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각 학을 보면서 미당 선생의 <학>을 떠올립니다.

학(鶴)
-미당 서정주

천년(千年)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鶴이 나른다.

千年을 보던 눈이
千年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한번 천애(天涯)에 맞부딪노나

山덩어리 같아야 할 분노(忿怒)가
草木도 울려야할 서름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선이,
보라, 옥빛, 꼭두선이,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은 보자.

누이의 어깨 넘어
누이의 수(繡)틀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을 보자.

울음은 해일(海溢)
아니면 크나큰 제사(齊祀)와 같이

춤이야 어느 땐들 골라 못추랴.
멍멍히 잦은 목을 제쭉지에 묻을바에야.
춤이야 어느 술참땐들 골라 못추랴.

긴 머리 자진머리 일렁이는 구름속을
저, 우름으로도 춤으로도 참음으로 다하지못한 것이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저승 곁을 나른다.

출전: 서정주시선(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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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속박-전등사

파주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 꽃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강을 도강하여 강화도 전등사에 들렀다.

잘 알려진 대로 전등사 대웅보전의 처마 네 귀퉁이에는 특이하게 네 귀퉁이의 들보를 한 손, 또는 두 손으로 떠받치고 쪼그리고 앉은 여인의 나체상을 배치하였다. 전등사를 창건할 당시 창건에 참여했던 도편수가 사하촌의 어느 여인과 사랑에 빠졌는데, 이 여인이 도편수의 돈을 훔쳐 다른 남자와 도망쳤다고 한다. 이에 실의의 빠진 도편수는 그 여인의 조각을 만들어 대웅보전 지붕 아래 네 귀퉁이의 들보를 떠받치게 해놓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절의 큰 법당 지붕에 여인의 나체상을 앉힌 것은 부처님도 웃을 일이다.

“나도 어깨만 벗고 있는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자유와 평등인데 그 옹졸한 도편수 때문에 부처님 스타일 구기게 생겼다. 그렇다고 그 도편수를 잡아 족칠 수도 없고 보니 헛웃음밖에 더 나오겠는가?


아마도 이 도편수는 그 여인의 사랑의 밧줄에 꽁꽁 묵이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떠나간 여인은 잊는 게 상책인데....

도편수의 사랑법은 알지 못하지만 독특한 복수법은 예술가답다. 도망친 여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니 예술의 세계에 가깝다. 그나저나 숭엄한 대웅전 건물에 나신의 여자를 앉혀두고도 평상심으로 염불을 하는 이절의 당시 주지 스님의 이해력도 보통이 넘는다. 아마도 세상 이치에 달통한 분이거나 실연으로 체발하고 불타는 사랑의 정열을 독경에 쏟아부어자신을 추스른 분은 아닐런지?

혈혈단신 (孑孑單身)이 외롭긴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 인정하고 극복해야 할 인간 존재의 적나라한 실존의 모습임을 부인할 수 없음에랴. 남이 나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는 것이 인생길이고 나그네길이니까.


<선사의 설법>

─한용운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하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고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大解脫)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렸습니다.

[주] <선사의 설법>에서의 만해 선생의 취지를 잘 살린 유행가 가사가 있어 꼬리글에

옮겨 봅니다.

[밧줄로 꽁꽁 / 김 용임 ] 동영상 주소창도 소개합니다

http://www.sportsseoul.com/common/html/read.asp?ArticleID=43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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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주소에는 노천명의 대표작 몇 편을 수록하였다. 1909년 3월 법률 6호로 민적법(民籍法)이 공포됨으로써 여성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http://blog.paran.com/kydong/24738970

볼일이 있어 충북 앙성에 있는 사슴농장에 들렀다. 어떤 농장에서는 꽃사슴을 키우기도 하는데, 대개는 덩치가 송아지보다 큰 알레스카산 엘카를 키운다. 농장주인의 말로는 한 5년 키워야 상품 가치가 있는 녹용이 생산되기 때문에 새끼를 낳는 암놈은 경제성이 없어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옥수수, 소맥 등을 주원료로 하는 배합사료는 25Kg 들이 한 포대에 7천원 하던 사료값도 지금은 만원을 호가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그 이유라 했다. 풀만 먹여서는 기대하는 녹용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료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란다.

사슴농장의 사슴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게 아니라 뿔이 잘려서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한번씩은 엉덩이에 마취주사를 맞고 까무러쳐 뿔이 잘려나가도록 비몽사몽의 꿈길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슴 >

-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작가 노트]

여성시의 선구자; 노천명

노천명(盧天命,1912-1957)
황해도 출생. 이화여전.
본명 기선. 병마에 시달려 天命으로 바꿈.
불우한 일생. 자전적 문학- 서정시의 기본.
작품 <사슴>은 처녀시집 《산호림(珊瑚林)》(1938)에 수록된 초기 시작품.
‘사슴의 시인’으로 애칭.
여성적 지적 시풍으로 생의 고뇌와 현실의 차가움을 주로 노래한 시인.


독신으로 지낸 건 짝사랑한 유부남 때문임.
(아래 기록을 보면 노천명의 처절한 사랑이 짐작될 겁니다.)
<사슴>에서도 情人(애인) 기다림.
애인은 유부남. 보성고보. 노동경제학 전공자.
노천명이 연극에 참여했는데 그가 관객으로 와서 만나기 시작함.
친일 훼절- “조선의 딸들이여”- 정신대 권장.
해방 후 연인 월북. 시인은 6.25때 도강 안하고 애인 기다림.
애인은 고위층으로 서울에 내려옴. 사회과학원 원사.
시인은 전쟁이 끝나고 20년 징역형 받음.
김광섭의 구명운동으로 전국교도소 돌며 친공 친일 참회.
[참고] 시집 《사슴》(1936)은 백석의 시집.

1.자전적 문학세계
- 사회 역사의식 부족
“댓돌 밑에 우는 귀뚜라미처럼 나는 그대를 기다린다.”
2.민속연희 풍물시 <남사당>
“나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3.현실적 수난과 고통 <면회>
옥중시. “언니 앞에 머리를 숙이다”
4.평범한 여인의 행복론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현실도피, 패배의식. 이름 때문에 수난.
절망적 몸부림 통해 찾은 평등의식
[결론] 여성시를 개척한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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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직장에 네 명의 동료가 8월 말일이면 정년으로 직장을 떠난다. 돌아보면 회한도 많을 테고 가르침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학생들의 가슴에 무엇을 남겨 주었는지 반성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가르치는 일에 제일 소중한 건 열정이라 생각한다. 지식 내용이 좀 정제되지 않은 거친 것이라 하더라도 가르치는 이가 그 지식의 핵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학생들은 대부분 그 열정의 절반 이상에는 도달해 있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전교조 일에 골몰했던 내 친구 하나는 1년반 전에 선택 정년을 했는데, 또 한 친구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선택정년을 신청했다고 한다.

1998년 IMF 때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무너지고 중소도시의 역 구내에까지 노숙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권문제가 결부되면 노숙자 문제는 선진 국가라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에서 충분한 수용시설을 지어 놓았는데도 천막을 치며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일회성의 인생에 정년이란 죽음처럼 또하나의 단절성을 각인하는 게 아닌가 하여 가슴 속이 짠하다.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가 정년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직장의 풍경을 몇 군데 담아보았다. 이 사진들을 보변 자기의 과거를 회억하는 데 다소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몇 꼭지로 나누어 싣는다. 날씨마저 가랑비가 오락가락하여 퇴임분위기에 어울린다.

맨아래 사진의 오른쪽 언덕 아래가 신라 때에는 왕들의 낚시터였고,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무당이 아들 동이로 대표되는 기독교문화에 밀려 굿을 하면서 침몰한 서천 저수지이다. 조동일이 채록한 설화집에도 옛날엔 명주실 한 꾸리가 다 풀려 들어갈 정도로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한다.

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살았던 동리 소년은 징소리를 듣고 굿구경 왔다가 무녀의 몰락을 목격했다고 한다. 신들과 교통하며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무당의 죽음은오랜동안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후에 무속문화와 기독교문화의 갈등을 설정하여 향토색 짙은 <무녀도>라는 소설 한편을결구했고, 다시 이를 늘여 장편 <을화>까지 출간햇다.

나는 1968년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신문학 60년 강연회에서 그의 눌변을 통해 직접 들었다. 이럴 때 신역 불경에서는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글을 시작한다. 서력 300년경 육조시대 구마나습 번역을 구역이라 하고, 600년경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싣고와 번역한 것이 신역인데, 구역에서는 "如是"로 시작한다. 해인사의 고려대장경 목판은 구역을 텍스트로 하여 목각한 것이다.

서천 저수지는 한의학관 바로 코 앞에 위치하고 있는데, 수면 위 암벽에는 신라 때의 암각화도 있다.

[사전]

정년제 [停年制]

[명사]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퇴직하도록 정하여진 제도.

선택정년제 [選擇停年制]

<사회> 근로자가 정년 퇴직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사람을 퇴직금 증액 따위의 형태로 우대하며, 조기 퇴직을 촉진하는 의미가 있다.

약년정년제 [若年停年制]

<법률> 정년 연령을 40세 또는 45세 정도로 낮게 정하는 제도. 그 나이가 되어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하면서 퇴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퇴직금 따위에서 우대하는 정년 제도이다.

직무정년제 [職務停年制]

<경제>기업에서, 관리직 사원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 직무에서 물러나게 하는 제도. 인재의 효과적인 활용 및 조직의 활성화를 위하여 그 사원이 정년(停年)이 되기 전에 적용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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