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成侃效古人詩 深得其法

성간은 고시를 본받아 깊이 고시의 시법을 얻었다.

東詩無效古者。獨成和仲擬顏陶鮑三詩。深得其法。

우리나라 시는 고체(古體)를 본뜬 것이 없는데 오직 성화중(成和仲 화중은 성간(成侃)의 자)이 안연령(顔延齡)ㆍ도잠(陶潛)ㆍ포조(鮑照) 세 사람의 시를 본뜬 세 편의 시는 깊이 그 법을 얻었으며,

諸小絶句得唐樂府體。賴得此君。殊免寂寥。

여러 절구 역시 당의 악부체(樂府體)를 얻었으니 이 분에 힘입어 가까스로 적요함을 면하게 되었다.

 

 

23. 徐居正久主文 故李承召等不得主文 而先沒 李承召燕詩酷似唐人

서거정이 오랜 동안 대제학을 맡아 이승소 등은 대제학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승소의 제비를 읊은 시는 당시와 흡사하다.

 

徐四佳久爲大提學。故一時如姜晉山,李陽城,金永山。皆不得主文 而先沒。

서사가(徐四佳)가 오랫 동안 대제학(大提學)을 지냈으므로 동시대의 강진산(姜晉山 진산은 강희맹(姜希孟)의 봉호)ㆍ이양성(李陽城 양성은 이승소(李承召)의 봉호)ㆍ김영산(金永山 영산은 김수온(金守溫)의 봉호)과 같은 사람들은 모두 문형(文衡)을 주관하지 못하고 먼저 죽었다.

 

李陽城之燕詩。이승소의 제비를 읊은 시에,

 

綠楊門巷東風晩。靑草池塘細雨迷。

록양문항동풍만。  청초지당세우미。

버들 푸른 골목에 동녘 바람 저물었고 풀 푸른 못가에 부슬비는 침침하네

 

之句。 酷似唐人。

라 한 구절은 당 나라 시인의 시구와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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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姜希孟詩閑雅可見

강희맹의 시는 한아하여 볼 만하다.

姜景醇養蕉賦極好。其詩亦淸勁。

강경순(姜景醇 경순은 강희맹(姜希孟)의 자)의 '양초부(養蕉賦)'는 대단히 훌륭하며, 그의 시 또한 청경(淸勁)하다.

其病餘吟曰。

그 '병여음(病餘吟)'에.

南窓終日坐忘機。남창종일좌망기。

庭院無人鳥學飛。정원무인조학비。

細草暗香難覓處。세초암향난멱처。

澹煙殘照雨霏霏。담연잔조우비비。

남창에 종일토록 세사(世事) 잊고 앉았으니

뜨락 채엔 사람 없어 새는 날기 배우네

가는 풀에 그윽한 향내 어디에서 나는지

묽은 연기 낡은 빛에 부슬부슬 비내리네

라 하고,

詠梅曰。

'영매(詠梅)'에,

黃昏籬落見橫枝。 황혼리락견횡지。

緩步尋香到水湄。 완보심향도수미。

千載羅浮一輪月。 천재라부일륜월。

至今來照夢回時。 지금래조몽회시。

어둘 녘 울타리 가에서 퍼진 가지 보고서

느린 걸음 향내 찾아 물가에 와 닿으니

천년의 나부산(羅浮山) 둥근 달이

지금에 와 비치니 꿈이 깨일 때로다

俱閑雅可見。

라 한 시구들은 모두 한아(閑雅)하여 읊조릴 만하다.

 

 

21.世宗朝文章鉅公甚多

徐居正舂容富艶 金守溫閑遠有致

세종조(世宗朝)에는 뛰어난 문장 석학들이 매우 많았다.

서거정의 작품은 용용부염(舂容富艶)하고 김수온의 작품은 한원(閑遠)하여 운치가 있다.

 

英廟朝。人才輩出。一時文章鉅公甚多。

영조 대에는 인재가 배출되어 일시에 뛰어난 문장 석학들이 심히 많았다.

 

古詩殊愧於前人。而律絶亦無警策。

고시(古詩)는 옛사람에 비하면 자못 부끄러울 뿐 아니라

율시나 절구에 있어서도 놀랄 만한 것이 없었다.

 

唯徐四佳雖曰漫衍飯緩。而舂容富艶。時有好處。

다만 서사가(徐四佳 사가는 서거정(徐居正)의 호)의 시가 지리하지만

그래도 부섬하고 아름다워 간간이 좋은 구절도 있다.

 

游蜂飛不定。閑鴨睡相依。

유봉비불정  한압수상의。

노는 벌은 쉴 새 없이 날기만 하고

한가한 오리는 서로 기대 조누나

 

月色蛩音外。 河聲鵲影中。

월색공음외   하성작영중。

달빛은 벌레 소리 너머 비치고

은하는 까치 그림자 속에 흐르네

 

更欲乘鸞吹鐵笛。夜深明月過江南。

경욕승란취철적。야심명월과강남。

다시 한 번 난새 타고 철적(鐵笛)을 불며

깊은 밤 밝은 달에 강남을 찾고 싶네

 

等句 亦有佳趣。

와 같은 구절들은 역시 아취가 있다.

 

金乖崖詩 亦豪放。

김괴애(金乖崖 괴애는 김수온(金守溫)의 호) 시 또한 호방하다.

 

柴門不整臨溪岸。山雨朝朝看水生。

시문불정림계안。산우조조간수생。

사립문 삐딱하게 시냇둑에 다다르니

산 비에 아침마다 물 나는 걸 보누나

 

窓虛僧結衲。 塔靜客題詩。

창허승결납。탑정객제시。

밝은 창에서 중은 납의(衲衣)를 깁고

고요한 탑 아래서 나그네 시를 짓누나

 

等句。殊閑遠有致

와 같은 구절들은 매우 한원(閑遠)하여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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