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동교(東郊)-위응물(韋應物;737-804)

동쪽 교외에서

 

吏舍局終年(리사국종년), ; 한 해 동안 관사에 매였다가

出郊曠淸曙(출교광청서). ; 교외로 나오니 맑은 아침 드넓고 훤하네

楊柳散和風(양류산화풍), ; 버드나무는 따뜻한 봄바람에 흩어지고

靑山澹吾慮(청산담오려). ; 푸른 산은 내 생각 깨끗이 씻어내네

依叢適自憩(의총적자게), ; 나무에 기대어 이따금씩 쉬어가며

緣澗還復去(연간환복거). ; 푸른 골짝 물을 왔다갔다

微雨靄芳原(미우애방원), ; 보슬비 언덕에 자욱하고

春鳩鳴何處(춘구명하처)? ; 봄 비둘기는 어느 곳에서 우는가

樂幽心屢止(낙유심누지), ; 깊숙한 자연을 즐기려는 내 마음 여러 번 꺾이었느니

遵事跡猶遽(준사적유거). ; 일에 얽매여 삶의 자취 분주했네

終罷斯結廬(종파사결려), ; 마침내 벼슬을 그만두고 여기 오두막을 지었으니

慕陶眞可庶(모도진가서). ; 도연명을 사모하나니 내 마음 정말 그분과 같아라

 

[안병렬 역]

032 위응물(韋應物;737-804)

-동쪽 교외에서

 

관청에

일년 내내 매였다가

맑은 새벽

드넓은 교외로 나왓노라.

 

버드나무

부드러운 바람을 흩고

푸른 산은

내 생각을 깨끗하게 하는구나.

 

수풀에 기대어

알맞게 쉬고

시내를 따라

걸어도 보고.

 

보슬비에

꽃핀 들 무르익는데

봄 비둘기

어데에서 울고 있는가?

 

그윽한 곳

즐길 마음 몇 번이나 꺾이었나니

공무에 다니다

발걸음 오히려 바빴음이라.

 

이제 벼슬살이 그만두고

여기다 띠집 지으리니

도공을 그리던 마음

거의 다 이루리라.

031석차우이현(夕次盱眙縣)-위응물(韋應物;737-804)

밤에 우이현에서

 

落帆逗淮鎭(낙범두회진), ; 회수 가에 돛을 내리고

停舫臨孤驛(정방림고역). ; 외로운 역에, 배를 대었네

浩浩風起波(호호풍기파), ; 넓고 넓은 바다엔 바람 불어 물결일고

冥冥日沈夕(명명일심석). ; 해지는 저녁 바다 어둑하여라

人歸山郭暗(인귀산곽암), ; 산마을 어두워져 사람은 돌아오고

雁下蘆洲白(안하노주백). ; 기러기는 갈대 핀 흰 모래돕에 내려 앉네

獨夜憶秦關(독야억진관), ; 외로운 밤, 고향 진관 땅이 그리워

聽鐘未眠客(청종미면객). ; 잠은 오지 않고 종소리만 들린다

 

[안병렬 역]

031 위응물(韋應物;737-804)

-밤에 우이현에 자다

 

회수 가

돛을 내리고

외로운 역에다

배를 대었네.

 

저 멀리서 불어오는 강바람

파도를 일으키고

어둑어둑 지는 해

밤으로 빠져든다.

 

사람들 돌아가자

산마을은 어둡고

기러기 내려앉자

갈대 핀 모래톱은 희었구나.

 

외론 밤

내 고향 진관을 그리다

종소리 들으며

잠 못 이룬다.

030장안우풍저(長安遇馮著)-위응물(韋應物;737-804)

장안에서 우연히 풍저를 만나다

 

客從東方來(객종동방내), ; 손님은 동방에서 왔으리

衣上灞陵雨(의상파릉우). ; 옷 위에 파릉의 비가 묻었소

問客何爲來(문객하위내), ; 손님은 무엇 때문에 왔소

采山因買斧(채산인매부). ; 산을 개간하여 도끼 사러 왔지요

冥冥花正開(명명화정개), ; 깊숙이 꽃들은 한참 피어나고

揚揚燕新乳(양양연신유). ; 훨훨 나는 제비는 젖을 먹이네

昨別今已春(작별금이춘), ; 작년에 이별하고 지금은 벌써 봄인데

鬢絲生幾縷(빈사생기누). ; 그대 귀밑 흰머리 얼마나 늘었소

 

[안병렬 역]

030 위응물(韋應物;737-804)

-장안에서 풍저를 만나다

 

손님은

동방에서 왔구려

옷 위에

파릉의 비가 묻었네.

 

묻노니

무엇하려 오셨소?

산을 개간하려

도끼 사러 왔지.

 

활짝 꽃은

마침 피었고

훨훨 제비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그때 헤어지고

또다시 봄되니

그대 귀 밑에 흰 머리

몇 올이나 늘었소?

029기전초산중도사(寄全椒山中道士)-위응물(韋應物;737-804)

전초 산중의 도사에게

 

今朝郡齋冷(금조군재냉), ; 오늘 아침 군현의 관사가 쌀쌀하여

忽念山中客(홀념산중객). ; 갑자기 산속의 그대가 그리워지네

澗底束荊薪(간저속형신), ; 골짝물 아래서 땔나무 묶어

歸來煮白石(귀내자백석). ; 돌아와 백석을 덥히겠지

欲持一瓢酒(욕지일표주), ; 한 표주박 술을 가지고

遠慰風雨夕(원위풍우석). ; 멀리 비바람 몰아치는 밤을 위로하고 싶어라

落葉滿空山(낙섭만공산), ; 빈 산에 낙엽은 가득한데

何處尋行跡(하처심항적). ; 어느 곳에서 그대 행적 찾을까

 

[안병렬 역]

029 위응물(韋應物;737-804)

-전초산 중의 도사에게 주노라

 

오늘 아침

관사가 쌀쌀하여

홀연

산중의 도사가 생각나네.

 

시냇가에서

땔나무를 묶고

돌아오다

흰 돌을 굽겠지

 

한 바가지

술 들고 들어가

비바람 휘몰아치는

이 밤을 위로하고 싶건만.

 

낙엽이

빈 산에 가득하리니

어디서

그대 자취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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