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申駱峯詩。淸絶有雅趣。中秋舟泊長灘曰。

신낙봉(申駱峰) [낙봉은 신광한(申光漢)의 호]의 시는 청절(淸絶)하여 아취가 있다. <중추(中秋)에 배를 긴 여울에 대고[中秋舟泊長灘]>라는 시에,

孤舟一泊荻花灣。고주일박적화만。

兩道澄江四面山。량도징강사면산。

人世豈無今夜月。인세기무금야월。

百年難向此中看。백년난향차중간。

갈대꽃 핀 물굽이에 외론 배 매고 보니

양 갈래 맑은 강에 사면에는 산이로세

인세(人世)에도 이 밤 같은 달이야 없을까만

백년 가도 바랄손가 이 가운데 보는 달을

船上望三角山曰。

<배 위에서 삼각산을 바라보며[船上望三角山]>라는 시에,

孤舟一出廣陵津。고주일출광릉진。

十五年來未死身。십오년래미사신。

我自有情如識面。아자유정여식면。

靑山能記舊時人。청산능기구시인。

외론 배 잡아타고 광릉(廣陵) 나루 떠나오니

열다섯 해 동안 죽지 못한 몸이라

나는야 정이 있어 아는 얼굴 같지만

청산이야 옛 사람을 기억할 수 있으랴

過金公碩舊居曰。

<김 공석(金公碩)의 옛 집을 지나며[過金公碩舊居]>라는 시에,

同時逐客幾人存。동시축객기인존。

立馬東風獨斷魂。립마동풍독단혼。

煙雨介山寒食路。연우개산한식로。

不堪聞笛夕陽村。불감문적석양촌。

같은 때 귀양살이 몇 사람이 남았는고

동풍에 말 세우고 홀로 애를 태우누나

한식(寒食)이라 안개비 자욱한 개산(介山) 길에

석양 마을 젓대 소리 차마 듣지 못할레라

三月三日。寄朴大立曰。

<삼월 삼짇날에 박대립에게 부침[三月三日寄朴大立]>이라는 시에,

三三九九年年會。삼삼구구년년회。

舊約猶存事獨違。구약유존사독위。

芳草踏靑今日是。방초답청금일시。

淸尊浮白故人非。청존부백고인비。

風前燕語聞初嫩。풍전연어문초눈。

雨後花枝看亦稀。우후화지간역희。

茅洞丈人多不俗。모동장인다불속。

可能無意典春衣。가능무의전춘의。

삼월 삼일 구월 구일 해마다 만나자던

옛 약조는 남아 있되 일은 오직 어그러져

방초(芳草)에 답청(踏靑)할 날 오늘이 맞건마는

맑은 동이 흰 술은 옛 친구가 아닐세

바람 앞의 제비 소리 앳되게도 들리나

비내린 뒤 꽃가지는 또한 보기 어렵네

모동(茅洞)의 어른들이 탈속(脫俗)한 이 많으니

봄옷을 전당잡힐 생각이 없을손가

篇篇俱可誦。雖雄奇不逮湖老。而淸鬯過之。

편편이 모두 읊을 만하다. 비록 웅기(雄奇)함에 있어서는 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에 미치지 못하나 청창(淸暢)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보다 낫다고 하겠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세양 / 성수시화 42  (0) 2010.01.29
나식 / 성수시화 41  (0) 2010.01.29
김안국의 식견 / 성수시화 39  (0) 2010.01.28
최수성 / 성수시화 38  (0) 2010.01.28
김정 / 성수시화 37  (0) 2010.01.28


39. 金頤叔少日遊關東。夢有神吟曰。

김이숙(金頣叔) [이숙은 김안로(金安老)의 자]이 젊어서 관동에 놀러갔을 때 꿈에 귀신이 나타나 읊조리기를,

春融禹甸山川外。 춘융우전산천외。

樂奏虞庭鳥獸間。 악주우정조수간。

봄은 우전(禹甸, 우임금)의 산천 밖에 무르익고

풍악은 우정(虞庭, 순임금)의 조수(鳥獸) 사이 울리는 구나

因言此乃汝得路之語。覺而記之。

라 말하고,"이것이 바로 네가 벼슬길을 얻을 시어(詩語)이다."고 하므로 꿈을 깨고 나서 그말을 기록해 두었다.

明年入庭試。燕山出律詩六篇以試。

다음해 정시(庭試)에 들어가니 연산(燕山)이 율시 여섯 편을 내어 시험을 치렀는데,

中有春日梨園弟子沈香亭畔閑閱樂譜之題 而押閑字。

그 가운데 ,

'봄날 이원 제자들이 침향정 가에서 한가로이 악보를 들춰보다.'라는 시제(詩題)를 가지고 한(閑) 자로 압운(押韻)해서 시를 지으라는 문제가 있었다.

金思其句脗合。乃用之書呈。

김안로가 생각하니 그 글귀가 꼭 들어맞는지라 이내 그걸 가지고 써 냈다.

姜木溪爲考官。大加賞爲狀元。

목계(木溪) 강혼(姜渾)이 고시관(考試官)이 되어 크게 칭찬하고 장원(壯元)을 시켰다.

金慕齋素號知文。爲參試官言曰。此句鬼語。非人詩也。

김모재(金慕齋) [모재는 김안국(金安國)의 호]가 본디 글을 잘 안다고 이름이 난지라 참시관(參試官)을 하면서, "이 구절은 귀신의 소리지 사람의 시가 아니다."하고,

亟問之。金對以實。人皆服其識。

재촉해 그 출처를 묻자 김이 사실대로 대답했다. 사람들이 모두 김안국의 식견에 탄복하였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식 / 성수시화 41  (0) 2010.01.29
신광한 / 성수시화 40  (0) 2010.01.28
최수성 / 성수시화 38  (0) 2010.01.28
김정 / 성수시화 37  (0) 2010.01.28
정사룡 / 성수시화 36  (1) 2010.01.28


38. 崔猿亭玩世不仕。冀以免禍。

최원정(崔猿亭) [원정은 최수성(崔壽峸)의 호]은 세상을 내리보고서 벼슬하지 아니하고 화나 면하기를 바랐다.

一日。諸賢會靜庵第。猿亭自外至。氣急不能言。亟呼水飮之曰。

하루는 제현(諸賢)이 정암(靜庵) [조광조의 호]의 집에 모였는데 원정이 밖에서 들어오며 숨이 가빠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황급히 물을 달라고 해 마시고는,

我渡漢江。波湧船壞。幾渰僅生。

"내가 한강을 건너올 제 물결이 솟구치고 배가 부서져 거의 물에 빠져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났다."고 하니,

主人笑曰。此諷吾輩也。猿亭援筆寫山水於壁間。元冲詩之曰。

주인이 웃으면서,"이는 우리들을 풍자하는 말이다."고 했다. 원정이 붓을 잡아 벽에다 산수를 그리자 원충(元冲 김정(金淨)의 자)이 시를 지었는데,

淸曉巖峯立。 청효암봉립。

白雲橫翠微。 백운횡취미。

江村人不見。 강촌인불견。

江樹遠依依。 강수원의의。

맑은 새벽 바위 산 봉우리 우뚝한데

흰 구름은 산기슭에 비꼈네

강촌에는 사람 모습 보이지 않고

강변 나무 저 멀리 아득하구나

猿亭登萬義浮屠。作詩曰。

라 했다. 원정 최수성이 만의사(萬義寺)에 올라 지은 시에,

古殿殘僧在。 고전잔승재。

林梢暮磬淸。 림초모경청。

窓通千里盡。 창통천리진。

墻壓衆山平。 장압중산평。

木老知何歲。 목로지하세。

禽呼自別聲。 금호자별성。

艱難憂世綱。 간난우세강。

今日恨吾生。 금일한오생。

옛 불전엔 몇 안 되는 중이 지키고 있고

수풀 끝엔 저녁 종소러 맑게 울리네

창문은 트이어 천리 끝 닿고

담장이 눌러 서니 뭇산은 평평하네

나무는 몇 해나 늙어 왔는지

새는 별난 목청으로 우짖고 있네

험난한 세상 그믈에 걸릴까 근심하려니

오늘에 내 인생을 한탄하노라

結句有意。抑自知其罹禍耶。惜哉

라고 했다. 결구(結句)에 뜻이 담겨 있으니 아마도 스스로 화를 입을 것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 애석하구나.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광한 / 성수시화 40  (0) 2010.01.28
김안국의 식견 / 성수시화 39  (0) 2010.01.28
김정 / 성수시화 37  (0) 2010.01.28
정사룡 / 성수시화 36  (1) 2010.01.28
정사룡 / 성수시화 35  (0) 2010.01.27


37. 金冲庵詩。

김충암(金冲庵) [충암은 김정(金淨)의 호]의 시에,

落日臨荒野。 락일림황야。

寒鴉下晩村。 한아하만촌。

空林煙火冷。 공림연화랭。

白屋掩柴門。 백옥엄시문。

지는 해는 거친 들에 뉘엿 비치고

갈가마귀 저문 마을 내리는고야

빈 수풀엔 연화(煙火)가 싸늘히 식고

초가집도 사립문 걸어 닫았네

酷似劉長卿。

는 유장경(劉長卿)의 시와 흡사하다.

其牛島歌。眇冥惝怳。或幽或顯。極才人之致。

그의 우도가(牛島歌)는 심오하고 황홀하며 미묘하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며 가진 재치를 다 부렸다.

申企齋推以爲長吉之比也。

기재 신광한은 그를 추존(推尊)하여 장길(長吉)에게 견주었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안국의 식견 / 성수시화 39  (0) 2010.01.28
최수성 / 성수시화 38  (0) 2010.01.28
정사룡 / 성수시화 36  (1) 2010.01.28
정사룡 / 성수시화 35  (0) 2010.01.27
박상 & 허종경 / 성수시화 34  (0) 2010.01.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