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

ㅡ 노향림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西海바다 그 푸른꿈 지나
언제나 그리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창밖엔 밤새도록 우리를 부르는 소리
친구여 바다가 몹시도 그리운 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간주)

하이얀 뭉게구름 저멀리 흐르고
외로움 짙어가면 친구여 바다소나물 사잇길로 가자
늘리보다 더 외로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https://www.youtube.com/watch?v=3oRTVHY9Lcg 

 

압해도 8

ㅡ노향림

압해도 사람들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이마받이을 하고
문득 눈을 들면
사람보다 더 놀란 압해도
귀가 없는 압해도
반 고호의 마을로 가는지
뿔테 안경의 아이들이 부는
휘파람 소리
일렬로 늘어선 풀들이
깨금발로 돌아다니고
집집의 지붕마다 귀가 잘려
사시사철 한쪽 귀로만 풀들이 피는
나지막한 마을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https://m.cafe.daum.net/s-poem/PSp8/5758

 

가난한 가을 (외 2편)/ 노향림

가난한 가을(외 2편) 노향림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누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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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가을 

ㅡ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

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

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

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

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

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

어미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음울한 울음소리만이

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

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무녀리들 방향 없이

빈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

드문드문

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

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

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 자국 같은 비행체들

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

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시인의 본적지

ㅡ  노향림

 

나는 다른 하늘을 꿈꾼다.

전생은 어느 인디언 마을의 원주민

본적은 움막을 틀었던 이억만년 전의

그 나무 화석이 있는 곳

얼음과 눈 덮인 언덕은 나의 요새였다.

뽀얀 어금니만한 나뭇잎이 늦겨울부터 얼굴을 내미는

그 마을은 시인의 마을이라 해도 좋다.

한번도 먼 마을에는 여행 간 적 없이

오로지 야성의 본능대로 도자기에 무늬를 새기듯

그것이 시인 줄 모르고 시를 새겼다.

추위와 혹독한 얼음 바위를 뚫어

내가 만든 요새엔 한땀 한땀 혈흔처럼

시의 무늬 새겨져 있다.

이따금 나는 둘레를 돌며 도자기에 새길

천연 글감 얻으러 나귀 타고 마실 간다.

동면에서 마악 깨어나 튕겨져 오른

오소리의 통통 튀는 울음소리

눈 위의 얼음새꽃

얼음장 속 집을 짓는 벌새 날갯짓 소리

눈꽃 속 가녀린 흰 잎 흔드는 은방울꽃 찾아간다.

이억만년 전의 둥지에서

도자기에 새길 천연 이미지 얻으러 나왔다가

사시사철 흰 어금니만한 잎새들

눈처럼 반짝이는 본적지 언덕에서

잠깐잠깐 나는 꿈꾸곤 한다.

 

푸른 편지

ㅡ  노향림

   작은 창문을 돋보기처럼 매단 늙은 우체국을 지나가면 청마가 생각난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창유리 앞에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청마 고층 빌딩들이 라면 상자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는 머나먼 하늘나라 우체국에서 그는 오늘도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을까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고 우체국 옆 기찻길로 화물열차가 납작하게 기어간다 푯말도 없는 단선 철길이 인생이라는 경적을 울리며 온몸으로 굴러간다 덜커덩거리며 제 갈 길 가는 바퀴 소리에 너는 가슴 아리다고 했지 명도 낮은 누런 햇살 든 반지하에서 너는 통점 문자 박힌 그리움을 시집처럼 펼쳐놓고 있겠다 미처 부치지 못한 푸른 편지를 들고 별들은 창문에 밤늦도록 찰랑이며 떠 있겠다

 

 

K읍기행(K邑紀行)

ㅡ 노향림

 

오랜만에 만나는 분위기.

하나의 선(線)이 되어 평야(平野)가 드러눕는다.

일대(一帶)는 무우밭이 되어

회색집들을 드문 드문

햇볕 속에 묻어 놓고

몇 트럭씩

논밭으로 실려나가는

묶인 고뇌(苦惱)와

고장난 시간(時間)들

지나다 보면

낯이 선 사투리들이

발길에 툭 툭 채였다.

길가 사람들 속에서

구부정한 말채나무가

혼자 목을 쳐들고.

할 일 없이 혼자 쳐들고 있다.

[시인의 말]

시인이란 바꾸어 말하면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아름답고 바른 삶을 꿈꾸며, 향기가 우러나는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꾸기를 뒤집어보면 우리의 삶이 아름답지도 못하고 바르지도 못하다는 어두운 실상이 나타난다.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는 슬픔이며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설음임을 깨우치게 된다.

 

자연(自然)

ㅡ 노향림 

  

전남 해남군

산이면(山二面)에 가면

산과 바다가 맞물려 있습니다.

 

어린 날 숨죽여 묻어 둔

울음 소리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삭지 않고

더욱 짙푸르게 울리는 울음 소리.

 

산과 바다엔 밤이

오고 있었습니다.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내 죄(罪) 몇 벌

벗어 걸어 둔 생소나무 숲 사이로

관절 풀린 길 하나

저절로 꼬여 있습니다.

 

갈밭 머리엔

어린 날 놓아 버린 하늘이

한 구덩이 빠져 아직도 허우적입니다.

 

날 선 갈대들이 서로 살을 베어

피 흘리는 사이로 아득히

비명 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어딜 가나 스며드는 바다

그 푸른 빛만이 내 몸속에

느릿느릿 가지 않는 시간처럼

살아 있습니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문학사상사, 1992]

 

http://www.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49 

 

근원적 슬픔·고통 그린 모더니스트 - 해남신문 해남방송

해남 산이면 출신의 시인 노향림(68)은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스물아홉 나이에 시인이 돼 4...

www.hnews.co.kr

 

 

 

배꼽에

 ㅡ 마광수 

 

아담과 이브가 이루어 논 죄악(罪惡)의 자죽,

얼마나 넌 징그럽게 엉켜있느냐

사람의 혁명(革命)이냐 배암의 혁명(革命)이냐 하늘의 혁명(革命)이냐

 

사막같이 허허(虛虛)한 가슴 위에서

너는 재치있게 솟아난 한줄기 샘물,

하기사 너로 하여 비이너스는 더욱 완전(完全)해졌으리라

 

네 속 깊숙이 새어 나오는 붉은 태아(胎兒)의 신음소리,

지금껏 스미는 그 처절(悽絶)한 살내음,

아아 억만년(億萬年) 우리 업보(業報)를 이루게 한 것.

 

신비스런 저주(詛呪)의 샘, 생명(生命)의 샘, 고통(苦痛)의 샘,

에덴에서 아담을 탈출(脫出)시킨 자유(自由)의 자죽!

 

아름다운 속박(束縛)이냐 소란스런 희망(希望)이냐

푸른 핏줄 엉켜붙어 한층 슬프게 요요(夭夭)한

―너 외로운 배꼽이여.

[광마집, 심상사, 1980]

* 마광수의 등단시로 청록파 시인 박두진 추천.

교수시절에 야한 이야기꾼으로 소설과 수필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저서 때문에 투옥되기도 함.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A%B4%91%EC%88%98

 

마광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마광수(馬光洙,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1])는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낸 대한민국의 국어국문학자이자 저술가이다. 호는 광마(狂馬)이며, 본관은 목천이다.[

ko.wikipedia.org

마광수(馬光洙,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1])는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낸 대한민국의 국어국문학자이자 저술가이다. 호는 광마(狂馬)이며, 본관은 목천이다.[2]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수석으로 입학·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윤동주 시인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7년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28세에 홍익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되었고, 1984년부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내며, 한국 문학의 지나친 교훈성과 위선을 비판하고 풍자하였다. 1991년 출판한 《즐거운 사라》의 외설 논란으로 1992년 강의 도중 구속되고, 1995년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어 연세대학교 교수직에서 해직됐다가 1998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2년 복직하여 2007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전공 정교수가 됐고, 2016년 정년퇴임했다. 2017년 등단 40년을 맞아 시선집 《마광수 시선》을 펴냈으나, 자택에서 홀로 별세하였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71170.html#csidx87ff7c414258f0fa71cb2c04892c2df

 

“감옥에 갇혀있던 사라 다시 왔다, 또 가둘래?”

[한겨레가 만난 사람] ‘돌아온 사라’ 출간 앞둔 ‘19금 교수’ 마광수

www.hani.co.kr

 

ㅡ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게 특이했다.

“나도 그랬다. 그분 정말 철저한 퓨리턴이잖아?

술·담배는 물론 커피도 안 마시는. 그런 분이 내 시가 유니크하다고 뽑아줬어.

‘배꼽이 섹시해’ 뭐 그런 시였는데.

 

ㅡ마광수가 윤동주 연구로 박사를 했다는 건 더욱 의외였다.

윤동주로 박사 한 게 내가 처음이다.

그의 쉽고 어린애 같은 시세계가 좋았어.

나는 이상이 제일 싫어. 천재라고 떠받드는 사람은 더욱 싫고. 그냥 똥폼이야.

윤동주에겐 그런 똥폼이 없어. 쉽고 순수하고 똥폼 안 잡는 점에서 나와 윤동주는 같아.”

ㅡ유미주의를 문학적 모토로 삼고 있는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마광수에게 아름다움은 인공미다. 자연미의 시대는 갔다. '

지금은 잘 꾸미는 인공미의 시대이고, 대표적인 것이 페티시이다.

누구는 나더러 외모지상주의자라고 하는데 내 주장은

타고난 외모 비관하지 말고 페티시를 통한 인공미로 자연미를 뛰어넘자야.

얼마 전 내가 가수 산다라 박을 위한 시를 썼어.

긴 가발을 쓴 걸 보니 무지막지하게 섹시하다,

그런 내용인데 누가 포털에 실어날라 유명해졌지.

연대 애들한테 물어보니 9만5000원짜리 가발이래. 그거 투자해 대박났잖아?”

 

https://kydong77.tistory.com/17318

 

狂馬 마광수 ‘즐거운 사라’, 성 경험 통해 정체성 찾는 여대생 다뤄

 <앵커> 25년 전에 소설책 한 권 때문에 외설 논란에 휘말려서 감옥까지 갔던 작가 마광수 씨가 어제(5일) 예순여섯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고인의 삶을 조지현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kydong77.tistory.com

 

사라의 법정

ㅡ 마광수

검사는 사라가 자위행위를 할 때
왜 땅콩을 질(膣) 속에 집어 넣었냐고 다그치며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7318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티스토리]

 

https://namu.wiki/w/%ED%8E%98%ED%8B%B0%EC%8B%9C

 

페티시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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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신숭배

Fetish

문화인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추상적인 가치 대신 즉물적인 대상을 쫓는 것을 말한다. 혹은,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물품들을 페티시라고 한다. 이름의 유례는 라틴어의 "facticius"(만들어진 물건)에서 포르투갈어의 feitiço, 불어의 fétiche로 이어져 영단어가 된 것. "주술용품"이나 "부적"을 의미한다.

영적 연결의 매개체나 연결 그 자체를 상징하는 토템과 달리 페티시는 그냥 그 자체로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물품들로써 토템과는 전혀 다르다. 토템과 페티시 모두 무언가 소유자나 숭배자에게 힘을 주는 물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용어를 혼동하기 쉬운데, 그 힘의 근원이 전혀 딴판이기 때문에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옳다.

페티시를 만들고 그것에서 힘을 취하는 것을 숭상하는 페티시즘은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특히 유행하는 원시적 종교인데, 특정 물적대상에 대한 주술적 숭배 및 그 대상물이란 점에서 토템과 비슷하나 페티시는 그냥 숭상 받는 대상이기 때문에 의외로 엄밀한 의미로써의 페티시즘은 그리 흔하지 않다.

사실, 토테미즘 또한 엄밀한 토테미즘[1]은 별로 없고 애니미즘이 토템의 형태로 구현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토템'들은 또 '편리화' 되어 페티시로 위장 중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대충 숭상받는 페티시형 '토템'[2]은 지구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한반도의 무속 신앙도 어느정도 페티시적 요소가 가미된 토테미즘이 섞인 애니미즘이다. 이런 토속 신앙이 아닌 좀더 조직화된 종교들도, 더 고도로 조직화됨에 따라, 토템으로 변경된 애니미즘 요소가 페티시 형태로 변형 내지 위장하여 흔적으로 남는 모습을 보인다. 크리스트교에도 고전 사도 교회에서는 소위 "성물"이라 하여 딱히 교리적 이유는 없지만[3] 대충 영험하거나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물품들, 주로, 이름난 성인이나 성자의 신체 부위, "진짜 십자가의 파편"이나 "진짜 수의의 조각" 등을 성전에서 소중히 보관하고 신도들이 이를 숭배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에 영험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것은 애니미즘적 다신교의 토템들이 '편리 기복화' 되어 페티시 비슷한 것으로 전락하여 크리스트교에 흡수된 것으로, 유대교 시절에서도 발견된다. 구약을 보면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질서가 멀쩡하던 시기에도 '페티시' 처럼 활용되는 우상들이 널려 있었다고 꾸준히 언급된다. (이스라엘의 신앙이 무너져서 애니미즘이 유입되면[4] 이 '페티시'로 쓰이는 '우상'이 '토템' 기능을 가지게 되는데, 그 순간 이스라엘에 큰 재앙이 일어난다.) 그런데 기독교로 오고 나면 이 우상들을 더 이상 '토템'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5], 이것은 그 뒷편에 있는 '애니미즘' 자체를 완전 부정하여 '우상'들은 신으로써의 가치가 없으므로 애초에 신이 아니라고 못 박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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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페티시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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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ual fetishism

성도착증의 일종으로서 무정물[1], 생식활동과 무관한 신체 일부(특히  등. 발 페티시 문서로.), 신체에서 사출된 분비물 등에서 성적 흥분을 얻는 것을 말한다.[2] [3] 때문에 우리말 정신의학 용어로는 절편음란증, 물품음란증 같은 학문적인 명칭이 붙어있다. 물론 절편음란증에서 절편은 잘라낸 부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전체가 아닌 신체 일부 부위(발 등)만을 성적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물품음란증의 의미는 자명할 것이고.

간혹 신체 부위가 아닌 무정물에 대한 성애만 페티시즘이라고 한다고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오해다. 정신과적 입장에선 생식활동과 무관한 신체 부위(예를 들어 발, 머리카락 등)에 대한 성적 흥분을 파셜리즘(Partialism)이라고 하여 무생물에 대한 성적흥분과 묶어 성적 페티시즘이라고 부른다.[4]

절편음란증, 물품음란증이라는 명칭을 보면 알겠지만, 정신의학에서는 신체 일부나 무정물에 흥분할 때만 성적 페티시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특정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에 대한 성애, 동물이나 어린이 등 유정물에 대한 성애, 노출증 같은 성적 행위의 방법에 대한 성애는 정신의학에선 페티시즘으로 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XX 페티시즘'이란 표현이 흔히 남용되기에 혼동하는 것이다.[5]

DSM-5에서는 이상성벽(Paraphilic Disorder) 분류에서 아래의 여러가지 성벽들을 기타 이상성벽(Paraphilic Disorders Not Elsewhere Classified)으로 몰아 넣었다. 실제로 각각의 개별 성벽의 문헌 보고가 극히 소수만이 존재할 정도로 마이너한 성벽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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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마광수(馬光洙,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1])는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낸 대한민국의 국어국문학자이자 저술가이다. 호는 광마(狂馬)이며, 본관은 목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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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馬光洙,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1])는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낸 대한민국의 국어국문학자이자 저술가이다. 호는 광마(狂馬)이며, 본관은 목천이다.[2]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수석으로 입학·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윤동주 시인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7년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28세에 홍익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전임강사로 임용되었고,

1984년부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내며, 한국 문학의 지나친 교훈성과 위선을 비판하고 풍자하였다.

1991년 출판한 《즐거운 사라》의 외설 논란으로 1992년 강의 도중 구속되고,

1995년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어 연세대학교 교수직에서 해직됐다가

1998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2년 복직하여 2007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전공 정교수가 됐고,

2016년 정년퇴임했다.

2017년 등단 40년을 맞아 시선집 《마광수 시선》을 펴냈으나, 2017년 9월 5일 자택에서 홀로 별세하였다.

 

저서

  • 광마집 (한국문학도서관, 1980)
  • 상징시학 (청하, 1980; 청하, 1985; 청하, 1997; 철학과현실사, 2007)
  • 윤동주 연구( 정음사, 1986; 철학과현실사, 2005)  
  • 심리주의 비평의 이해 (오늘의시민서당, 1987; 청하, 1995)
  •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유림, 1988; 유림, 1990)
  • 가자 장미여관으로 (출판사: 자유문학사, 1989년 5월 1일; 책읽는귀족, 2013)
  •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출판사: 자유문학사,1989년 10월 1일; 북리뷰, 2010)
  • 귀골 (평민사, 1985; 한국문학도서관, 1989)
  • 권태(출판사: 문학사상사,1990년 1월 1일; 해냄, 2005; 책마루, 2011))
  • 사랑받지 못하여(출판사: 행림출판사, 1990년 2월 1일)
  •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 (민족과 문학사,1991; 사회평론, 1997)
  • 즐거운 사라 ( 2008; 서울 문화사, 1991년 7월 1일; 청하, 1991)
  • 열려라 참깨(출판사: 행림출판사, 1992년 7월 1일)
  • 마광수 문학론집 (청하, 1989; 청하, 1992)
  • 시창작론 (한국문학도서관, 1992)
  • 즐거운 사라 (청하, 1992)
  • 광마일기 (행림출판사, 1992)
  • 사랑의 다른 기술 (여원, 1992)
  • 사라를 위한 변명 (열음사, 1994)
  • 심리주의 비평의 이해 (청하, 1995)
  • 운명 (출판사: 사회평론, 1995년 10월 1일)
  • 불안(출판사: 리뷰앤리뷰, 1996년 10월 12일)
  •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철학과현실사,1997년 , 한국문학도서관, 2008)
  • 성애론(출판사: 해냄출판사,1997년 7월 1일; 해냄, 2006)
  • 시학(출판사: 철학과현실사,1997년 10월 1일)
  • 사랑의 슬픔(출판사: 해냄출판사, 1997년 11월 1일)
  • 자유에의 용기(출판사: 해냄출판사,1998년 12월 1일)
  • 자궁속으로 (사회평론, 1998) 색 (출판사: 고도, 1999년 6월 1일)
  • 인간(출판사: 해냄출판사,1999년 11월 1일)
  • 남자도 이혼을 꿈꾼다(출판사: 동서고금,1999년 12월 1일)
  •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1,2 (출판사: 해냄출판사, 2000년 4월 1일)
  • 문학과 성 (출판사: 철학과현실사,  2000년 12월 1일)
  •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출판사: 오늘의책, 2005년 5월 18일)
  • 로라 1,2 (해냄, 2005)
  • 광마잡담(출판사: 해냄출판사,2005년 6월 1일)
  • 광마일기 (사회평론, 1996; 사회평론, 2005)
  •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출판사: 해냄출판사,2005년 6월 1일)
  • 사라를 위한 변명 개정판(출판사: 열음사, 2005년 8월 10일)
  • 마광수 문학론집 삐딱하게 보기 (철학과현실사, 2006)
  • 마광쉬즘 (인물과사상사, 2006) 유혹 (해냄, 2006)
  • 야하디 얄라숑 (해냄, 2006)
  • 이 시대는 개인주의자를 요구한다 (새빛에듀넷, 2007)
  •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철학과현실사, 2007)
  • 빨가벗고 몸하나로 뭉치자 (시대의창, 2007)
  • 인간 (한국문학도서관, 2008)
  •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한국문학도서관, 2008)
  • 문학과 성(한국문학도서관, 2008)
  • 귀족 (중앙북스, 2008)
  •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출판사: 에이원북, 2008년)
  • 광마일기 - 마광수 장편소설(출판사: 북리뷰, 2009년 8월 10일)
  • 연극과 놀이정신(출판사:철학과현실사, 2009년 1월 20일)
  • 사랑의 학교(마광수 소설집) (출판사:북리뷰, 2009년 4월 15일)
  • 일평생 연애주의 (문학세계사, 2010)
  • 첫사랑 (북리뷰, 2010)
  •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오늘의책, 2010)
  • 마광수의 뇌구조 (출판사: 오늘의책, 발행:2011년)
  • 미친 말의수기 (꿈의 열쇠, 2011)
  • 돌아온 사라 (아트블루, 2011)
  • 페티시 오르가즘 (아트블루, 2011)
  • 세월과 강물 (책마루, 2011)
  • 소년 광수의 발상 (서문당, 2011)
  • 인간론 (책마루, 2011)
  • 더럽게 사랑하자 (책마루, 2011)
  • 멘토를 읽다 (출판사: 책읽는귀족, 2012년)
  • 별것도 아닌 인생이 (책읽는귀족, 2012)
  • 나는 찢어진 것을 보면 흥분한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
  •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 (책읽는귀족, 2012)
  • 청춘 (출판사: 책읽는귀족, 발행:2013년) 2013
  • 즐거운 사라 (책읽는귀족, 2013)
  •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읽기 (책읽는귀족, 2013)
  • 상상놀이 (책읽는귀족, 2013)
  • 사랑학 개론 (철학과 현실사, 2013)
  • 나의 이력서 (책읽는귀족, 2013)
  • 육체의 민주화선언 (책읽는귀족, 2013)
  • 행복 철학 (출판사: 책읽는귀족, 발행:2014년)
  • 마광수의 인문학 비틀기 (책읽는귀족, 2014)
  • 아라베스크 (책읽는귀족, 2014)
  • 생각 (책읽는귀족, 2014)
  • 스물 즈음 (책읽는귀족, 2014)
  • 천국보다 지옥 (등대지기, 2014)
  • 나만 좋으면 (어문학사, 2015)
  • 나는 너야 (어문학사, 2015)
  • 인생은 즐거워 (등대지기, 2015)
  • 섭세론 (출판사: 철학과현실사, 2016년)
  • 인간에 대하여 (어문학사, 2016)
  • 사랑이라는 환상 (어문학사, 2016)
  • 마광수 시선 (출판사: 페이퍼로드, 2017년)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7318 

 

*한국에는 편집증에 탐닉하여 인기 작가가 되었다가 자결한 시인이 있는가 하면

순수함을 자연 속에서 갈구하고 자아실현을 기도하는 시인들도 많습니다.

 

압해도 8

ㅡ노향림

압해도 사람들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이마받이을 하고
문득 눈을 들면
사람보다 더 놀란 압해도
귀가 없는 압해도
반 고호의 마을로 가는지
뿔테 안경의 아이들이 부는
휘파람 소리
일렬로 늘어선 풀들이
깨금발로 돌아다니고
집집의 지붕마다 귀가 잘려
사시사철 한쪽 귀로만 풀들이 피는
나지막한 마을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자연(自然)

ㅡ 노향림 

  

전남 해남군

산이면(山二面)에 가면

산과 바다가 맞물려 있습니다.

 

어린 날 숨죽여 묻어 둔

울음 소리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삭지 않고

더욱 짙푸르게 울리는 울음 소리.

 

산과 바다엔 밤이

오고 있었습니다.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내 죄(罪) 몇 벌

벗어 걸어 둔 생소나무 숲 사이로

관절 풀린 길 하나

저절로 꼬여 있습니다.

 

갈밭 머리엔

어린 날 놓아 버린 하늘이

한 구덩이 빠져 아직도 허우적입니다.

 

날 선 갈대들이 서로 살을 베어

피 흘리는 사이로 아득히

비명 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어딜 가나 스며드는 바다

그 푸른 빛만이 내 몸속에

느릿느릿 가지 않는 시간처럼

살아 있습니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문학사상사, 1992]

노향림 시인
194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출생.

1965년 중앙대 영문과 졸업.

1970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불〉 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K읍 기행』(1977),

『눈이 오지 않는 나라』(1987),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1992),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1998)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2005)  등이 있음.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이수문학상 수상.

*압해도 연작시 80여편 발표.

 

 

 

https://www.youtube.com/watch?v=3oRTVHY9Lcg 

 

압해도

ㅡ 노향림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西海바다 그 푸른꿈 지나
언제나 그리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창밖엔 밤새도록 우리를 부르는 소리
친구여 바다가 몹시도 그리운 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간주)

하이얀 뭉게구름 저멀리 흐르고
외로움 짙어가면 친구여 바다소나물 사잇길로 가자
늘리보다 더 외로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가자
언제나 그리운 압해도로 가자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1996/09/09/1996090970282.html

 

문학/ 노향림시 `압해도' 기념비

문학/ 노향림시 `압해도 기념비

www.chosun.com

전남 신안 앞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섬인 압해도에 관한 80여편의 시
를 발표한 시인 씨의 시세계를 기리는 기념탑 건립이 압해도 주
민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압해면장과 재경 압해향우회장 등이 중심
이 된 「시비 건립추진위원회」는 자신들의 고향인 압해도를 시향
으로 삼아 노래한 시인을 기리는 탑을 주민들의 뜻을 모아 세우기로 하
고, 10월5일 현지에서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건립추진위원회는 『시인의 연작시 「압해도」는 압해도 사람들에게 자
긍심을 갖게 하고, 우리 고향의 청소년들에겐 문학적으로 신선한 자극
이 될 것』이라고 건립취지를 밝혔다. 노씨는 『어린시절 목포 산정동 산
기슭에서 내려다 보이는 압해도를 바라보며 상상의 섬, 즉 이상향의 세
계를 꿈꾸었다』며, 『이 그리움은 그 이후 제 마음에 자리잡은 「시원의
공간」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K읍기행(K邑紀行)

ㅡ 노향림

 

오랜만에 만나는 분위기.

하나의 선(線)이 되어 평야(平野)가 드러눕는다.

일대(一帶)는 무우밭이 되어

회색집들을 드문 드문

햇볕 속에 묻어 놓고

몇 트럭씩

논밭으로 실려나가는

묶인 고뇌(苦惱)와

고장난 시간(時間)들

지나다 보면

낯이 선 사투리들이

발길에 툭 툭 채였다.

길가 사람들 속에서

구부정한 말채나무가

혼자 목을 쳐들고.

할 일 없이 혼자 쳐들고 있다.

[시인의 말]

시인이란 바꾸어 말하면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아름답고 바른 삶을 꿈꾸며, 향기가 우러나는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꾸기를 뒤집어보면 우리의 삶이 아름답지도 못하고 바르지도 못하다는 어두운 실상이 나타난다.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는 슬픔이며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설음임을 깨우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n2AOGUKDos 

 

 

 

https://www.youtube.com/watch?v=TQqtUFGn7kM 

 

즐거운 편지

ㅡ  황 동 규(黃東奎, 1938 ~ 1995,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위 작품은 산문시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9%A9%EB%8F%99%EA%B7%9C

 

황동규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황동규(黃東奎, 1938년 4월 9일 ~ )는 대한민국의 시인, 영문학자이다. 본관은 제안(齊安)이다.[1]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이다.[2] 평안남도 숙천에서 출생하였고[2]

ko.wikipedia.org

 

황동규(黃東奎, 1938 ~ 1995 )는 대한민국의 시인영문학자이다. 본관은 제안(齊安)이다.[1]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이다.[2]

생애

평안남도 숙천에서 출생하였고[2] 지난날 한때 평안남도 강동에서 잠시 유아기를 보낸 적이 있는 그는 훗날 평안남도 평양에서 잠시 자라다가 1946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월남하였다. 서울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나왔다. 1958년 《현대문학》에 시 〈10월〉,〈동백나무〉,〈즐거운 편지〉 등을 추천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한밤으로〉,〈겨울의 노래〉,〈얼음의 비밀〉 등의 역작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초기 시들은 첫 번째 시집 《어떤 개인 날》에 수록되어 있다. 이어 두 번째 시집 《비가(悲歌)》, 3인 시집 《평균율》을 간행하였고 《사계(四季)》의 동인으로 활약했다. 그 밖의 시집으로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풍장(風葬)》 등이 있다. 1968년 현대문학신인상, 1980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황동규의 시는 전통적인 한국 서정시의 강한 편향성과 서정성에서 벗어나 1950년대 이후의 현대시사 위에 독자적인 맥락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며 독특한 양식적인 특성과 기법으로 인해 현대시의 방법적, 인식적 지평을 확대해 놓았다는 점에서 동시대 비평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3]

가족 관계

  • 아버지 황순원의 3남 1녀 중 장남

 

황동규 시인은 1938년 평남 숙천(肅川)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맏아들로 태어나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고 졸업 후 서울대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따고 영국 에든버러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1968년부터 서울대 영문학 교수로 재임했다.

1958년 미당 서정주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 ‘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어떤 개인 날’ ‘풍장’ ‘외계인’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꽃의 고요’ ‘겨울밤 0시 5분’ ‘사는 기쁨’ ‘연옥의 봄’ 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은 아버지 황순원에 대해 말할 때 늘 ‘체험의 공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소나기>의 작가로 저명한 부친 황순원은 이글 하단에 소개하겠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byron037&logNo=220902082774 

 

황동규 시인 : 풍장 3, 6, 12, 25, 42, 48, 52, 54, 58, 63 (연작시집 風葬 中에서)

1982년 가을 황동규 시인은 서해와 남해안 섬을 몇 군데 되돌아보는 여행을 떠난다 당시 인생의 반환점을 ...

blog.naver.com

 

https://blog.daum.net/ss4818/582

 

황동규 : 풍장

풍장(風葬) 1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風葬)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

blog.daum.net

 

풍장(風葬) 1

ㅡ 황동규(黃東奎 1938 ~ 1995 ) 

내 세상 뜨면 풍장(風葬)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 우고 옷 벗기 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 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시인 황동규, <풍장> 연작 완결…70편짜리 ‘생사의 교향악’ 

우리 시대 대표적 시인 황동규씨가 82년에 시작한 <풍장> 연작이 95년 가을 70편으로 완결되었다. 

살아 있는 모든 자에게 죽음은 시시각각 다가온다. 산 자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공포이며, 심연을 알 수 없는 어둠이다. 그 공포와 어둠으로 인간을 몰아가는 것은 질병이나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 시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소멸로 인도하는 시간에 저항한다.

제의(祭衣), 종교 혹은 문명 전체가 시간에 대해 인간이 저항하는 형태이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시간에 대한 저항이 없다면 우리의 삶에서 어떤 형태의 완성도 찾아볼 수 없다.

영원한 암적(暗寂), 끝없는 무(無), 흐느적거리는 권태일 뿐이다.

죽음은 삶을 유한적 존재로 한정하지만, 그 한정으로 인해 삶은 권태를 벗어나 찬란한 완성이 된다.

어둠이 있음으로 해서 빛이 존재하듯이.

82년,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다오’(<풍장1>)

로 첫 걸음을 내디딘 <풍장> 연작은 바로 관념의 죽음에서 벗어나 죽음을 길들이기 위한, 삶과 죽음의 내밀한 교접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찬란하게 만들기 위한, 시인 황동규의 긴 여정이다.

풍장(風葬)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비바람에 시신이 육탈하기를 기다린 후에 매장하는 우리나라 서남해 도서 지방의 독특한 장례법이 아니던가. 그 풍장이 시인에게 ‘삶 자체의 알레고리’로 보였던 것이다.

삶이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풍장은 구체적으로 죽음의 경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풍장은 죽음에 이르는 우리의 삶으로 시인에게 은유된 것이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풍장1>)에서 보는 것처럼 초기 <풍장> 연작은 대체로 죽음을 찾아나서서 죽음과 맞대결하려는 시인의 강렬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 때가 40대 중반, 일반적으로 의식 속에서 죽음이 만져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아니던가.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죽음을 찾아나서서 그놈의 실체를 보자는 것.

그것은 죽음과의 대결이지만 ‘죽음 길들이기’‘죽음과의 친화’이기도 하다.

이 죽음과의 친화는 <풍장> 연작 중기로 오면 삶과의 친화, 생명에 대한 환희로 변주된다.

이 질적 변화는 죽음과의 대결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풍장37

땅 속에 발목뼈 채 묻히지 못해

한없이 떠도는 원혼(寃混)이 된들 어떠리.

 

원혼 가운데서도

새처럼 가벼운 원혼,

 

슬피 울지도 못하고

잠투정하듯

초저녁에 잠시 우는,

 

울다 문득 고막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풍장37> 전문)

 원혼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은 그만큼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풍장> 연작 중기에 오면 시인 황동규는 죽음 길들이기와 죽음 긍정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여 삶의 정신적 자재(自在)에 이른다.

 후반기 <풍장>에는 삶과 죽음의 이원론이 완전히 지양되고 삶과 죽음의 동시적 긍정이, 그 둘의 경계 없음이, 그 무화(無化)의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그것은 세속적 시간의 초월이 아니라 끌어안기다. 그리하여 시인에게 끌어안긴 죽음과 삶은, 그것을 구분하는 시간은 ‘꿈도 없이’ 편안하게 졸 수 있다.

 황동규의 <풍장> 연작 70편은 죽음과 삶의 쟁투에서 그것들의 화평에 이르는 드라마틱한 여정이다. 이 화평이 우리에게 영생 (永生)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사술(邪術)일 뿐이다. 황동규의 시집 <풍장>(문학과지성사)은 우리 삶의 유한함의 아름다움과, 죽음을 감싸안으면서도 우리의 존재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의식의 자재(自在)를 보여준다.

 그래서 세상을 ‘군침 돌게’ 해 준다.

하응백 (문학 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시사저널 1995. 10. 19

  

The time we have left

How does it matter the time we have left,

We'll have the chance to grow old together :

My tenderness will live in the deep of your eyes,

Your youth will live in the deep of my heart.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우리가 함께 늙어가는 건 행운이야

당신의 눈동자에 나의 사랑이 담겨있고

내 마음 깊은 곳에 당신의 청춘이 살아 있으니

 

Like a prayer from childhood,

these words on your lips give me faith.

I can imagine us, your hand in mine,

our smallest smiles will mean I love you.

 

어린 시절의 기도처럼

당신의 입술에 감도는 말은 나에게 믿음을 주고

난 당신이 내 손을 잡는 상상을 하고

우리의 엷은 미소조차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듯.

 

But one of us will leave first,

And close his eyes forever

With a final smile.

And the other, losing half his life,

Will remain in the night every day.

His heart of course will beat,

But for whom ? But why ?

 

하지만 우리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마지막 미소를 머금은채

영원히 눈을 감는다면

남은 사람은 남은 인생의 반절은 잃어 버린 채

매일 어둠속에서 지내게 될거야.

그의 가슴은 뛰겠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뛰는가

 

Your step sounds, the door opens,

My heart beats faster and I find you again.

When our hands are holding I forget about everything else,

I feel like time itself has stopped.

 

당신의 발걸음 소리가 문틈으로 들려오면

내 심장은 더 빨리 뛰고 당신을 되찾겠지

우리가 서로 손을 잡는 순간 나는 다른 모든 것을 망각한채

시간이 멈추었다 느끼겠지

 

But one of us will leave first,

And close his eyes forever

With a final smile.

One day one of us will be too tired,

And, almost happy, will leave first

And the other, without delay, will follow.

 

하지만 우리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마지막 미소를 머금은채 영원히 눈을 감는다면

어느날 남은 한 사람이 매우 피곤해져서

행복하게 세상을 떠나서

남은 사람은 이 세상에 지체하다가 그를 찾아 떠나겠지.

 

I can imagine us, your hand in mine,

our smallest smiles will mean I love you.

 

나는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당신 손을 기억하지

우리의 엷은 미소는 서로 사랑한다는 의미라네

[가사출처] 아름다운미술관cafe

 그의 가슴은 뛰겠지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뛰는가 ’ ☜ 이건 무슨 뜻일까?

  

풍장(風葬) 2 

ㅡ 黃東奎 (1938 ~ 1995 ) 

아 색깔의 장마비!
바람 속에 판자 휘듯
목이 뒤틀려 퀭하니 눈뜨고 바라보는
저 옷벗는 색깔들
흙과 담싼 모래 그 너머
바다빛 바다!
그 위에 떠다니는 가을 햇빛의 알갱이들

 

소주가 소주에 취해 술의 숨길 되듯
바싹 마른 몸이 마름에 취해 색깔의 바람 속에 둥실 떠……

 

3

희미한 길 하나
골목에 들어가 길 잃었다가

 

환한 한길로 열리듯
아픈 이 하나
턱 속에 사라졌다가 바람 불 때
확하고 뇌 속으로 타오르듯이

 세상이 세워지다 말고
헐리다 말고
외롭다 말고, 세상이
우리 모여 떠들던 광교의 술집과
잠 못 들다 홀로 몸 붙이고 잠든 방 사이
어디선가 타오른다

 인왕산일까 남산쯤 혹은 낙산 그 너머일까
낙산 밑에 밀주 팔던 그 술집일까
안방에 담요 뒤집어 쓰고 화끈 달던
술항아리일까
혹은 우리들보다 더 뜨거운 우리의 골목일까
그런 골목, 우리 코트 버리고
웃옷 벗어 머리에 쓰고 허리 낮추고
타는 마루를 빠져나와 마당을 빠져나와
대문턱에 걸려 넘어져 엎어진 채로
세상이 마르고, 세상을 태우고, 세상에 물뿌리는 소리를 듣는다

 

4

쓸쓸한 화령길

어려운 길 석천(石川)길

반야사(般若寺)는 초행길

황간(黃澗)지나 막눈길

 

돌다리 위에 뜬 어리숙한 달

(그 달?)

등지고

난간 위에 눈을 조금 쓸고

목숨 내려놓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루카치 만나면 루카칠

바슐라르 만나면 바슐라를

놀부를 만나면 흥부를……

 

이번엔 달을 내려놓고.

 

7

 풍란(風蘭)이 터진다

손가락을 넣으면

빵꾸난 주머니 시원 너덜너덜 너덜

 

옷꿰맨 곳 터져

살 드러나고

살 꿰맨 곳 터져

뼈 드러나는가

 

가만,

말 꿰맨 곳 터질 때

드러나는 말의 뼈

 

실과 바람사이

바람과 난(蘭)사이

풍란(風蘭)과 향기 사이

에서 흰 빛깔과 초록빛깔이 알록달록 가벼이 춤추는

뼈들이 골수속에 코를 박고 벌름대는

이 향기.

 

2

 이 세상 가볍게 떠돌기란

양말 몇 켤레면 족한 것을

헤어지면

기워신고

귀찮아지면

해어지고

(소금장이처럼 가볍게

길 위에 떠서)

 

아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콘크리트 터진 틈새로

노란 꽃대를 단 푸른 싹이

간질간질 비집고 나온다

공중에선

조그만 동작을 하면서

기쁨에 떠는 새들

호랑나비 바람이 달려와

마음의 바탕에

호랑무늬를 찍는다

찍어라, 삶의 무늬를,

어느날 누워 깊은 잠 들 때

머릿속을 꽉 채울 숨결의 무늬를,

그 무늬 밖에서 숨죽인 가을비 내릴 때.

 

4

 오늘 낮에 새들한테 당했다

섬 밖 사방에서 날아와

떼지어 맴돌다

한꺼번에 나에게 달려든

저 갈매기표(標) 칼새표(標) 심장들

두둥 두둥둥

마싹 마른 다리로 벌떡 일어나

뒤를 보며 달리다

바닷가에 널어논 그물에 걸려

벌렁 나자빠져 춤추듯 누웠다

 

온통 맥박 투성이의 하늘.

  

15 

숲에서 나와

가까이,

땅의 얼굴에 얼굴 가까이,

그 얼굴에 볼에 가볍게 볼 비비고

그 얼굴에 입에 입 가까이

혀 가까이,

목구멍 가까이,

가볍게

몸이 가벼워져 거꾸로 빙빙 돌며 떠오르는 곳

회오리 바람이는 곳 내 죽음 통하지 않고 고장 승천하는 곳.

 

16 

어젯밤에는

흐르는 별을 세 채나 만났다

서로 다른 하늘에서

세 편(篇)의 생(生)이 시작되다가

확 타며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오늘 오후 만조(滿潮) 때는

좁은 포구에 봄물이 밀어오고

죽었던 나무토막들이 되살아나

이리저리 헤엄쳐 다녔다

허리께 해파리를 띠로 두른 놈도 있었다

 

맥을 놓고 있는 사이

밤비 뿌리는 소리가 왜 이리 편안한가?

 

17 

땅에 떨어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물방울

사진으로 잡으면 얼마나 황홀한가?

(마음으로 잡으면!)

순간 튀어올라

왕관을 만들기도 하고

꽃밭에 물안개로 흩어져

꽃 호흡기의 목마름이 되기도 한다.

 

땅에 닿는 순간

내려온 것은 황홀하다.

익은 사과는 낙하하여

무아경(無我境)으로 한번 튀었다가

천천히 굴러

편안히 눕는다.

 

20 

바다는 젖어 있었다.

바다와 해가 맞물려 출렁거려

그 속에서 해당화가

왕보석처럼 빛났다.

색의 창을 슬쩍 여닫는 색의 눈,

 

해당화를 보다 말고

인간을 향해

그냥 인간의 눈 속으로!

 

21 

인간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속에 사는,

미물(微物) 속에서도 쉬지 않고 숨쉬는,

혹은 채 살아 있지 않은 신소재(新素材)도

날카로이 깎아놓으면

원래의 편안한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저 본능!

 

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무, 저 꽃, 저 풀,

도토리를 먹는 다람쥐의 오르내리는 저 목젖이

동식물도감의 정밀한 사진들 속에 숨지 않으려는

바로 그것!

 

22 

무작정 떠 있다

멍텅구리배.

오늘은 흔들리지도 않는다.

허리 근질거림 참다보면

바다에 떴는지 하는에 떴는지

열(熱)에 떴는지.

 

처음으로 나무에서 내려와

땅 위에 정신없이 발디딘 원숭이처럼

땅 위에 떴는지.

 

인간으로 그냥 낡기 싫어

뒤로 돌아

생명의 최초로 되밟아가려다

생명 속에 떴는지.

 

24

 베란다에 함박꽃 필 때

멀리 있는 친구에게

친구 하나 죽었다는 편지 쓰고

편지 속에 죽은 친구 욕 좀 쓰려다

대신 함박꽃 피었다는 얘기를 자세히 적었다.

 

밤세수하고 머리 새로 씻으니

달이 막 지고 지구가 떠오른다.

 

25

희양산 봉암사에 다가갔다.

늦가을 저녁

발목이 깊은 낙엽에 빠지고

시냇물 소리도 낙엽에빠지고

바람 소리까지 낙엽에 빠지는

늦가을 저녁.

 

검음 멈추면

소리내던 모든 것의 소리 소멸,

움직이던 모든 것의 기척 소멸,

문득 얼굴 들면

하얗게 타는 희양산 봉우리,

소리없이 환한.

 

주위엔 저 옥보라색.

빛들이 몸 가벼운 쪽으로 쏠리다 맑아져

分光 그만두고 스펙트럼 벗어나 우주 속에 사라졌다가

지구의 하늘이 그리워 돌아온

저 색!

 

때맞춰 하얗게 타는 산봉우리.

 

26

달마는 면벽(面壁) 구 년에 왜 마르지 않았는가?

달마는 마르는 대신 왜 사지(四肢)의 퇴화를 택했는가?

사지는 말없이 그의 고통과 법열(法悅) 속에

(저 소리없는 신음소리, 아악 소리,

내장(內臟)의 웃음소리, 생명의 폭발소리)

그 모두를 참으며 세포 하나하나에

미소 보내며 기다렸을까?

 

기다림이란 무엇인가? 퇴화란 무엇인가?

혹시 진화란 퇴화로부터 뒷걸음질치는 것?

발 헛디디며 계속 뒷걸음질치다

벽에 등대고 선 나의 머리와 사지.

 

27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이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28

내 마지막 길 떠날 때

모든 것 버리고 가도.

혀끝에 남은 물기까지 말리고 가도.

마지막으로 양 허파에 담았던 공기는

그냥 지니고 가리.

가슴 좀 갑갑하겠지만

그냥 담고 가리.

가다가 잠시 발목 주무르며 세상 뒤돌아볼 때

도시마다 사람들 가득 담겨 시시덕거리는 것 내려다보며

한번 웃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 배 잡고 낄길대며 위해

지니고 가리.

 

30 

함박꽃 가지에서

사마귀가 성교 도중 암컷에게 먹히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머리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이 쾌감!

하늘과 땅 사이에 기댈 마른 풀 한 가닥 없이

몸뚱어리 몽땅 꺼내놓고

우주의 공간 전부와 한번 몸 부비는

저 경련!

 

31 

마른 국화를 비벼서

향내를 낸다

꽃의 체취가 그토록 가벼울 수 있을지

손바닥을 들여다 보다가

마음이 쏟아진다

 

나비나 하루살이 몸에

식물의 마음 심은 가벼운 것이 되어

떠돌리라

비벼진 꽃 냄새 살짝 띠고

 

34 

옷을 벗어버린 눈송이들이

지구의 하늘에서보다 더 살아 춤추는

우주의 변두리,

혹은 서울의 변두리 밖으로,

가고 싶다.

확대경 속에서처럼

큰 눈송이들이

공해에 찌든 몸의 옷 벗어버리고

속옷도 모두 벗어버리고

속살 그대로 날으며 춤추는

춤추다 춤추다 몸째 춤이 되는 그곳으로,

 

여섯 개의 수정(水晶)깃만 단 눈송이들이.

 

35 

친구 사진 앞에서 두 번 절을 한다.

친구 사진이 웃는다,

달라진 게 없다고.

몸 속 원자들 자리 좀 바꿨을 뿐,

영안실 밖에 내리는 빗소리도

옆방에서 술 마시고 화투치는 조객들의 소리도

화장실 가기 위해 슬리퍼 끄는 소리까지도

다 그대로 있다고.

 

36 

내 마지막 기쁨은

시(詩)의 액셀러레이터 밟고 또 밟아

시계(視界) 좁아질 만큼 내리 밟아

한 무리 환한 참단풍에 눈이 열려

벨트 맨 채 한계령 절벽 너머로

다이빙.

몸과 허공 0밀리 간격 만남.

아 내 눈!

속에서 타는

단풍.

 

37 

땅속에 발목뼈 채 묻히지 못해

한없이 떠도는 원혼(寃魂)이 된들 어떠리.

원혼 가운데서도

새처럼 가벼운 원혼,

슬피 울지도 못하고

잠투정하듯

초저녁에 잠시 우는,

울다 문득 고막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38 

아침에 커피 끓여 마실 때

내 입은 위(胃)와 통화한다,

"지금 커피 한잔 발송한다."

조금 있다가 위는 창자와 통화할 것이다.

"점막질에 약간 유해한 액체 바로 통과했음."

저녁쯤 항문은 입에게 팩시를 보낼 것이다.

"숙주(宿主)에 불면증 있음."

 

40 

선암사 매화 처음 만나 수인사 나누고

그 향기 가슴으로 마시고

피부로 마시고

내장(內臟)으로 마시고

꿀에 취한 벌처럼 흐늘흐늘대다

진짜 꿀벌들을 만났다.

 

벌들이 별안간 공중에 떠서

배들을 내밀고 웃었다.

벌들의 배들이 하나씩 뒤집히며

매화의 내장으로 피어……

 

나는 매화의 내장 밖에 있는가,

선암사가 온통 매화,

안에 있는가?

 

44 

바람 소리. 

저 마을 뒤에 엉거주춤 서 있는 산,

낯익어 고향 같다.

개울 간신히 건너는 돌다리

낯익어 돌다리 같다.

눈 반쯤 감고 보면 모두 낯익다.

바람 소리에 흔들릴까 말까 주저하는

저 나무의 몸짓도.

언젠가 하루 구름 갠 날

눈 한번 아주 감으면

모든 게 몸서리치게 낯익어지지 않을까?

 

아 환한 사람 소리.

눈 지긋 감아라.

 

46 

며칠 병(病)없이 앓았다.

책장문들이 모두 열렸고

책들은 길 떠날 채비하고 줄 서 있었다.

더러 외투 껴입고 있는 놈도 있었다.

 

문밖을 나서니 시야의 초점 계속 녹이는 가을 햇빛.

간판들이 선명해라

지나치는 사람들도 선명해라

책을 들고 걷는 저 여자의 긴 손.

차도(車道)에 바싹 나와 아슬아슬 서 있는

저 흙덩이의 어깨까지 선명해라.

눈이 밝아졌구나,

아 눈이.

 

47 

내 관악산 보이는 곳에 살며

때로는 산이 안개 속에 숨는 것을 보았다.

이슬비가 안개를 벗기기도

안개가 이슬비를 다시 감싸기도 했다.

언젠가 마음 속 간직해온 것과 헤어져야 할 때,

마음의 것들 책상 위에 벌여 놓을 때,

서가에 꽂힌 책 위에도 얹어 놓을 때,

눈앞에서 금방 사라질 것들!

꺼내 놓으라면,

관악산부터 내어 놓으리.

다녀온 암자들도 암자의 약수그릇도 내어 놓고,

가을 저녁 어둡기 직전 남 보지 않을 때 땅을 더듬다 말던

가랑비도.

 

49 

늦가을 저녁 아우라지강을 혼자 만나노니

나의 유해 예까지 끌고 와 부릴 만하이.

앞산 한가운덴 잎갈이나무들 위통 벗고 모여

마지막 햇빛 쪼이고 있고,

주위로 침엽수들 침착히 서서

두 강이 약속 없이 만나는 것을 내려다 보고 있다

껄끄러운 두 강 만나

고요한 강 하나 이룬다

빈 배 하나 흔들리며 떠 있다

시간이 고이지 않는다

 

50 

오늘 서가의 지도(地圖)를 모두 버렸다.

바닷가를 방황하다가

우연히 눈부신 눈을 맞으리.

건너편 섬이 은색 익명(匿名)으로 바뀌다가

내리는 눈발 사이로 넌지시 사라지는 것을 보리.

사라진 섬을 두고,

마음에 박혔던 섬도 몇 뽑고

마음에 들던 섬부터 뽑고

섬처럼 박혀 있던 시간들도 모두 뽑아버리고

돌아오리.

 

오늘 지도를 모두 버렸다.

 

59 

그대는 상자 속을 들여다 보았는가?

 

낡은 티셔츠, 벙어리장갑 한 짝,

흑백 사진 몇 장,

몽당연필 한 자루,

붉은 연필로 겉장에 X표 친 노우트,

벙어리장갑 또 한 짝,

을 들치고 속을 보면

어느날 들어간 인사동 골목길

연탄 난로 위에 우동이 끓고 있는 조그만 노점 앞에서

키 큰 소녀 하나가 떡볶이를 먹고 있다.

단발머리 위로

담장 위로

벌겋게 녹슬고 있는 철조망 끝으로

타고 오른

끝이 살짝 말려 있는 나팔꽃 한 줄기

그 위론 예쁘달 것도 귀엽달 것도 없는

낮달 하나

구역질

 

소녀는 계속 먹고 있다.

시간이 새어나가고

아무런 부피도 무게도 자리 뜬

한줌의 느낌.

 

70 

냇물 위로 뻗은 마른 나뭇가지 끝

저녁 햇빛 속에

조그만 물새 하나 앉아 있다

수척한 물새 하나

생각에 잠겼는가

냇물을 굽어보는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가

조으는가

 

조으는가

꿈도 없이

 

https://blog.daum.net/ss4818/582

 

황동규 : 풍장

풍장(風葬) 1 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風葬)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

blog.daum.net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61209/81748657/1

 

老시인에겐 죽음마저 밝고 쾌활하다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은 채 갈 거다 마음 데리고 다닌 세상 곳곳에 널어뒀던 추억들 생각나는 대로 거둬들고 갈 거다 개펄에서 결사적으로 손가락에 매달렸던 게, 그 조그맣고 예리한…

www.donga.com

 황동규 시인(78)의 ‘연옥의 봄’(사진) 연작은 자연스럽게 ‘풍장(風葬)’을 떠올리게 한다. 시인이 40대에 쓴 ‘풍장’ 연작도 ‘연옥의 봄’처럼 죽음에 대한 시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손목에 달아 놓고/아주 춥지는 않게/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전자시계보다 진보한, 휴대전화와 함께하겠다는 변화 외에도 70대의 시인이 쓴 ‘연옥의 봄’은 ‘풍장’보다 명랑하다.

 죽음이 이렇게 밝을 수 있을까. 그가 처한 나이는 가까운 벗들을 하나둘 떠나보내는, 소멸을 피부로 느끼는 때다. 실제로 새 시집엔 시인이 직접 부대낀 죽음의 장면들이 눈에 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문우(文友) 김치수 평론가의 병상을 찾은 시간을 회고하며 쓴 ‘발’, 여행 중에 아끼던 제자의 부고를 듣고 쓴 ‘그믐밤’ 등이 그렇다. 그런데 그 시편들이 슬프거나 쓸쓸하지 않고 쾌활하다.

 5일 서울대 명예교수연구동에서 만난 시인은 “‘풍장’을 쓸 때부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많이 한 셈”이라며 “예전보다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더라. 죽음에 대해 관대해졌다”고 말했다.

 연옥의 봄’은 열여섯 번째 시집이다. 그는 3, 4년마다 새 시집을 펴냈다. 시의 활력이 늘 넘쳤을 것 같은 그이지만, 오랫동안 강단에 섰던 시인은 교수로 일하면서 시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예술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기에 가르치는 것과 예술 하는 것은 싸울 수밖에 없어서”였다.

 그는 “오히려 은퇴하고 쓴 시가 더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전에는 시어(詩語)가 탁탁 나왔는데 이제는 시어를 찾고 고민해서 써야 한다”며 변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닳고 닳은 문지방 너머로 나이 든 삽살이 하나가 다가와/’어떻게 오셨습니까?’/ 목에 줄만 없었다면 머리 쓰다듬고 같이 들어가/주인과 인사 나누고 잠시 툇마루에 걸터앉아/오가는 생각들을 하나씩 둘씩 뭉개고 싶은 곳./모르는 새 너와 나가 사라지고/ 마당과 가을빛만 남는다’(‘북촌’)

 

https://www.youtube.com/watch?v=_WWs_0bkJd0 

 

[참조]

https://namu.wiki/w/%ED%99%A9%EC%88%9C%EC%9B%90

 

황순원 - 나무위키

젊은 시절의 황순원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리면 빙장리(現 평양시 순안구역 재경리)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안은 부유한 지주 계급이었으며[2] 평양부 숭덕학교 교사였던 아버지 황찬영(黃贊永)은

namu.wiki

4. 대표 작품

  • 너와 나만의 시간: 1958년
  • 기러기: 1951년 출간된 단편집의 표제작이다. 이외에도 <>, <산골아이>, <그늘>, <저녁놀>, <병든 나비>, <애>, <황노인>, <머리>, <세레나데>, <노새>, <맹산할머니>, <물 한 모금>, <독 짓는 늙은이>, <눈> 등 총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 소나기원제는 소녀少女. 해당 작품 자체는 소나기가 1953년 5월 '신문학'에 먼저 발표하였지만, 원본은 1953년 11월 '협동'에 발표된 소녀라는 연구결과가 한성대 김동환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그 근거와 차이점, 반론은 앞의 신문기사를 참조할 것.
  • 신들의 주사위
  • 움직이는 성: 1973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 카인의 후예: 1954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단편만 잘 쓴다'고 알려진 황순원이 장편도 잘 쓸 수 있음을 보여준 명작이다.
  • : 1956년 이를 표제작으로 하여 단편집으로 출간되었다. <학>을 비롯하여 <왕모래>, <소나기>, <맹아원에서>, <청산가리>, <참외>, <부끄러움>, <몰이꾼>, <매>, <여인들>, <사나이>, <두메>, <필묵장수>, <과부> 등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9%A9%EC%88%9C%EC%9B%90

 

황순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황순원(黃順元, 1915년 3월 26일 ~ 2000년 9월 14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본관은 제안(齊安)이고 자(字)는 만강(晩岡)이다. 황순원의 주요 작품으로는

ko.wikipedia.org

 

 

https://www.youtube.com/watch?v=X38w9cFAeNM 

 

 

 

별 헤는 밤
ㅡ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1]', '라이너 마리아 릴케[2]'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1941. 11. 5.)

 

우리가 어느 별에서

ㅡ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시집 《서울의 예수》(1982) 수록

 

낙엽끼리 모여 산다

ㅡ 조병화(趙炳華)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 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 시집 <하루만의 위안>(1950) -

 

별 하나
ㅡ 김용택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든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내시어요
나는 힘 없지만
내 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차고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가끔
하늘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게요.

 

별 키우기 

문정희(1947-  )

나만의 
별 하나를 키우고 싶다 

밤마다 홀로 기대고 
울 수 있는 별 

내 가슴속 
가장 깊은 벼랑에 매달아 두고 싶다 
사시사철 눈부시게 파득이게 하고 싶다 

울지 마라, 바람 부는 날도 

별이 떠 있으면 
슬픔도 향기롭다 

 

가을의 기도
ㅡ 이해인 (1945-  )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 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https://www.youtube.com/watch?v=OIfx0i_rbdE 

 

낙 엽  or 고엽(枯葉)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 1858~1915)

 

시몬, 나무 잎 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의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하게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영역)

The dead leaves

 

Simone, let us go to wood: the leaves fell;

They recover the foams, the rocks and the paths.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They have so soft colors, tones if serious,

They are on the earth of so flimsy wrecks!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They seem so painful on time of the twilight,

They scream so tender, when the wind jostles them!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When the foot crushes them, they cry as souls,

They do a noise of wings or of dresses of woman: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Viens: we will be a day of poor dead leaves,

Comes: already the night falls and the wind takes us.

 

Simone, do you like the noise of the steps on the dead leaves?

 

[원문, 프랑스어]

Les feuilles mortes

ㅡ Remy de gourmont( 레미데 구르몬트)

 

Simone, allons au bois: les feuilles sont tombees;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eles epave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Elles ont l'air si dolent a l'heure du crepuscule,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Quand le pied les e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ames,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Viens: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Viens: deja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https://www.youtube.com/watch?v=3k9Zv06Ub3I 

 

 

https://www.youtube.com/watch?v=cZ4uMn1MZ5k

 

 

https://www.youtube.com/watch?v=ZTgtE3bTJvo 

 

 

https://www.youtube.com/watch?v=HXEgbkRJyEo 

 

 

https://www.youtube.com/watch?v=H3KP8gGwm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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