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我國詩。當以李容齋爲第一。

우리나라 시로는 용재 이행 (李荇)을 제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沈厚和平。澹雅純熟。

그의 시풍은 침착하고 화평하며 아담하고 순숙(純熟)하다.

其五言古詩。入杜出陳。高古簡切。有非筆舌所可讚揚。。

그 오언고시(五言古詩)는 두보(杜甫)와 진후산(陳後山)의 품격과 비슷하여 고고(高古)ㆍ간절(簡切)하여 글이나 말로는 찬양할 수가 없다.

吾平生所喜詠一絶

내가 평소에 즐겨 읊던 절구 한 수로,

平生交舊盡凋零。평생교구진조령。

白髮相看影與形。백발상간영여형。

正是高樓明月夜。정시고루명월야。

笛聲凄斷不堪聽。적성처단불감청。

평생에 사귄 벗 모두 늙어 죽어가고

흰머리 마주 보니 그림자와 몸뚱이라

때마침 고루(高樓)에 달조차 밝은 밤엔

애처로운 피리소리 어찌 차마 들으리

無限感慨。讀之愴然。

는 감개가 무량하여 이를 읽노라면 가슴이 메어진다.


31. 廢主雖荒亂。亦喜詞藻。姜木溪久爲知申事。

폐주(廢主 연산군을 가리킴)는 비록 황란(荒亂)하였으나 또한 시문을 좋아하였다. 강목계(姜木溪) [목계는 강혼(姜渾)의 호]가 오랫동안 도승지로 있었는데,

嘗以

연산이 언젠가,

寒食園林三月暮。한식원림삼월모。

落花風雨五更寒。락화풍우오경한。

한식이라 동산 숲에 삼월은 저물고

꽃 날리는 비바람에 오경은 싸늘하네

爲韻。命近臣製進。木溪詩爲魁。

라 한 시구로 시제(詩題)를 내고서 근신(近臣)들에게 지어 바치도록 명하였는데 목계의 시가 장원으로 뽑혔다.

詩曰。

그 시에,

淸明御柳鎖寒煙。청명어류쇄한연。

料峭東風曉更顚。료초동풍효경전。

不禁落花紅襯地。불금락화홍친지。

更敎飛絮白漫天。경교비서백만천。

高樓隔水褰珠箔。고루격수건주박。

細馬尋芳耀錦韉。세마심방요금천。

醉盡金樽歸別院。취진금준귀별원。

綵繩搖曳畫欄邊。채승요예화란변。

청명(淸明)이라 궁 버들은 찬 내에 잠기고

쌀쌀한 봄바람 새벽 되어 더욱 몰아치네

지는 꽃 땅에 붉게 포개지고

나는 버들개지 하늘 희게 뒤덮누나

못물 너머 높은 누각 구슬발을 걷고

세오마(細烏馬)는 꽃을 찾아 비단 언치 빛내네

금동이 술 실컷 취해 별원(別院)으로 돌아오니

오색 끈 흔들리며 그림 난간 가로 끄네

主大加稱賞。賚物甚多。

폐주는 크게 칭찬하고 상으로 준 물건도 매우 많았다.

嘗悼亡姬。令詞臣製挽。

언젠가 폐주가 죽은 희첩(姬妾)을 슬퍼하여 사신(詞臣)들로 하여금 만시(挽詩)를 짓게 하였는데,

李伯益詩曰。

이백익(李伯益) [백익은 이희보(李希輔)의 자]이 시를 짓되,

宮門深鎖月黃昏。궁문심쇄월황혼。

十二鍾聲到夜分。십이종성도야분。

何處靑山埋玉骨。하처청산매옥골。

秋風落葉不堪聞。추풍락엽불감문。

궁궐 문은 깊이 잠겨 달빛도 황혼인 제

열두 번 종소리가 밤중에 들린다

어디메 청산에 옥골(玉骨)을 묻었는지

가을 바람에 지는 잎 소리 차마 못듣겠네

主極稱贊。遂自吏曹正郞。擢直提學。

폐주가 극찬하였고 마침내 이조 정랑(吏曹正郞)에서 직제학(直提學)으로 발탁되었다 .

二詩雖好。而二公亦因此不振云

두 편 시가 비록 좋기는 하나 두 사람도 또한 이 때문에 이름을 떨치지 못하게 되었다 한다.

 

 

30. 南止亭嘗言金馹孫之文。朴誾之詩。不可易得。此語誠然。

남지정(南止亭) [지정은 남곤(南袞)의 호]은 일찍이, 김일손(金馹孫)의 글이나 박은(朴誾)의 시는 쉽게 얻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 말은 참으로 옳다.

 

朴之詩。雖非正聲。嚴縝勁悍。

박은의 시는 비록 정성(正聲)은 아니나 엄진(嚴縝)하고 경한(勁悍)하다.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춘음욕우조상어。  로수무정풍자애。

흐린 봄날 비 오려하니 새는 서로 지저귀고

무정한 고목엔바람소리 절로 슬프다

 

之句。學唐纖麗者。安敢劘其墨乎。

와 같은 구절은 당의 섬려(纖麗)한 시풍만을 배운 자로는 어찌 감히 그 경지에 올라설 수 있으랴.

 

복령사(福靈寺)

박은(朴誾)

 

伽藍却是新羅舊 千佛皆從西竺來

終古神人迷大隈 至今福地似天台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自浮埃

 容齋先生集 卷之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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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 복령사(福靈寺)

복령사에서복령사(福靈寺) 박은(朴誾) 伽藍却是新羅舊 千佛皆從西竺來 終古神人迷大隈 至今福地似天台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自浮埃 『容齋先生集』 卷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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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사(福靈寺)

ㅡ 박은(朴誾)

 

藍却是新羅舊
가람각시신라구, 가람은 곧 신라의 옛 것인데,

千佛皆從西竺來
천불개종서축래, 천개의 불상은 다 서축에서 왔다네.

終古神人迷大隈
종고신인미대외, 예로부터 신인도 대외(大隈)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는데

至今福地似天台
지금복지사천태, 지금의 복된 땅은 천태산 같다네천태(天台): 신선인 마고할미가 사는 곳이라 한다.

春陰欲雨鳥相語
춘음욕우조상어, 봄구름은 비 내릴 듯하니 새들이 서로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로수무정풍자애, 늙은 나무 정이 없으니 바람이 절로 애처롭네.

萬事不堪供一笑
만사불감공일소, 만사는 한바탕 웃음거리도 못 되니,

 

伽藍却是新羅舊
가람각시신라구
가람은 곧 신라의 옛 것인데,
千佛皆從西竺來
천불개종서축래
천개의 불상은 다 서축에서 왔다네.
終古神人迷大隈
종고신인미대외
예로부터 신인도 대외(大隈)【대외(大隈): 황제(黃帝)가 대외(大隗)를 만나러 구차산(具茨山)으로 가는데, 방명(方明)이 수레를 몰고, 창우(昌㝢)가 수레 우측에 타고, 장약(張若)과 습붕(謵朋)이 앞에서 말을 인도하고, 곤혼(昆閽)과 골계(滑稽)가 뒤에서 수레를 호위하여 가서 襄城의 들판에 이르자, 이 일곱 성인이 모두 길을 잃어 길을 물을 데가 없었다. 우연히 말을 먹이는 동자를 만나 물으니 길을 알려 주었다. 여기서는 복령사를 찾기 어려움을 뜻한다. 『장자(莊子)』 「서무귀(徐无鬼)」】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는데
至今福地似天台
지금복지사천태
지금의 복된 땅은 천태산 같다네【천태(天台): 신선인 마고할미가 사는 곳이라 한다. 한(漢) 명제(明帝) 때 사람인 유신(劉晨)이 완조(阮肇)와 함께 천태산에서 약을 캐다가 길을 잃고 선계(仙界)의 여인들을 만나 반년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수백 년 세월이 흘러 자기 7대손(代孫)이 살고 있어 다시 천태산으로 갔다 한다. 『태평어람(太平御覽)』 卷41 손작(孫綽)의 천태산부(天台山賦)에 “도사를 단구에서 방문하여, 불사의 복지를 찾노라.[訪羽人於丹丘 尋不死之福庭]” 하였다.】.
春陰欲雨鳥相語
춘음욕우조상어
봄구름은 비 내릴 듯하니 새들이 서로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로수무정풍자애
늙은 나무 정이 없으니 바람이 절로 애처롭네.
萬事不堪供一笑
만사불감공일소
만사는 한바탕 웃음거리도 못 되니,
靑山閱世自浮埃
청산열세자부애
푸른 산도 세상을 겪느라【열(閱): 눈으로 본다[觀]는 뜻과 검열한다[考]는 뜻과 차례로 두루 거친다[歷]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열서(閱書)’라든가 ‘열병(閱兵)’이라든가 ‘열세(閱世)’라든가 하는 말이 있게 된 것입니다[閱者, 觀也考也歷也. 故有閱書閱兵閱世之文.] 『간이집(簡易集)』, 「열승정기(閱勝亭記)」】 스스로 먼지 속 위에 떠있구나.『容齋先生集』 卷之七

 

이행[아래 32번]과 박은은 황정견과 진사도의 시법을 모범으로 하는 해동의 강서파이다.

◇朴誾(박은,1479-1504)

[福靈寺]

伽藍却是新羅舊

가람은 곧 신라 옛 절집이고

千佛皆從西竺來

즈믄 불상 모두 서녘 천축국에서 모셨다네.

從古神人迷大;

옛날 黃帝도 대외에서 길을 잃었다는데

至今福地似天台

지금의 복지[복령사]가 천태와 흡사하구나.

春陰欲雨鳥相語

음산한 봄날 비오려니 새들이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무정한 고목엔 바람 소리 절로 슬프다.

萬事不堪供一笑

인생만사 한바탕 웃음거리도 못되나니

靑山閱世只浮埃

청산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다만 떠도는 먼지뿐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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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李忘軒胄詩最沈著。有盛唐風格。

이망헌(李忘軒) [망헌은 이주(李冑)의 호]의 시는 가장 침착하여 성당(盛唐)의 풍격이 있다.

朝日噴紅跳渤澥。 조일분홍도발해。

晴雲挹白出巫閭。 청운읍백출무려。

아침해는 붉게 뿜어 발해(渤海)에 솟구치고

갠 구름 희게 펴져 무려산(巫閭山)을 나오네

甚有力。

시구는 매우 힘이 있으며,

凍雨斜連千嶂雪。 동우사련천장설。

飢烏驚叫一林風。 기오경규일림풍。

겨울비는 천 산 마루 눈으로 비껴 닿고

주린 까마귀 한 수풀 바람에 놀라 우네

老蒼奇傑。

노창(老蒼:나이 들어 보이고)하고 기걸(奇杰)하다.

其通州詩曰。

통주(通州)에서 지은 시는,

通州天下勝。통주천하승。

樓觀出雲霄。루관출운소。

市積金陵貨。시적금릉화。

江通楊子潮。강통양자조。

寒煙秋落渚。한연추락저。

獨鶴暮歸遼。독학모귀료。

鞍馬身千里。안마신천리。

登臨故國遙。등림고국요。

통주는 천하의 승경(勝景)인지라

누각들이 구름 하늘에 솟았구려

저자거리에는 금릉(金陵)의 물화(物貨) 쌓이고

강 줄기는 양자강(揚子江)의 물결로 가네

가을이라 갈가마귀 물가에 내리고

저녁 되니 외로운 학은 요동으로 돌아가네

말에 탄 신세는 천리 나그네

정자에 오르니 고국은 멀고 멀어라

亦咄咄逼王孟也。

이 역시 기막히게도 왕유(王維)ㆍ맹호연(孟浩然)의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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