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曺梅溪,兪㵢溪。一時俱有盛名。不若鄭淳夫。

조매계(曺梅溪) [매계는 조위(曺偉)의 호]ㆍ유뇌계(兪㵢溪) [뇌계는 유호인(兪好仁)의 호]는 일시에 함께 이름을 날렸으나 정순부(鄭淳夫) [순부는 정희량(鄭希良)의 호]보다는 못했다.

其渾沌酒歌甚好。酷 似長公。

그 '혼돈주가(渾沌酒歌)'는 매우 훌륭하여 소동파(蘇東坡)와 흡사하다.

片月照心臨故國。 편월조심림고국。

殘星隨夢落邊城。 잔성수몽락변성。

조각달은 이 맘 비춰 고국에 다다르고

낡은 별 꿈을 따라 변방 성에 떨어지네

之句。極神逸。

라고 한 구절은 극히 신일(神逸)하며,

客裏偶逢寒食雨。 객리우봉한식우。

夢中猶憶故園春。 몽중유억고원춘。

나그네 길에 우연히 한식(寒食) 비를 만나니

꿈속에서 오히려 고향 봄을 생각하네

有中唐雅韻。

중당(中唐)의 고아(高雅)한 운치가 있고,

春不見花唯見雪。 춘불견화유견설。

地無來雁況來人。 지무래안황래인。

봄이 와도 꽃 안 뵈고 눈만 보이나니

기러기도 안 오는 곳 사람 어이 찾아오리

雖傷雕琢。亦自多情

라 한 구절은 비록 다듬은 흠이 있으나 또한 다정다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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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金悅卿。高節卓爾。不可尙已。

김열경(金悅卿) [열경은 김시습(金時習)의 자]의 높은 절개는 우뚝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其詩文俱超邁。以其遊戲不用意得之。故強弩之末。每雜蔓語張打油。可厭也。

그 시문도 초매하나 마음 쓰지 않고 유희삼아 지었기 때문에 억센 화살의 끝과 같아서 매번 허튼 말이 섞이니 장타유(張打油)와 말 같이 싫증이 난다.

其題細香院曰。

그가 세향원(細香院)에 쓴 시에,

朝日將暾曙色分。조일장돈서색분。

林霏開處鳥呼群。림비개처조호군。

遠峯浮翠排窓看。원봉부취배창간。

隣寺鍾聲隔巘聞。린사종성격헌문。

靑鳥信傳窺藥竈。청조신전규약조。

碧桃花下照苔紋。벽도화하조태문。

定應羽客朝元返。정응우객조원반。

松下閑披小篆文。송하한피소전문。

아침해 돋으려 하니 새벽빛이 갈라지고

숲 안개 걷힌 곳에 새의 무리를 부르는구나

멀리 봉우리에 뜬 푸른 빛 창 열고 바라보며

이웃 절 종소리는 언덕 너머 들리고

파랑새는 소식 전하며 약 솥을 엿보고

벽도화(碧桃花) 떨어져 이끼에 비추이네

아마도 신선은 조원각(朝元閣)에 돌아가서

솥 아래 한가로이 소전문(小篆文)을 펴 보리

昭陽亭曰。

소양정(昭陽亭)에서는,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吟邊恨未休。음변한미휴。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雁下汀洲遠。안하정주원。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새 너머 하늘은 끝나려 하고

읊조림 끝에 한은 그지없어라

산은 첩첩 북을 따라 굽이쳐 가고

강은 절로 서쪽 향해 흐르는구나

먼 물가에 기러기 내려와 앉고

그윽한 옛 기슭엔 배 돌려오네

어느 제나 속세 그물 떨쳐버리고

흥을 따라 이곳에 다시 와 놀아볼까

山行曰。

산행(山行)'에서는,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橫擔烏藤一個枝。횡담오등일개지。

아이는 잠자리 잡고 할아비는 울타리 고치고

작은 개울 봄 물에 가마우지 목욕하네

푸른 산 끊긴 곳에 돌아갈 길은 먼데

검은 등나무지팡이 하나비껴 메고지난다

俱脫去塵臼。和平澹雅。彼纖靡雕琢者。當讓一頭也。

라 했는데, 모두 속기를 떨쳐버려 화평(和平)하고 담아(澹雅)하니 저 섬세하게 다듬는 자들은 응당 앞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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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前輩讚畢齋驪江所詠

이전 사람들은 점필재가 여강(驪江)에서 읊은 작품을 칭송해 왔다.

十年世事孤吟裏。십년세사고음리。

八月秋容亂樹間。팔월추용란수간。

십년간의 동안의 세상사를 홀로 읊네

팔월의 가을빛은 어지러운 숲 사이에 있네

之句。

라는 구절이다.

然不若神勒寺所作

그러나 신륵사(神勒寺)에서 지은 작품,

上方鍾動驪龍舞。상방종동려룡무。

萬竅風生鐵鳳翔。만규풍생철봉상。

상방(上方)에서 종 울리니 여룡(驪龍)은 춤을 추고

만 구멍에 바람 우니 철봉(鐵鳳)이 나래 치네

之句。洪亮嚴重。此眞撑柱宇宙句也。

라 한 구절은 홍량(洪亮)ㆍ엄중(嚴重)하여 이는 진실로 우주를 버틸만한 시구이다.

其寶泉灘卽事曰。

그는 '보천탄즉사(寶泉灘卽事)'에서 읊었다.

桃花浪高幾尺許。 도화랑고기척허。

狠石沒頂不知處。 한석몰정불지처。

兩兩鸕鶿失舊磯。 량량로자실구기。

銜魚却入菰蒲去。 함어각입고포거。

복사꽃 띄운 물결이 몇 자나 높았는고

한석(石)은 목까지 잠겨서 어느 곳인지 모르겠네

쌍쌍의 가마우지 여울돌을 잃고

물고기문 채부들숲으로 들어가네

此最伉高。東京樂府。篇篇皆古。

이는 가장 항고(伉高)하며, 《동경악부(東京樂府)》는 편편마다 모두 옛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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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金宗直詩

佔畢齋文。竅透不高。崔東皐最慢之。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호)의 글은 요체는 깨달았으나 높은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으니 최동고(崔東皐 동고는 최립(崔岦)의 호)가 그를 가장 업신여겼다.

其詩專出蘇,黃。宜銓古者之小看也。

그의 시는 오로지 소식(蘇軾)ㆍ황정견(黃庭堅)에게서 나왔으니 전고자(銓古者 고전을 비평하는 사람)가 작게 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仲兄嘗言

우리 중형[許封(荷谷)]은 일찍이 그의 시를 말씀하기를,

鶴鳴淸露下。 학명청로하。

月出大魚跳。 월출대어도。

학 울자 맑은 이슬 내려 맺히고

달 뜨자 큰 고기 뛰어오르네

何減盛唐乎。

라 한 구절이, 어찌 성당(盛唐)의 시에 뒤지랴 , 고 하셨다.

細雨僧縫衲。세우승봉납。

寒江客棹舟。한강객도주。

가랑비 오는데 중은 장삼을 꿰매고

찬 가람에 나그네는 배 저어 가네

甚寒澹有味。斯言蓋得之

와 같은 구절은 심히 한담(閑淡)한 맛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대체로 맞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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