시 애석하게 여겨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그 시체 위에 엎드려 기절했다가는 다시 깨어나곤 하였다. 그러자 친척들은 충고하고 달래면서 억지로 시체를 빼앗아 염을 하고 관에 넣어 성 밖에 매장하였다.
범지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아무리 울어봤자 아무런 이익이 없을 테니, 차라리 염라대왕(閻羅大王)에게 가서 아들의 목숨을 구걸해보는 것이 낫겠다.'
이에 범지는 목욕 재계한 뒤 꽃과 향을 가지고 집을 떠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어디쯤 있습니까?"
이렇게 전전하면서 수천 리를 갔다. 그러다 어느 깊은 산중에 이르렀을 때 여러 득도(得道)한 범지들을 만났는데, 그들에게도 앞에서와 같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여러 범지들은 도리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알아 무엇 하려 하는가?"
그는 곧 대답하였다. "내게는 말재주와 지혜가 남보다 뛰어난 한 아들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죽었소. 슬픔과 괴로움을 씻을 길 없어 염라대왕에게 아들의 목숨을 구걸해 그를 되찾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서 내 노후(老後)를 돌보게 하려 하오."
여러 범지들은 그의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겨 말하였다.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산 사람으로서는 갈 수 없소. 우리는 당신에게 다른 방법을 일러주겠소. 여기서 서쪽으로 4백 리를 가면 큰 시내가 있고 그 가운데 성이 있소. 거기는 여러 천신들이 인간 세상을 순찰하다가 머무는 곳이오. 염라대왕은 매달 8일에는 인간 세상을 순찰하다가 반드시 그 성을 지날 것이니, 당신이 재계를 닦고 그곳에 가면 틀림없이 만날 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 범지는 기뻐하면서 그 가르침을 받들고 그 시내에 이르렀다. 그곳엔 좋은 성곽과 아름다운 궁전과 집들이 즐비하게 있어 마치 도리천(忉利天)과 같았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성문에 이르러 향을 사르고 발돋움하고 축원하면서, 염라대왕 만나기를 간청하였다. 염라대왕은 문지기를 시켜 그 이유를 물었다.
범지가 아뢰었다. "늦게서야 아들 하나를 얻어 내 노후를 돌보게 하려고 길렀는데, 일곱 살이 된 요 근래에 그만 목숨을 마쳤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은 은혜를 베푸시어 제 아들의 목숨을 되돌려 주십시오."
염라대왕이 말하였다. "매우 훌륭하다. 그대의 자식은 지금 동쪽 동산에서 놀고 있다. 그대가 직접 가서 데리고 가라."
범지는 곧 그 동산으로 가서, 그 아들이 여러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쫓아가 안고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밤낮으로 네 생각에 음식도 맛이 없었고 잠도 자지 못했다. 그런데 너는 정녕 이 부모의 고통을 생각인들 하느냐?"
그러자 아이는 놀라 외치고 도로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미련한 이 노인은 아무 이치도 모르는구려. 잠깐 동안 몸을 의탁한 나를 아들이라 부르는구려. 부질없는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 떠나시오. 나는 지금 이 세간에 내 부모가 따로 있거늘 황당하게 만나자마자 왜 껴안는 것이오."
범지는 실망하고 슬피 울면서 그곳을 떠나와서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들으니 사문 구담(瞿曇)은 사람의 영혼이 변화하는 이치를 잘 아신다고 한다. 지금 가서 물어보리라.'
그래서 범지는 이내 돌아와 부처님께 갔는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범지는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아뢰고 물었다.
"그 아이는 진실로 내 아들임이 분명한데 나를 알아 보지도 못할 뿐더러 도리어 나를 어리석은 늙은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잠깐 동안 몸을 의탁한 나를 아들이라 부르냐고 하면서 전혀 부자(父子)의 정이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떠나 곧 다른 곳에서 몸을 받는다. 부모와 처자의 인연으로 모여 사는 것은 마치 여관의 나그네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내 흩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거늘 어리석고 미혹하여 얽매어 집착하고 있구나. 그것을 자기 소유라 생각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번민하면서도 근본을 알지 못하고 있구나. 그것은 생사에 빠져 헤매기를 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은정(恩情)과 애욕에 탐착하지 않고 그 괴로움을 깨달아 그 원인[習]을 버리며 부지런히 법과 계율을 닦아 온갖 생각을 없애버리고 생사를 끝내게 되는 것이다.
사문유관상에서는 네 장면이 묘사된다. 태자가 동문으로 나가 노인의 늙은 모습을 보고 명상하는 장면, 남문으로 나가 병자를 보고 노고(老苦)를 느끼는 장면, 서문으로 나가 장례 행렬을 보고 죽음의 무상을 절감하는 모습, 북문으로 나가 수행하는 사문(沙門)주 01)의 모습을 보고 출가를 결심하는 장 등이다.
第 19 章. 주법품 (住法品) - 정의(正義)의 장 THE RIGHTEOUS ( 256 - 272 ) 제19장. 올바름(Dhamatta Vagga)- 정의에 대한 설명이다. 무엇이 정의인가,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나이 드신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등등에 관한 시구이다.
봉지품이란 도의(道義)의 해설로 법은 덕행을 귀히여기고 사치스러운 것을 탐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1. 好經道者 不競於利 有利無利 無欲不惑 호경도자 불경어리 유리무리 무욕불혹 떳떳한 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익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 이익이 있거나 이익이 없거나 욕심이 없으면 미혹하지 않는다.
2. 常愍好學 正心以行 擁懷寶慧 是謂爲道 상민호학 정심이행 옹회보혜 시위위도 배우기를 좋아하는 이를 항상 돌보고 마음을 바루어 그대로 행하며 보배로운 슬기를 보호해 가지는 이 그를 일러 도를 닦는 사람이라 한다. 愍 근심할 민, 힘쓰다
3. 所謂智者 不必辯言 無恐無懼 守善爲智 소위지자 불필변언 무공무구 수선위지 이른바 지혜로운 사람이란 반드시 말을 잘하지 않더라도 겁이 없고 두려움 없이 선을 잘 지키면 그를 일러 지혜로운 사람이라 한다.
4. 奉持法者 不以多言 雖素少聞 身依法行 守道不忌 可謂奉法 봉지법자 불이다언 수소소문 신의범행 수도불망 가위봉법 법을 받들어 가지는 사람이란 많은 말을 쓰지 않고 비록 들음은 적더라도 몸으로 법을 따라 행하며 도를 지키기를 꺼리지 않으면 그를 일러 법을 받드는 사람이라 한다.
5. 所謂長老 不必年耆 形熟髮白 愚而已已 소위장로 불필년기 형숙발백 준우이이 이른바 장로(長老)란 반드시 나이 많은 것을 말하지 않나니 얼굴이 쭈그러지고 머리가 흰 것은 다만 느리고 어리석음 뿐이네.
6. 謂懷諦法 順調慈仁 明達淸潔 是爲長老 위회체법 순조자인 명달청결 시위장노 진리의 법을 가슴에 품고 부드러이 훈련 되고 인자하며 밝게 통달하여 깨끗한 사람 그를 일러 장로라 부르느니라.
7. 所謂端政 非色如花 慳嫉虛飾 言行有違 소위단정 비색여화 간질허식 언행유위 이른바 단정(端正)한 사람이란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와도 인색하고 질투하며 허식이 있고 말과 행실이 어긋나면 그는 아니다.
8. 謂能捨惡 根原已斷 慧而無恚 是謂端政 위능사악 근원이단 혜이무에 시위단정 온갖 악을 능히 버리어 그 뿌리를 아주 자르고 지혜로우며 성냄이 없으면 그를 일러 단정한 사람이라 한다.
9. 所謂沙門 非必除髮 妄語貪取 有欲如凡 소위사문 비필제발 망어탐취 유욕여범 이른바 사문이란 반드시 머리 깎은 것 말하지 않나니 거짓을 말하고 탐하여 집착하며 욕심이 많으면 범부와 같느니라.
10. 謂能止惡 恢廓弘道 息心滅意 是爲沙門 위능지악 회확홍도 식심멸의 시위사문 이른바 능히 악을 그치고 도량이 크고 도를 넓히며 마음을 쉬고 뜻이 사라졌으면 그야말로 사문이라 할 수 있나니 恢 넓은 회. 廓 둘레 곽, 크다
11. 所謂比丘 非時乞食 邪行望彼 稱名而已 소위비구 비시걸식 사행망피 칭명이이 이른바 비구란 때를 맞추어 걸식함을 말하지 않나니 삿된 행이 그를 빠지게 하면 그는 다만 이름일 뿐이다.
12. 謂捨罪福 淨修梵行 慧能破惡 是爲比丘 위사죄복 정수범행 혀능파악 시위비구 이른바 죄도 복도 버리고 깨끗이 범행을 닦아 지혜로 능히 악을 부수면 그를 일러 비구라 부르느니라.
13. 所謂仁明 非口不言 用心不淨 外順而已 소위인명 비구불언 용심부정 외순이이 이른바 인명(仁明)이란 입으로 말하지 않는 것 아니니 마음을 깨끗이 쓰지 않으면 겉으로 유순할 뿐이니라.
14. 謂心無爲 內行淸虛 此彼寂滅 是爲仁明 위심무위 내행청허 차피적멸 시위인명 이른바 마음이 함이 없어서 속이 맑고 텅 비어 이것 저것이 모두 적멸(寂滅)하였으면 그것을 일러 인명(仁明)이라 하느니라.
15. 所謂有道 非救一物 普濟天下 無害爲道 소위유도 비구일물 보제천하 무해위도 이른바 도가 있다는 것은 한 물건만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요 온 천하를 두루 구제해 해침이 없으면 그것이 도이니라.
16. 戒衆不言 我行多誠 得定意者 要由閉損 계중불언 아행다성 득정의자 요유폐손 계율이 많은 것을 말한 것이 아니요 내 행에 진실이 많아 선정의 뜻을 얻은 사람은 반드시 폐손(閉損)에서 생기느니라.
17. 意解求安 莫習凡人 使結未盡 莫能得脫 의해구안 막습범부 사결미진 막능득탈 뜻이 풀리어 편하기를 구하거든 저 범인들과 친하지 말라. 맺어부림[結使]이 없어지지 않으면 능히 해탈을 얻지 못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