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께서 제선왕을 뵙고 말하길: 큰 궁전을 만들고자하시면 반드시 장인의 우두머리(工師)로 하여금 커다란 목재를 구해오게 하시고, 공사(工師)가 큰 목재를 구해오면 왕께서 기뻐하시어 능히 그 소임을 다했다라고 여십니다. 그 아래 목수들이 깍아서 작게하여 못쓰게한다면 왕께는 노하여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다 여길 것입니다. 무릇 사람들이 어려서 그것을 배우는 것은 장성해서 그것을 행하고자 함입니다. 왕게서 말하시길 우선 너의 배운 바를 버려두고 나를 따르라 하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集註]巨室大宮也 工師匠人之長 匠人 衆工人也 姑且也 言賢人所學者大 而王欲小之也
巨室은 큰 궁전이다. 工師는 장인의 우두머리이다. 匠人은 여러 기능공이다. 姑는 우선이다. 현인이 배운바가 크나 왕이 그것을 작게하고자 하는 것을 말함이다.
지금 여기에 옥돌이 있어 비록 20만냥이나 된다면 반드시 옥을 다듬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새기고 깍게하실 것입니다. 국가를 다스리는 데에 이르러서는 즉 말씀하시길 우선 너의 배운 바를 버려두고 나를 쫓아라하신다면 어찌 옥인으로 하여금 옥을 다듬고 깍게하시는 데와 다르게 하십니까?
璞은 옥이 돌속에 있는 것이다. 鎰은 스무냥이다. 玉人은 옥을 다루는 장인이다. 감히 스스로 다루지 못해 능한자에게 맡기는 것은 그것을 아끼는 마음이다. 국가를 다스리는 데에 즉 사욕만을 따라서 현인에게 맡기지 않는 것은 국가를 아낌이 옥을 아끼만 못한 것이다. ○범씨왈: 예날의 현인은 항상 군주가 능히 그 자신이 배운 바를 행하지못할 것을 근심했고, 당세의 용렬한 군주는 또한 항상 현자가 능히 그 자신이 좋아하는 바를 쫓지않을 것을 근심했다. 이러므로 군주와 신하는 서로 만나기가 예로부터 어려움이 됬었다. 공자와 맹자께서 종신토록 그러한 군주를 만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것 뿐이었을 것이다.
賊은 해함이다. 殘은 상함이다. 인을 해치는 사람은 흉포하며 음란하고 잔학해서, 천리를 멸하고 끊어버리니 고로 賊이라 한다. 의를 해치는 사람은 위아래가 뒤바뀌게(顚倒)하고 섞여 혼란하게(錯亂)하여 고로 殘이라 한다. 一夫는 많은 사람들이 배반하고 왕족들이 떠나가서 다시 군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서경에 이르길 홀로된 남자 紂라 했으니, 대개 사해가 그에게 귀의하면 천자가 되고, 천하가 그를 배반하면 독부(獨夫)가 되니, 제나라 왕을 깊게 경고하고 거듭 후세에 경계하는 까닭이 된다. ○ 왕면왈: 이 말은 오직 아래에 있는 자가 탕왕과 무왕같은 인을 가지고 있고서 위에 있는 자가 폭군 걸과 주와 같은 포학함을 가지고 있게되면 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찬탈하고 시해한 죄에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世臣은 누대에 걸쳐 공이 있는 오래된 신하로 국가와 더불어 함께 즐기고 근심하는 자이다. 親臣은 군주가 친애하여 믿을 수 있는 신하로 군주와 더불어 함께 즐기고 근심하는 자이다. 이것은 교목(喬木)과 세신(世臣) 모두 오래된 나라에 마땅히 있는 바이지만, 그러나 오래된 나라가 되는 까닭은 즉 이것(세신)에 있지 저것(교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제 나아가 썼던 사람이 오늘 떠나가 없는데도 알지못하는 것은 친신(親臣)마져도 없는 것인데 하물며 세신(世臣)이야?
如不得已는 근신하기를 지극히 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존경받을 이를 존경하고, 친히 대하여야 할 이를 친히대하는 것은 예(禮)의 상도(常道)이다. 그러나 혹 존경받아야할 이가 반드시 현명하지 않으면 반드시 소원한 현인을 내세워 써야 한다. 이것이 낮은 자를 더욱 높이고 소원한 자를 더욱 가깝게 하는 것으로서 예(禮)의 상도가 되지는 않는다. 고로 삼가지 않는 것은 불가하다.
좌우가 모두 현명하다 말해도 아직 불가하고, 모든 대부들이 다 현명하다 말해도 아직 불가하고, 온나라 사람들이 모두 현명하다 말한 연후에 그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의 현명함을 본 이후에 그를 써야합니다. 좌우가 모두 불가하다 말해도 듣지말고, 모든 대부가 불가하다 말해도 듣지말며, 온나라 사람이 모두 불가하다 말한 연후에 그를 자세히 살펴야보고, 그의 불가함을 본 연후에 버려야 합니다.
左右는 가까운 신하로 그 말이 진실로 가히 믿을 수 없다. 모든 대부의 말은 의당 믿을만 하지만 그러나 오히려 사사로움에 그 가리워짐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온나라 사람에 이르르게되면 그 논의가 공적(公的)이지만, 그러나 오히려 반드시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대개 사람들이 같은 풍속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바라고 여기는 것이 있고, 또한 우뚝 서 세속으로 인하여 미워하는 바라고 여기는 것이 있다. 고로 반드시 스스로 그것을 살펴서 친히 그 현부(賢否)의 실체를 본 연후에 쫓아 쓰고 버리게되면 현인을 알아보기를 깊게하게되고, 책임을 중하게 맡기면 재주가 없는 사람이 부득이 요행수로 나아가게 될 수 없다. 소위 현인을 나아가게 하는데 부득이 한다는 것은 이와 같다.
조씨왈: 明堂은 태산에 있는 명당이다. 주나라 천자가 동쪽으로 순수나와서 제후에게 조회를 받던 곳으로 한(漢)나라 당시까지 유지하여 여전히 존재해 있었다. 사람들이 그것을 헐어버리고자 한 것은 아마도 천자가 다시는 순수(巡守)를 하지못하였고 제후가 또 마땅히 그곳에 거처할 수 없었기에 <마땅히 헐어야 합니까? 이것을 그쳐야 합니까?>라고 물어 말한 것이다.
02-05-02 孟子對曰 夫明堂者 王者之堂也 王欲行王政則 勿毁之矣
맹자대왈: 무릇 명당(明堂)이라는 것은 왕천하하는 왕의 당(堂)입니다. 왕께서 왕도정치를 행하고자 하신다면 그것을 헐지 마소서.
[集註]堂王者所居以出政令之所也 能行王政 則亦可以王矣 何必毁哉
堂은 왕천하의 왕이 거처하는 곳이며 정치의 명령이 나오는 장소이다. 능히 왕도정치를 행한다면 또한 가히 왕천하의 왕이 될 수 있으니 어찌 반드시 헐수 있으리오?
왕왈: 왕도정치에 대해 가히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왈: 옛날 문왕이 기(岐)땅을 다스릴 때, 밭가는 사람에게 1/9의 세금을 걷었고, 백성에게 공이 있는 관리는 대대로 녹을 주었고, 관문과 시장에서는 살피기만 하고 세금을 걷어들이지 않았으며, 저수지에 어망놓기를 금하지 아니하였고, 죄인에게는 처자식까지 연좌하지 않았습니다. 늙어서 처가 없는 것을 왈 홀아비라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것을 왈 과부라 하고, 어려서 부모가 없는 것을 왈 고아라 하는데, 이 네부류는 천하에 곤궁에 처한 백성으로 연고가 없는 것이어서 문왕이 정치를 펼치실 때 반드시 이 네부류를 먼저 하셨습니다. 시경에 이르길 <부유한 사람은 그래도 가하기도 하지만 이 의지할 데 없고 근심많은 이가 애닯기도 하구나!>
岐는 주나라의 옛날 수도이다. 九一이라는 것은 정전의 제도이다. 사방 1리를 하나의 정(井)으로 삼았고 그 토지는 9백묘로 중앙에 정(井)자를 그어 9구역의 경계로 삼았다. 한구역 안의 밭은 백묘(百畝)가 되며, 중앙의 백묘는 공전(公田)으로 삼았고 외각 8백묘는 사전으로 삼았다. 여덟 가구가 각각 사전 백묘씩을 받으면서 공전을 함께 경작하였다. 이것이 9분으로 나누면서 그 하나를 세금으로 취하는 것이었다. 世祿이라는 것은 선왕시대적 관리의 자손은 모두 가르쳤고, 가르쳐 재목이 되면 관직을 주었다. 만일 쓰기에 부족하면 또한 그로 하여금 그 녹을 잃지 않게 하였다. 아마도 그 선왕의 시대에 일찍이 백성에게 공덕(功德)이 있어 고로 보답하기를 이와같이 했다. 이것은 충직(忠直)하고 淳厚(순후)함의 지극함이 된다. 關은 도로의 관문을 말한다. 市는 도성과 읍의 시장을 말한다. 譏는 살피는 것이다. 征은 세금걷어들이는 것이다. 관문과 시장의 관리는 다른 복장 다른 말씨를 쓰는 사람을 살피기만 하고 상인에게는 세금을 걷어들이지 않았다. 澤은 물을 담아두는 것을 말하고 梁은 어망을 말한다. 백성들과 함께 이로움을 같이하여 금지령을 세우지 않았다. 孥는 처와 자식이다. 악을 미워하기를 그 당사자 몸에 그쳐서 처자식에게는 미치지 않았다. 선왕이 백성을 기르는 정치할 때 그 처자식을 인도하여 그것으로 하여금 그 노인을 봉양하게하고 그 어린아이를 불쌍히 여기게 하였다. 불행히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의 사람이 있어 부모나 처자식의 봉양을 받을 수 없게되면 더욱 마땅히 가련하고 불쌍히여겼기 때문에 반드시 우선으로 삼았다. 詩는 소아 정월의 편이고 哿는 가함이다. 煢은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이다.
왕왈: 좋기도 하구나 말씀이여! 왈: 왕께서 그것을 좋아하신다면 어찌 행하지 않으십니까? 왕왈: 과인은 병폐가 있으니 과인이 재화을 좋아합니다. 대왈: 옛적에 공유란 분도 재물을 좋아하셨습니다. 시경에 이르길: <이내 노적가리를 이내 창고에 가득채웠네. 마른 양식을 꾸려 전대와 자루에 담아 백성이 평화롭게 모여서 광대한 국가를 만들 것을 생각하네. 활과 화살을 갖추시고 방패와 외날도끼, 양날도끼를 들고 이에 비로소 길을 떠나셨네.> 고로 머무르는 사람은 노적가리 가득한 창고가 있고, 길떠나는 사람은 양식을 꾸릴 수 있게된 연후에 가히 이에 비로소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왕께서 만일 재화를 좋아하시길 백성과 더불어 그것을 함께 좋아하신다면 왕천하하는데에 어떤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은 재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백성에게 취하기를 제도없이하여 능히 이와 같은 왕도정치를 할수 없다고 스스로 여겼다. 公劉는 후직의 증손자이다. 詩는 대아 公劉의 편이다. 積은 드러나게 쌓는 것이다. 餱는 마른 양식이다. 바닥이 없는 것을 왈 橐(탁)라 하고 바닥이 있는 것을 왈 囊이라 하며 모두 마른 양식을 담는 것이 된다. 戢은 편안히 모으는 것이으로 그 백성을 편안히 모아서 그 국가가 광대하게 되는 것을 생각함을 말한다. 戚은 외날 도끼이다. 揚은 양날 도끼이다. 爰은 “이에”이다. 啓行은 왕이 빈땅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何有는 어렵지 않음을 말한다. 맹자의 말은 공유의 백성이 부유하고 풍족하기가 이와 같아서, 이는 공유가 재화를 좋아하여 능히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나가 그 백성에게 미쳤다는 것이다. 지금 왕이 재화를 좋아하길 또한 능히 이와같이 한다면 그 왕천하하는 것에 어떤 어려움이 있겠는가?
왕왈: 과인은 병폐가 있으니 과인은 색을 좋아합니다. 대왈: 옛적에 주나라 태왕이 색을 좋아하여 그 궐비를 사랑하였습니다. 시경에 이르길: <고공단보께서 말을 달려 조회할 곳을 찾아 서쪽 물가를 따라 기산의 밑에 이르렀네. 이에 부인 강녀와 함께 마침내 집터를 살피셨네.> 이 당시에 안으로는 처녀들의 원망이 없었으며 밖으로는 짝없는 장부가 없었었으니, 왕께서 만일 색을 좋아하길 백성과 더불어 그것을 함께 좋아하신다면 왕천하하는 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이 또 이것을 말한 것은 색을 좋아하게 되면 심지가 흐려져 유혹됨이 있어 사치의 법도를 사용하게 되어 능히 왕도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大王은 공유의 9대손이며 詩는 대아 면의 편이다. 古公은 태왕의 본래 호칭으로 후에 곧 태왕으로 추존되었다. 亶父는 태왕의 이름이다. 來朝走馬는 적인(훈육)의 난리를 피했던 것이다. 率은 따르는 것이다. 滸는 물가이다. 岐下는 기산의 아래이다. 姜女는 태왕의 비(妃)이다. 胥는 살펴봄이다. 宇는 거쳐함이다. 曠은 비워있는 것이다. 無怨曠이라는 것은 이 태왕이 색을 좋아하여 능히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나가 백성에게 미쳤다는 것이다.
양씨왈: 맹자께서 군주와 더불어 말함이 모두 그 선한 마음을 넓혀 채워주려는 까닭이였고, 그 삐뚜러진 마음을 바로잡아 한가지 일에 나아가 한가지 일에만 논하는데에 그치지 않았다. 만일 신하된 자로 하여금 일을 논할 때 매번 이와같이 하게한다면 어찌 능히 그 군주를 요순임금처럼 되게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편을 살펴봄에 첫장에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큰 뜻은 모두 같다. 대개 鍾鼓, 苑囿, 游觀의 즐거움과 무릇 好勇, 好貨, 好色의 마음은 모두 천리에 있는 바이며 사람들 성정(性情)에 능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천리와 인욕이 함께 행해지지만 실정을 다르다. 이치에 따라서 천하에 공적으로 대하는 것은 성현이 그 성을 다하는 까닭이 되고, 인욕을 함부로 쫓아 자기 일신(一身)에만 사사로이 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천리를 소멸되게 하는 까닭이 된다. 두가지의 사이가 능히 털끝만큼도 되지 않지만 그 옳고 그름, 얻고 잃음의 귀결은 서로 벌어져 멀어지게 된다. 고로 맹자께서 당시의 군주의 질문으로 인하여 기미의 사이를 파헤치고 분석하신 것은 모두 인욕을 막고 천리를 보존하려는 까닭이였다. 그 논법이 엉성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치밀하였고, 그 일이 쉬워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웠었다. 배우는 사람이 몸소 그것을 체득하게되면 맹자의 말씀이 곡학아세(曲學阿世)의 말이 아님을 알 수 있고, 극기복례의 단서가 되는 까닭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