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 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한다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오,거친 가을바람이여, 그대 가을 존재의 숨결이여, 그대의 보이지 않는 존재로부터 낙엽들이 쫓겨가는구나, 마치 마법사로부터 도망치는 유령들처럼,
Yellow, and black, and pale, and hectic red, Pestilence-stricken multitudes: O thou, Who chariotest to their dark wintry bed
노랗고, 검고, 그리고 창백한, 열병에 걸린듯 붉은, 역병에 걸린 수많은 무리들: 오 그대, 날개달린 씨앗들을 그들의 어두운 겨울 침상으로
The winged seeds, where they lie cold and low, Each like a corpse within its grave, until Thine azure sister of the Spring shall blow
마차에 태워 데려가는구나, 그곳에서 마치 시체가 무덤속에 갇혀있듯이 차갑고 낮게 누워있다가, 마침내 그대의 하늘빛 누이인 봄바람이
Her clarion o'er the dreaming earth, and fill (Driving sweet buds like flocks to feed in air) With living hues and odours plain and hill:
꿈꾸는 대지 위에서 나팔을 불어서 (방목하는 양떼들처럼 달콤한 꽃 봉우리들을 하늘에 날린다) 살아있는 색조와 향기로 들판과 언덕을 채운다:
Wild Spirit, which art moving everywhere; Destroyer and preserver; hear, oh, hear!
사방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친 혼령이여; 파괴자이면서 보관자여; 들어주시오. 오, 들어주시오!
II
Thou on whose stream, 'mid the steep sky's commotion. Loose clouds like earth's decaying leaves are shed, Shook from the tangled boughs of Heaven and Ocean,
그대의 흐름을 타고, 가파른 하늘의 소용돌이속에서 흩어진 구름들이 마치 지상의 낙엽처럼 하늘과 대양이 만든 뒤엉킨 줄기로 부터 떨어져나와 흩어진다.
Angles of rain and lightning: there are spread On the blue surface of thine aery surge, Like the bright hair uplifted from the head
비와 번개의 예고자: 그대 하늘 파도의 푸른 표면위에서, 마치 어떤 난폭한 미내드(여신)의 머리위에서 치켜 올려진 찬란한 머리카락처럼
Of some fierce Minad, even from the dim verge Of the horizon to the zenith's height, The locks of the approaching storm. Thou Dirge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냄새를 널어놓고 복사꽃을 울려놓고 복사꽃을 울려만 놓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조지훈의 고향인 경북 영양군 일월산 자락의 주실(舟室) 마을은 한양 조씨들이 400년 가깝게 터를 잡고 살아온 집성촌이다.
첫째는 재불차(財不借).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재물을 빌리지 않는다. 재물을 빌리지 않기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 종가 앞에 위치한 50마지기의 논이다. 수백년 동안 이 50마지기는 누구도 함부로 팔거나 저당 잡힐 수 없는 불가침의 땅이었다.
둘째는 문불차(文不借). '문장을 빌리지 않는다'. 선비 집안이 글을 못해서 다른 집안으로 글을 빌리러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주실 조씨들은 어렸을 때부터 글공부에 매진하였다. 비록 벼슬은 못해도 학문이 높으면 선비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셋째는 인불차(人不借). 사람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은 '양자를 들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조선시대 명문가에서 아들이 없으면 양자를 들여 대를 잇는 것이 관례였는데, 양자를 들이려면 상대방 집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간청을 해야만 하였다. 양자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지 않겠다는 말이다.
버들치는 잉어과에 속한 민물고기로 1급수 물의 대표어종이다. 성장해도 15cm 전후의 작은 물고기로 무리를 이루어 산다. 수원 광교산(582m) 시루봉에서 수원과 용인의 사방 골짜기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한 가닥이 성복동, 신봉동 골짜기로 흐르면서 옛날부터 “버들치마을”이란 동네를 이루었다. 이곳에서 버들치라는 민물고기가 많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성복천은 광교산 기슭에서 발원되어 좁은 개천을 이루어 흐르다가 탄천에 이어지고 마침내 한강으로 나아간다.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시냇물에 불과하지만 버들치가 죽지 않고 대를 이어 사는 곳이다. 그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하천공사가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어도 버들치는 냇가의 나무와 풀과 함께 끈질기게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성복천에는 청둥오리, 두루미, 참새, 비둘기 등 온갖 새들이 깃들어 산다. 여기에 인근 주민들이 휴식하며 걷는 산책로가 형성되어 성복천은 자연이 선물한 주민들의 복된 자산이 되었다.
거기 묶여 있는 것은 짐승이 아니다 거기 숨죽이고 있는 것은 짐승이 아니다 그러나 주인은 짐승이라고 한다 한 마리 순한 짐승이라고 한다 아, 네 발로 벌떡 일어나 짐승이여 그대는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가 거기 쓰러져 있는 것은 짐승이 아니다 거기 묻혀 있는 것은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니다.
북해 저 아득한 바다를 쏘다니다가 거친 파도를 뚫고 달려와 마침내 어판장 도마 위에 네 큰 몸을 눕혔구나.
싱싱한 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날카로운 주둥이가 이젠 굳게 닫혔지만, 아직도 매끈한 청비늘을 번쩍이며 네 부릅뜬 눈은 돌아갈 바다를 찾는구나.
노르웨이 연어라는 네 명찰에는 오십오만 원짜리 가격표도 선명한 데,
네 평생의 노동과 사랑과 눈물을 심해 바닷물에 씻어서 잘 거두어 놓았다만, 이리저리 해체당한 네 자유로운 영혼은 어디 갔는가?
고향 가는 길을 찾고 찾아 회귀하는 네 수다한 수고와 희생을 어찌 몇 접시 세상 값으로 매기겠는가?
적나라하게 휘두르는 운명의 칼에 몇 덩이 살코기로 남겨진 연분홍빛 연어를 보라.
우리도 때가 되면 눕혀지리라. 세상이 달아주는 명찰을 붙이고 저 도마에 누워 푸르고 잔잔한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리라. (2019 겨울호, 계간 인간과문학)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창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안동과 부산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학과를 나와 현대경제 기자로 시작하여 한동안 광고전문가로 살았다. 아리랑TV 임원으로 공직을 마치고 목회자로서 선교 활동에 참여했다. 미래한국, 북한구원운동, 손과마음, 더디아스포라선교회 등 북한선교 활동에 참여했으며, 유라시아 지역의 탈북민들을 돕는 사역을 해 왔다. 창작과비평 1972년 겨울호에 ‘산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고 1981년에 첫 시집 ‘봄의 소리’(창비시선 31)를 출간하고 ‘예수와 민중과 사랑 그리고 시’라는 엔솔로지(1985, 기민사)에 참여했고 30여년이 지나 두 번째 시집 ‘소금창고에서’(인간과문학사, 2017)를 출간하였다. 기타 저서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라”(도서출판 언약, 2007), “북한의 고통 10가지”(손과마음, 2010), “예수의 품성을 가진 크리스천”(역서, 국제제자훈련원, 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