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83- 병풍 속 공작의 눈 쏘아 맞히기 (射孔雀目)

옛날 중국 수나라에 두의(竇毅)라는

사람이 딸 하나를 길렀다.

그 아이가 너무나 총명하고 뛰어나

'열녀전(列女傳)'이란 책을 공부하는데,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재능을 가졌다.

그래서 두의는 다음과 같이

널리 알렸다.

"내 딸아이는

보통 사람에게 시집보낼 수 없다.

그에 비길 만한 재주를 지닌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

이러면서 공작 두 마리를

병풍에 그려 놓고 선포했다.

"누구라도 내 딸과

혼인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병풍을 1백보 뒤에 갖다놓고

2개의 화살을 쏘아,

병풍 속 공작의 눈을

모두 맞히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겠노라."

그러자 당나라를 세운 고조(高祖)가

젊은 시절 이 시험에 응하여

공작의 눈을 모두 맞혔으니,

그의 딸과 혼인하게 되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582- 저승까지 미친 인연 (兩世因緣)

사랑하던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 만난다는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한다.

옛날 중국 당나라의 위고(韋皐)라는 사람이

남쪽 지역을 여행하다가

옥소(玉蕭)라는 소녀를 만나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런데 아직 나이가 어려

사랑을 나누지 못하고

안타깝게 헤어지면서

이렇게 약속했다.

"5년 동안 나를 기다리다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

그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서

잘살도록 하라."

그리고는 손가락에

옥지환을 끼워 주었다.

옥소는 그 가락지를

가운뎃손가락에 끼고서

그를 생각하다가

5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으니,

한을 머금고 음식을 전폐하여

마침내 한 많은 일생을 마치고 말았다.

 

뒷날 위고가 어떤 기녀를 만났는데,

가락지를 끼는

가운뎃손가락의 그 자리에

살이 뺑 돌아 우묵하게 솟아 있어

마치 옥지환을 낀 것과 같았다.

이에 위고는

그 여인의 이름을 옥소로 고쳐

한평생 데리고 살면서 사랑했다고 한다.

 

고금소총 제581- 그림에서 나온 여인 (眞娘上軟障)

어떤 사람이 중국에서 들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신기한 이야기를 했다.

중국 명나라 때

조안(趙顔)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친분이 있는 화공으로부터

그림 한 장을 얻었다.

그것을 펼쳐보니

예쁜 여인의 그림이라

조안이 곧 농담 삼아,

"이 그림 속의 여인을

아내로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라면서 웃으니,

화공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신화(神畵)1)라서

정말 사람으로

살아 나오게 할 수가 있습니다.

1)신화(神畵 : 신이 깃든 그림.

이 여인의 이름은 '진낭(眞娘)'입니다.

이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1백 가정의 아궁이에서

재를 가져와 술에 섞어

그림의 입에 부으면서,

1백일 동안 그 이름을 부르면

이 여인이 살아서 나올 것입니다."

조안은 그림을 집으로 가져가서

표구를 하여 벽에다 걸어 놓고

화공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하여 백일이 되자

정말 그림 속의 여인이 살아 나왔고,

여러 해를 사는 동안

관옥 같이 청초하고 우아하게 생긴

아들도 하나 낳아 길렀다.

 

어느 해 오랜만에

멀리서 친구가 찾아왔다.

그리고는 부인이

그림 속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아!

저 여인은 요괴라네.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자네의 혈기를 빨아먹어,

자네를 죽이고 말걸세.

내 마침 신검(神劍)을 가지고 왔으니

기회를 보아 처치해 주겠네."

이에 조안은 반신반의하면서,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림에서 나왔으니

친구의 말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밤이 되어

조안이 자러 들어가자

여인은 울면서 말했다.

"저는 본시 남악(南嶽)의

지선(地仙)으로 선녀입니다.

영원히 당신을 받들면서

해로하기를 바랐는데,

당신은 그 요사스러운

사람의 말을 듣고

저를 의심하시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이러면서 여인은 아이를 안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보자,

어느 세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으로 변해 있더라는 것이었다.

 

고금소총 제580- 석고로 빚은 말을 타다 (乘泥塑馬)

사람이 죽으면 결코 없어지지 않고

영혼이 남아 활동한다는 것이

헛된 말이 아님을 입증하는

중국의 이야기 한 토막이 전해진다.

중국의 북송(北宋) 말,

신흥 세력인 원나라가

황제인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을

인질로 잡아 죽이면서

북송을 압박할 무렵이었다.

뒷날 남송(南宋)의 첫 황제가 된 고종이

당시에는 북방의 강왕(康王)으로 나가 있었는데,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몰래 도망쳐

말도 없이 걸어서 남쪽으로 달아났다.

 

이 사실을 안 원나라는

그를 잡으라고 급히 추격병을 보냈다.

이때 강왕은 달아나다 지쳐

최부군(崔府君)의 묘 아래에서

잠시 쉬는 동안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속히 말에 오르라!

추격병이 가까이 오고 있다."

호통 소리에 잠을 깬

강왕은 말이 없으니,

엉겁결에

'말이 어디 있어야 타지.'

하고 중얼거렸다.

그랬더니 또다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네 옆에 말을 준비해 놓았으니

속히 타도록 하라."

이 소리에 강왕은 얼른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니

과연 근처에 말 한 필이 있어,

급히 타고는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

7백 여리를 내려왔다.

그렇게 남쪽으로 내려와서는

말이 꼼짝을 하지 않아 살펴보자,

최부군의 사당 안에 세워 놓은

소마(塑馬)1)였더라 한다.

1)소마(塑馬) : 석고로 빚어 만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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