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어촌(漁村:심언광)의 시는 혼후하고 부염하기가 호음(湖陰:정사룡)에 못지 않은데, 송계(松溪:권응인)가 중종 이래 대가를 평하되 그 선(選) 중에 어촌이 들지 않았으니,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내가 북변의 누제(樓題)를 보다가, 공의 시를 읽고는, 눈을 씻고 장단을 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영동역시(嶺東驛詩)는 다음과 같다.
寵辱悠悠兩自驚 총욕유유양자경
飄零何處着殘生 표령하처착잔생
天邊落日懷鄕淚 천변락일회향루
寒外窮秋去國情 한외궁추거국정
雲葉亂飛山盡黑 운엽란비산진흑
月輪低照海全明 월윤저조해전명
羈愁此夜偏多緖 기수차야편다서
坐對靑燈到五更 좌대청등도오갱
총과 욕이 유유하다 두 가지 다 놀래니
표령한 남은 목숨 그 어디에 붙일까
하늘가 해질 무렵 고향 그리는 눈물
국경밖 늦가을 고국 떠나는 마음일세
구름송인 어지러이 날아 산은 온통 새까맣고
둥근 달 나직이 비치니 온 바다는 밝아라
나그네 신세 오늘밤 유난히 시름겨워서
푸른 등불 마주하여 앉아 지샜네
수성역(輸城驛)에서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去國經秋滯塞城 거국경추체새성
異方雲物摠關情 이방운물총관정
洪河欲濟無舟子 홍하욕제무주자
寒木將枯有寄生 한목장고유기생
自笑謀身非直道 자소모신비직도
還慙欺世坐虛名 환참기세좌허명
曉來拓戶臨靑海 효래척호림청해
旭日昭昭照膽明 욱일소소조담명
고향 떠나 가을 지나 국경 성에 머무니
낯선 땅 풍경은 모두가 고향을 그리게 하네
넓은 강 건너고 싶으나 사공 없고
겨울나문 말라가도 겨우살인 매달렸네
일신을 도모함이 곧은 길 아님 우습고
세상 속여 헛된 이름에 붙들림 오히려 부끄럽네
새벽 문을 열고 푸른 바다 마주하니
아침해 밝고 밝아 간담을 비치네
이와 같은 작품들이 어찌 호음(湖陰)무리만 못하단 말인가? 아래 시의 제4구는 안로(安老)가 죽었지만 그의 잔당은 아직 다 죽지 않았음을 가리킨 것이다.
어촌(漁村) 심언광(沈彦光)의 자는 사형(士炯)이니 삼척인(三陟人)이다. 벼슬은 이조 판서이고 시호는 문공(文恭)이다.
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의 자는 운경(雲卿), 동래인(東萊人)이며 벼슬은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이다.
송계(松溪) 권응인(權應仁)은 안동인(安東人)이니 벼슬은 학관(學官)이고 이조 참판 응정(應梃)의 서제(庶弟)이다.
안로(安老)의 성은 김씨(金氏), 자는 이숙(頤叔), 호는 희락(希樂), 연안인(延安人)이고 벼슬은 좌의정을 지냈다. 탐욕스럽고 간사하며 조정의 일을 제멋대로 하였으므로 중종 정유년(1537)에 사사되었다.
어촌[심언광]의 사과꽃 지다[來禽花落]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朱白扶春上老柯 주백부춘상노가
爲誰粧點野人家 위수장점야인가
三更風雨驚僝僽 삼경풍우경잔추
落盡來禽滿樹花 락진래금만수화
오련붉은 꽃 봄을 도와 늙은 가지에 피니
눌 위해 단장하는고 야인의 집에
한밤중 비바람에 초췌할까 두렵더니
다닥다닥 핀 사과꽃 모조리 다 졌구나
송계(松溪:권응인)의 촉석루시(矗石樓詩)는 다음과 같다.
漏雲微月照平波 루운미월조평파
宿鷺低飛下岸沙 숙로저비하안사
江閣捲簾人依柱 강각권렴인의주
渡頭鳴櫓夜聞多 도두명로야문다
구름 사이 새어나는 희미한 달이 잔잔한 물결을 비추어 주니
잠자던 해오리 나직이 날아 물언덕 모래톱에 내려 앉는다
물가 정자에 발 거두고 기둥 기대어 앉아 있으니
나룻머리 노 젓는 소리 밤이라 크게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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