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선생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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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_ 다산 정약용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늙은이의 한 가지 즐거움(老人一快事)'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년)의 시집 '송파수작(松坡酬酢)’에 수록되어 있다. 그의 나이 71세 때(75세에 서거)에 쓴 것으로서, 늙음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겸허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달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요 내용은.. 1수에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감고 빗질하는 수고도 없고 백발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하며 민둥머리를 예찬하고, 2수에서는 치아가 다 빠져도 음식을 씹고 삼키는 데 지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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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_ 다산 정약용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늙은이의 한 가지 즐거움(老人一快事)'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년)의 시집 '송파수작(松坡酬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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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_ 다산 정약용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늙은이의 한 가지 즐거움(老人一快事)'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년)의 시집 '송파수작(松坡酬酢)’에 수록되어 있다. 그의 나이 71세 때(75세에 서거)에 쓴 것으로서, 늙음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겸허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달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요 내용은..

1수에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감고 빗질하는 수고도 없고 백발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하며 민둥머리를 예찬하고,

2수에서는 치아가 다 빠져도 음식을 씹고 삼키는 데 지장이 없고 무엇보다 치통이 없어졌음을 즐거워 하고,

3수에서는 눈이 어두어지니 책 읽어야 할 부담이 없어지고 좋은 경치를 보고 즐기게 되며,

4수에서는 귀가 들리지 않아 세상의 시비 다툼을 듣지 않게 됨을 노래하고

5수에서는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써도 퇴고할 필요도 없고 남의 비평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6수에서는 손님과 바둑을 두는 일을 꼽으며, 만만한 상대만을 골라 두며 편안히 즐김을 읊고 있다.

[출처] 강진 사의재(四宜齋)/文前대통령,‘사의재’ 출범/정약용,'自笑'|작성자 은자

1.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髮鬜良獨喜

발간량독희, 민둥머리가 참으로 유독 좋아라 

髮也本贅疣

발야본췌우,머리털은 본디 군더더기이건만 

處置各殊軌

처치각수궤, 처치하는 데 각각 법도가 달라 

無文者皆辮,

무문자개변, 예문 없는 자들은 땋아 늘이고 

除累者多薙

제루자다치, 귀찮게 여긴 자들은 깎아 버리는데 

髻丱計差長

계관계차장, 상투와 총각이 조금 낫기는 하나 

弊端亦紛起

폐단역분기, 폐단이 또한 수다하게 생기었고 

巃嵷副編次

롱종부편차, 높다랗게 어지러이 머리를 꾸미어라 

雜沓笄總縰

잡답계총쇄, 쪽 짓고 비녀 꽂고 비단으로 싸도다 

網巾頭之厄

망건두지액, 망건은 머리의 재액이거니와 

罟冠何觸訾

고관하촉자, 고관은 어이 그리 비난을 받는고 호원(胡元)의 관이다. 

今髮旣全無

금발기전무, 이제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으니 

衆瘼將焉倚

중막장언의, 모든 병폐가 어디에 의탁하리오 

旣無櫛沐勞

기무즐목로, 감고 빗질하는 수고로움이 없고 

亦免衰白恥

역면쇠백치, 백발의 부끄러움 또한 면하여라 

光顱皓如瓠

광로호여호, 빛나는 두개골은 박통같이 희고 

員蓋應方趾

원개응방지, 둥근 두상이 모난 발에 어울리는데 

浩蕩北窓穴

호탕북창혈, 널따란 북쪽 창 아래 누웠노라면 

松風洒腦髓

송풍쇄뇌수, 솔바람 불어라 머릿골이 시원하구려 

塵垢馬尾巾

진구마미건, 말총으로 짠 때묻은 망건일랑 

摺疊委箱裏

접첩위상리, 꼭꼭 접어 상자 속에 버려 두나니 

平生拘曲人

평생구곡인, 평생을 풍습에 얽매이던 사람이 

乃今爲快士

내금위쾌사, 이제야 쾌활한 선비 되었네그려 

[주-D001] 고관(罟冠) : 고고관(罟罟冠)의 준말로, 원(元) 나라 시대에 귀부인(貴婦人)들이 착용했다고 한다.

 

2.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齒豁抑其次

치활억기차,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 

半落誠可苦

반락성가고, 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全空乃得意

전공내득의,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네 

方其動搖時

방기동요시, 한창 움직여 흔들릴 적에는 

酸痛劇芒刺

산통극망자,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서 

鍼灸意無靈

침구의무령, 침 놓고 뜸질해도 끝내 효험은 없고 

鑽鑿時出淚

찬착시출루,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 

如今百不憂

여금백불우, 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 

穩帖終宵睡

온첩종소수,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但去鯁與骨

단거경여골, 다만 가시와 뼈만 제거하면은 

魚肉無攸忌

어육무유기,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는데 

不唯呑細聶

불유탄세섭, 잘게 썬 것만 삼킬 뿐 아니라 

兼能吸大胾

겸능흡대자, 큰 고깃점도 능란히 삼키거니와 

兩齶久已堅

량악구이견, 위아래 잇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頗能截柔膩

파능절유니, 제법 고기를 부드럽게 끊을 수 있으니 

不以無齒故

불이무치고, 그리하여 치아가 없는 것 때문에 

悄然絶所嗜

초연절소기, 쓸쓸히 먹고픈 걸 끊지 않는다오 

山雷乃兩動

산뢰내량동,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嗑嗑差可愧

합합차가괴,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일세 

自今人病名

자금인병명,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이 

不滿四百四

불만사백사, 사백 네 가지가 다 안 되리니 

快哉醫書中

쾌재의서중, 유쾌하도다 의서 가운데에서 

句去齒痛字

구거치통자, 치통이란 글자는 빼 버려야겠네 

 

3.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眼昏亦一快

안혼역일쾌, 눈 어두운 것 또한 그것이라 

不復訟禮疏

불부송례소, 다시는 예경 주소 따질 것 없고 

不得硏易卦

부득연역괘, 다시는 주역 괘사 연구할 것도 없어 

平生文字累

평생문자루, 평생 동안 문자에 대한 거리낌을 

一朝能脫灑

일조능탈쇄, 하루아침에 깨끗이 벗을 수 있네 

生憎汲古板

생증급고판, 급고각 판본은 가증스럽기도 해라 

蠅頭刻纖芥

승두각섬개, 자디잔 글자를 티끌처럼 새겼는데 

六卿郊外去

륙경교외거, 육경은 교외로 나갔거니와 

再閏何時掛

재윤하시괘, 재윤은 어느 때에 걸 것인고 

嗟哉望經注

차재망경주, 슬프다, 경문의 주석을 엿보건대 

後人依樣畫

후인의양화, 후인들은 옛사람 본만 따라서 

唯知駁宋理

유지박송리, 송 나라 이학 반박할 줄만 알고 

不恥承漢註

불치승한주, 한대의 오류 답습함은 수치로 안 여기네 

如今霧中花

여금무중화, 이젠 안개 속의 꽃처럼 눈이 흐리니 

無煩雙決眥

무번쌍결자, 눈초리를 번거롭게 할 것 없고 

是非旣兩忘

시비기량망, 옳고 그름도 이미 다 잊었는지라 

辨難隨亦懈

변난수역해, 변난하는 일 또한 게을러졌으나 

湖光與山色

호광여산색, 강호의 풍광과 청산의 빛으로도 

亦足充眼界

역족충안계, 또한 안계를 채우기에 충분하다오 

 

4.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耳聾又次之

이롱우차지, 귀먹은 것이 또 그 다음이로세 

世聲無好音

세성무호음, 세상 소리는 좋은 소리가 없고 

大都皆是非

세성무호음, 모두가 다 시비 다툼뿐이나니 

浮讚騰雲霄

부찬등운소, 칭찬은 하늘에까지 추어올리고

虛誣落汚池

허무락오지, 헛 무함은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며 

禮樂久已荒

례락구이황, 예악은 황무한 지 이미 오래이어라 

儇薄嗟群兒

현박차군아, 아, 약고 경박한 뭇 아이들이여 

譻譻螘侵蛟

앵앵의침교, 개미가 떼지어 교룡을 침범하고 

喞喞鼷穿獅

즐즐혜천사. 생쥐가 사자를 밟아 뭉개도다 

不待纊塞耳

부대광색이, 그러나 귀막이 솜을 달지 않고도 

霹靂聲漸微

벽력성점미, 천둥소리조차 점점 가늘게 들리고 

自餘皆寂寞

자여개적막,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黃落知風吹

황락지풍취, 낙엽을 보고야 바람이 분 줄을 아니 

蠅鳴與蚓叫

승명여인규, 파리가 윙윙대거나 지렁이가 울어 

亂動誰復知

란동수복지, 난동을 부린들 누가 다시 알리오 

兼能作家翁

겸능작가옹, 겸하여 가장 노릇도 잘할 수 있고 

塞黙成大癡

색묵성대치, 귀먹고 말 못해 대치(大癡)가 되었으니 

雖有磁石湯

수유자석탕, 비록 자석탕 같은 약이 있더라도 

浩笑一罵醫

호소일매의, 크게 웃고 의원을 한번 꾸짖으리 

5.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縱筆寫狂詞

종필사광사,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씀일세 

競病不必拘

경병불필구, 경병을 굳이 구애할 것이 없고 

推敲不必遲

퇴고불필지, 퇴고도 꼭 오래 할 것이 없어라 

興到卽運意

흥도즉운의, 흥이 나면 곧 이리저리 생각하고 

意到卽寫之

의도즉사지, 생각이 이르면 곧 써내려 가되 

我是朝鮮人

아시조선인, 나는 바로 조선 사람인지라 

甘作朝鮮詩

감작조선시, 조선시 짓기를 가장 좋아한다네.

卿當用卿法

경당용경법, 누구나 자기 법을 쓰는 것인데 

迂哉議者誰

우재의자수, 오활하다 비난할 자 그 누구리오 

區區格與律

구구격여률, 그 구구한 시격이며 시율을 

遠人何得知

원인하득지, 먼 데 사람이 어찌 알 수 있으랴 

凌凌李攀龍

릉릉리반룡, 능가하기 좋아하는 이반룡은 

嘲我爲東夷

조아위동이, 우리를 동이라고 조롱했는데 

袁尤槌雪樓

원우퇴설루, 원굉도는 오히려 설루를 쳤으나 

海內無異辭

해내무이사, 천하에 아무도 다른 말이 없었네 

背有挾彈子

배유협탄자, 등 뒤에 활을 가진 자가 있거늘 

奚暇枯蟬窺

해가고선규, 어느 겨를에 매미를 엿보리오 

我慕山石句

아모산석구, 나는 산석의 시구를 사모하노니 

恐受女郞嗤

공수녀랑치, 여랑의 비웃음을 받을까 염려로세 

焉能飾悽黯

언능식처암, 어찌 비통한 말을 꾸미기 위해 

辛苦斷腸爲

신고단장위, 고통스레 애를 끊일 수 있으랴 

梨橘各殊味

리귤각수미, 배와 귤은 맛이 각각 다르나니 

嗜好唯其宜

기호유기의, 오직 자신의 기호에 맞출 뿐이라오.

https://kydong77.tistory.com/20875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당함.

https://www.youtube.com/watch?v=IkUQfsVl90g

 

[참고] 名物學 - 해양생물 백과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名物學의 전개와 성격

명물학의 유행은 조선 후기 문화계의 특기할 만한 현상의 하나이다. 명물학은 명물도수학 혹은 명물고증학 등으로 불리며 18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그간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외부 사물의 정보를 수집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취합한 정보를 정리한 저술이 나타났다. 명물학 자체가 反성리학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명물학은 성리학적인 토대를 흔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명물학의 그러한 위험성을 간파하였던 정조는 학술 정책을 통해 명물학의 성격을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세도가들이 경세와는 거리가 먼 명물고증학에 심취한 가운데 일부 지식인들은 정조의 정책을 계승하여 명물고증학의 확산에 대응하였다. 명물학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과 그것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교차하면서 명물학은 전개되었다. 명물학의 유행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와 관련한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물학은 조선 후기의 사상사 내지 문화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검토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491598

조선전기 전남지역의 유배지는 珍島 濟州島뿐이었다. 

그런데 조선후기에 이르면 고금도·나로도·녹도·돌산도·발포·여도·임자도·신지도·지도·흑산도 등이 새로운 유배지로 추가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bzZYTKYZo

 
 

https://www.youtube.com/watch?v=klHgzE8th9g

5.18 유공자단체, 대통령실에 청원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1/18/2023011800163.html

 

 

호질(虎叱)

ㅡ 박지원

 

[1]범 이야기

1)범의 위엄은 허상이다

 

虎睿聖文武

(호예성문무) : 범은 모든 일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착하고 성스러우며, 문채롭고 무인다우며,

慈孝智仁

(자효지인) : 인자롭고 효성이 지극하며, 슬기롭고 어질며,

雄勇壯猛

(웅용장맹) : 기운차고 날래며, 용맹스럽고 사나워

天下無敵

(천하무적) : 천하에 대적할 이가 없다.

然狒胃食虎

(연비위식호) : 그러나 비위는 호랑이를 먹고,

竹牛食虎

(죽우식호) : 죽우도 호랑이를 먹고,

駮食虎

(박식호) : 박도 호랑이를 먹고,

五色獅子食虎於巨木之岫

(오색사자식호어거목지수) : 오색사자도 큰 나무의 꼭대기에서 호랑이를 먹고,

玆白食虎

(자백식호) : 자백도 호랑이를 먹고,

표犬飛食虎豹

(표견비식호표) : 표견도 날아서 호랑이를 잡아 먹고

黃要取虎豹心而食之

(황요취호표심이식지) : 황요 등은 호랑이의 심장을 취하여 먹는다.

猾無骨爲虎豹所呑

(활무골위호표소탄) : 활이란 동물은 뼈가 없는 관계로 호랑이가 꿀떡 삼켜 버리면

內食虎豹之肝

(내식호표지간) : 뱃속에 들어가서 그 간을 먹으며,

酋耳遇虎

(추이우호) : 추이(酋耳)란 짐승은 호랑이를 만나면

則裂而啖之

(칙렬이담지) :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먹는 습성이 있다.

虎遇猛㺎

(호우맹용) : 그리고 호랑이가 맹용을 만나면

則閉目而不敢視

(즉폐목이불감시) : 무서워서 눈을 감고 보지도 못한다.

人不畏猛㺎而畏虎

(인불외맹용이외호) : 그러나 사람은 이와는 반대로 맹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虎之威其嚴乎

(호지위기엄호) : 어쨌든 호랑이의 위세란 대단한 것인저.

 

[주D-001]비위(狒胃) : 짐승 이름. 비비(狒狒)의 일종.
[주D-002]박(駮) : 말과 같은 짐승인데, 《산해경(山海經)》에, “몸은 희고 꼬리는 검으며 외뿔에 범처럼 생겼으며, 어금니와 발톱을 가졌고,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3]오색 사자(五色獅子) : 호회(虎薈)에, “누런 털에 오색이 찬란하고, 꼴은 사자와 같다.” 하였다.
[주D-004]자백(玆白) : 《급총궐서(汲冢闕書)》에, “꼴이 말 같으며, 톱니가 날카로워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5]표견(䶂犬) : 거수국(渠搜國)에 있는 개. 일명은 노견(露犬)인데, 날아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6]황요(黃要) : 개의 일종. 표범과 비슷하고, 허리 이상은 누르고 이하는 검으며, 작은 놈은 청요(靑要)라 하는데, 요(要)는 요(腰)와 같다.
[주D-007]활(猾) : 범의 입에 들어가도 범이 물지 못한다. 그러면 범의 뱃속에서부터 먹어 나온다.
[주D-008]추이(酋耳) : 범의 일종. 크고 꼬리가 길다 한다.

 

2)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그 창귀는 굴각, 이올, 육혼이 되어 범을 돕는다

 

虎食狗則醉

(호식구칙취) : 범이 개를 잡아먹으면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하고

食人則神

(식인칙신) : 범이 사람을 한번 잡아먹으면 신들린 듯하다

虎一食人

(호일식인) : 호랑이가 한번 사람을 먹으면

其倀爲屈閣

(기창위굴각) : 그 창귀가 굴각이 되어

在虎之腋

(재호지액) : 범의 겨드랑이에 붙어 살면서

導虎入廚

(도호입주) : 범을 남의 집 부엌에 인도하여서

舐其鼎耳

(지기정이) : 솥전을 핥으면

主人思饑

(주인사기) : 그 집 주인이 갑자기 시장끼를 느껴

命妻夜炊

(명처야취) : 한밤중이라도 아내더러 밥을 지으라고 하게 된다

虎再食人

(호재식인) : 두번째로 그 사람을 잡아 먹는다.

其倀爲彛兀

(기창위이올) : 그러면 창귀는 이올이란 귀신이 되어서

在虎之輔

(재호지보) : 호랑이의 볼에 붙어 다니며

升高視虞

(승고시우) : 높은 곳에 올라 우를 살핀다.

若谷穽弩

(약곡정노) : 만약 산골짜기에 이르러서 함정이 있으면

先行釋機

(선행석기) : 먼저 가서 위험이 없도록 차귀를 풀어 놓는다.

虎三食人

(호삼식인) : 호랑이가 세번째로 사람을 잡아 먹으면

其倀爲鬻渾

(기창위죽혼) : 그 창귀는 육혼이란 귀신이 되어서

在虎之頤

(재호지이) : 호랑이 턱에 붙어서

多贊其所識朋友之名

(다찬기소식붕우지명) : 그가 평소에 잘 알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댄다.

 

3)창귀들이 추천한 저녁 메뉴 

(1)상투 튼 선비 

虎詔倀曰

(호조창왈) : 어느 날 범이 창귀를 불러 놓고 하는 말이,

日之將夕

(일지장석) : "오늘도 곧 날이 저무는데

于何取食

(우하취식) : 어디 가서 먹을 것을 구한단 말이냐." 하니

屈閣曰

(굴각왈) : 굴각이 대답하기를,

我昔占之

(아석점지) : "제가 전에 점쳐 보았더니

匪角匪羽

(비각비우) : 뿔을 가진 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닌

黔首之物

(검수지물) : 검은 머리를 가진 것이

雪中有跡

(설중유적) : 눈 위에 발자국이

彳亍踈武

(척촉소무) : 비틀비틀 성긴 걸음,

瞻尾在腦

(첨미재뇌) : 뒤통수에 꼬리가 붙어

莫掩其尻

(막엄기고) : 꽁무니를 감추지 못하는 그런 놈입니다." 하니

[주D-009]뿔……놈입니다 : 사람을 가리킨다.

 

(2)의원 

彛兀曰

(이올왈) : 다음에 이올이 말하기를,

東門有食

(동문유식) : "동문에 먹을 것이 하나 있는데,

其名曰醫

(기명왈의) : 그 놈의 이름은 의원(醫員)이라고 합니다.

口含百草

(구함백초) : 의원(醫員)은 약초를 다루고 먹으니

肌肉馨香

(기육형향) : 그 고기도 별미(別味)인 줄로 아옵니다.

 

(3)무당 

西門有食

(서문유식) : 그리고 서문에도 먹을 것이 있는데

其名曰巫

(기명왈무) : 그것은 무당입니다.

求媚百神

(구미백신) : 그 계집은 천지 신명께 온갖 미태(媚態)를 부리고

日沐齊潔

(일목제결) : 매일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여

請爲擇肉於此二者

(청위택육어차이자) : 깨끗하고 맛있는 계집이오니 이 둘 중에서 골라서 잡수시길 바라옵니다." 라고 추천했다.

 

(4)범이 화를 내다 

虎奮髯作色曰'

(호분염작색왈) : 범이 화를 내며 하는 말이,

醫者疑也

(의자의야) : "의(醫)란 의(疑)인데

以其所疑而試諸人

(이기소의이시제인) : 저 자신도 의심스러운 것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하여,

歲所殺常數萬

(세소살상수만) : 해마다 죽이는 것이 항상 몇 만이 넘는다.

巫者誣也

(무자무야) : '무(巫)란 무(誣)인데

誣神以惑民

(무신이혹민) : 결국 무당이란 귀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니

歲所殺常數萬

(세소살상수만) : 해마다 목숨 잃는 것이 수만이나 된다

衆怒入骨

(중노입골) : 그래서 여러 사람의 노여움은 그들의 뼈 속에까지 스며들어

化爲金蚕

(화위금잠) : 금잠이란 벌레가 되어서

毒不可食

(독불가식) : 독기가 있어 먹을 수 없다."

[주D-010]금잠(金蠶) : 《박물지(博物志)》에, “남방 사람이 금잠을 기르는데, 촉금(蜀錦)을 먹이고, 그 똥을 음식 속에 넣으면 독이 있다.” 하였다.

 

(5)석덕지유를 추천했으나 범은 역시 못마땅해하다 

鬻渾曰

(죽혼왈) : 이에 육혼이 또 말한다.

有肉在林

(유육재림) : "어떤 고기가 저 숲속에 있는데

仁肝義膽

(인간의담) : 인자한 염통과 의기로운 쓸개며

抱忠懷潔

(포충회결) : 충성스런 마음을 지니고 순결한 지조를 품었으며,

戴樂履禮

(대악리례) : 악은 머리 위에 이고 예는 신처럼 신고 다닌답니다.

口誦百家之言

(구송백가지언) : 뿐만 아니라 그는 입으로 제자(諸子)백가(百家)의 말들을 외며,

心通萬物之理

(심통만물지리) :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통했으니

名曰碩德之儒

(명왈석덕지유) : 그의 이름은 석덕지유라 하옵니다.

背盎軆胖

(배앙체반) : 등살이 오붓하고 몸집이 기름져서

五味俱存

(오미구존) : 오미(五味)를 갖추고 있답니다." 하였다.

虎軒眉垂涎

(호헌미수연) : 범이 그제야 눈썹을 치켜세우고 침을 내리 흘리며

仰天而笑曰

(앙천이소왈) : 하늘을 쳐다보고 씽긋 웃으면서 말한다.

朕聞如何

(짐문여하) : "짐(朕)이 이를 좀더 상세히 듣고자 하니 자세히 말하라." 했다.

倀交薦虎曰

(창교천호왈) : 그러자 창귀들이 서로 범에게 추천하기를,

一陰一陽之謂道

(일음일양지위도) : "일 음· 일 양을 도(道)라 하옵는데,

儒貫之

(유관지) : 저 유가 이를 꿰뚫으며

五行相生

(오행상생) : 오행(五行)이 서로 낳고

六氣相宣

(륙기상선) : 육기(六氣)가 서로 이끌어 주는데,

[주D-011]육기(六氣) : 음(陰)ㆍ양(陽)ㆍ풍(風)ㆍ우(雨)ㆍ회(晦)ㆍ명(明).

儒導之

(유도지) : 저 유가 이를 조화시킨다고 합니다.

食之美者無大於此

(식지미자무대어차) : 그러니 먹어서 맛이 있는 것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으리라."

虎愀然變色易容而不悅曰

(호초연변색역용이불열왈) : 범이 이 말을 듣고 문득 추연히 낯빛을 붉히며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陰陽者

(음양자) : "아니야, 저 음·양이란 것은

一氣之消息也而兩之

(일기지소식야이량지) : 한 기운의 생성과 소멸에 불과하다거늘 그들이 두 가지를 겸했으니

其肉雜也

(기육잡야) : 그 고기가 잡될 것이며,

五行定位

(오행정위) : 오행이 각기 제 자리에 있어서

未始相生

(미시상생) : 애당초 서로 낳는 것은 아니거늘

乃今强爲子母

(내금강위자모) : 이제 그들이 억지로 자·모로 갈라서

分配醎酸

(분배함산) : 짜고 신맛을 분배시켰으니

其味未純也

(기미미순야) : 그 맛이 순하지 못할 것이며,

六氣自行

(륙기자행) : 육기는 스스로 행하는 것이어서

不待宣導

(불대선도) : 남이 이끌어줌을 기다릴 것이 없거늘

乃今妄稱財相

(내금망칭재상) : 이제 그들이 망녕되어 재성·보상이라 일컬어서

[주D-012]재성(財成)ㆍ보상(輔相) : 《역경(易經)》에, “천지의 도를 마련해 이룩하며, 천지의 의(宜)를 도와 준다.” 하였다.

 

私顯己功

(사현기공) : 사사로이 자기 공을 세우려 하니,

其爲食也

(기위식야) : 그것을 먹는다면

無其硬强滯逆而不順化乎

(무기경강체역이불순화호)

: 어찌 딱딱하여 가슴에 체하거나 목구멍에 구역질이 나서 순하게 소화가 되지 못할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2]북곽선생과 동리자의 러브스토리 

1)북곽선생

鄭之邑

(정지읍) : 정나라 어느 고을에

有不屑宦之士曰

(유불설환지사왈) :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北郭先生

(북곽선생) : '북곽 선생(北郭先生)'이었다.

行年四十

(행년사십) : 그는 나이 마흔에

手自校書者萬卷

(수자교서자만권) : 손수 교정(校訂)해 낸 책이 만 권이었고,

敷衍九經之義

(부연구경지의) : 또 육경(六經)의 뜻을 부연해서

[주D-013]구경(九經) : 《역경(易經)》ㆍ《서경(書經)》ㆍ《시경(詩經)》ㆍ《춘추좌전(春秋左傳)》ㆍ《예기(禮記)》ㆍ《주례(周禮)》ㆍ《효경(孝經)》ㆍ《논어(論語)》ㆍ《맹자(孟子)》.

更著書一萬五千卷

(경저서일만오천권) :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었다.

天子嘉其義

(천자가기의) : 천자(天子)가 그의 행의(行義)를 가상히 여기고

諸侯慕其名

(제후모기명) : 제후(諸侯)가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2)동리자

邑之東

(읍지동) : 그 고장 동쪽에는

有美而早寡者

(유미이조과자) : 미모의 과부가 있었는데,

曰東里子

(왈동리자) : 동리자(東里子)라는고 불렀다

天子嘉其節

(천자가기절) :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諸侯慕其賢

(제후모기현) :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環其邑數里而封之曰

(환기읍수리이봉지왈) : 그 마을의 둘레를 봉(封)해서

'東里寡婦之閭'

'동리과부지려'라고 정표(旌表)해 주기도 했다.

東里子善守寡

(동리자선수과) : 이처럼 동리자가 수절을 잘 하는 부인이라 했는데,

然有子五人

(연유자오인) : 실은 슬하의 다섯 아들이

各有其姓

(각유기성) : 각기 성이 달랐다.

 

3)五子의 정탐

五子相謂曰

(오자상위왈) : 어느 날 밤, 다섯 놈의 아들들이 서로 이르기를,

水北鷄鳴

(수북계명) :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水南明星

(수남명성) :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室中有聲

(실중유성) :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何其甚似北郭先生也

(하기심사북곽선생야) : 어찌도 그리 북곽 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하고

兄弟五人

(형제오인) : 다섯 놈이

迭窺戶隙

(질규호극) :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4)동리자의 구애와 북곽의 반응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

(동리자청어북곽선생왈) :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이르기를

久慕先生之德

(구모선생지덕) :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

(금야원문선생독서지성) : 오늘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하고 간청하매,

北郭先生

(북곽선생) : 북곽 선생은

整襟危坐而爲詩曰

(정금위좌이위시왈) :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었다.

䲶鴦在屛

(䲶앙재병) :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耿耿流螢

(경경류형) : 반딧불 흘러 잠 못 이룬다

維鬵維錡

(유심유기) : 저기 저 가마솥 세발 솥은

云誰之型

(운수지형) :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한다.

興也(흥야):흥야라 (興-연상법)

 

[주D-014]가마솥과……만들었나 : 발 없는 가마솥과 세발솥은 그 모형이 다 다르다. 이로써 성 다른 다섯 아들에게 비하였다. 대체 다섯 아이들이 성도 다르고 얼굴도 같지 않으니, 이는 어떤 잡놈들과 관계해서 이런 것들을 낳았다는 의미.
[주D-015]흥이라[興也] : 육의(六義)의 하나. 먼저 어떤 다른 물건을 읊어서 그 목적하고 있는 것을 끄집어 일으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원앙새를 먼저 이끌어서 남녀의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다.육의는 [風雅頌/比賦興]

 

5)五子의 공격에 추락하는 북곽의 권위

-도망치다 들판의 똥통에 빠지다 

五子相謂曰

(오자상위왈) : 다섯 놈이 서로 소곤대기를,

禮不入寡婦之門

(례불입과부지문) : "예의 상으로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 없다

北郭先生賢者也

(북곽선생현자야) : 북곽 선생은 현자이니까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

(오문정지성문괴이호혈언) :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대.

吾聞狐老千年

(오문호로천년) :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能幻而像人

(능환이상인) :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단다.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是其像北郭先生乎

(시기상북곽선생호) : 저건 바로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하고

相與謀曰

(상여모왈) : 함께 의논했다.

吾聞得狐之冠者

(오문득호지관자) :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家致千金之富

(가치천금지부) :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得狐之履者

(득호지리자) :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能匿影於白日

(능닉영어백일) :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得狐之尾者

(득호지미자) :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주D-016]여우의 꼬리 : 꼬리라 하였지마는, 사실은 샅을 일컬었다.

 

善媚而人悅之

(선미이인열지) :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더라.

何不殺是狐而分之

(하불살시호이분지) : 어찌 저 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지 않으랴."

於是五子共圍而擊之

(어시오자공위이격지) : 다섯 놈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 갔다.

 

北郭先生大驚遁逃

(북곽선생대경둔도) : 북곽 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恐人之識己也

(공인지식기야) :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서

以股加頸

(이고가경) : 두 다리 사이에 목을 들이박고

鬼舞鬼笑

(귀무귀소) :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出門而跑

(출문이포) :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乃陷野窖

(내함야교) :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穢滿其中

(예만기중) :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6)들판의 똥통에서 기어나오던 북곽이 범과 맞딱뜨리다

-북곽 범을 만나 아유하다 

攀援出首而望

(반원출수이망) : 간신히 기어올라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有虎當徑

(유호당경) : 뜻밖에 범이 길목에 앉아 있었다.

虎顰蹙嘔哇

(호빈축구왜) : 범은 북곽 선생을 보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掩鼻左首而噫曰

(엄비좌수이희왈) : 코를 싸쥐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고 이르기를,

儒句臭矣

(유구취의) : "유자여! 더럽다."

北郭先生頓首匍匐而前

(북곽선생돈수포복이전) : 북곽 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범 앞으로 기어 가서

三拜以跪

(삼배이궤) :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仰首而言曰

(앙수이언왈) : 머리를 쳐들고 우러러 아뢴다.

虎之德其至矣乎

(호지덕기지의호) : "호랑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大人效其變

(대인효기변) : 대인(大人)은 그 변화를 본받고,

帝王學其步

(제왕학기보) :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

人子法其孝

(인자법기효) : 자식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將帥取其威

(장수취기위) :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

名並神龍

(명병신룡) : 거룩하신 이름은 신령스런 용(龍)의 짝이 되는지라,

一風一雲

(일풍일운) : 풍운이 조화를 부리시매니

下土賤臣

(하토천신) :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은

敢在下風

(감재하풍) :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나이다."

[주D-017]대인(大人)은……본받고 : 《역경(易經)》에 나오는 구절.
[주D-018]제왕(帝王)은……배우며 : 《송사(宋史)》 태조기(太祖紀)에 나오는 말.
[주D-019]남의……본받고 : 《서경(書經)》 채침(蔡沈)의 주(註)에 나오는 말.
[주D-020]장수는……취하며 : 무관직에는 범호(虎) 자를 많이들 쓴다. 예를 들면 촉한(蜀漢) 때의 오호대장(五虎大將)과 같은 것.
[주D-021]신룡(神龍)과……일으키시니 : 《역경》에 나오는 말.

 

[3]범의 꾸중

1)유(儒)는 유(諛)라

虎叱曰

(호질왈) : 범은 북곽 선생을 여지없이 꾸짖었다 

毋近前

(무근전) :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曩也吾聞之

(낭야오문지) : 접때 내가 들으니

儒者諛也

(유자유야) : 내 듣건대 유(儒)는 유(諛)라 하더니 

果然

(과연) : 과연 그렇구나. 

汝平居集天下之惡名

(여평거집천하지악명) :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妄加諸我

(망가제아) : 망령되이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今也急而面諛

(금야급이면유) :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將誰信之耶

(장수신지야) : 장차 누가 이를 믿겠느냐?

 

2)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다


夫天下之理一也

(부천하지리일야) :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다. 

虎誠惡也(호성악야) : 범의 본성(本性)이 악한 것이라면 

人性亦惡也

(인성역악야) : 인간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人性善則虎之性亦善也

(인성선칙호지성역선야) :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 것이라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汝千語萬言

(여천어만언) : 너희들의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不離五常

(불리오상) : 오상륜(五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戒之勸之

(계지권지) :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恒在四綱

(항재사강) : 항상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다. 

[주D-022]오상(五常) : 부의(父義)ㆍ모자(母慈)ㆍ형우(兄友)ㆍ제공(弟恭)ㆍ자효(子孝).
[주D-023]사강(四綱) :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

然都邑之間

(연도읍지간) : 그런데 도회지에 

無鼻無趾

(무비무지) : 코 베이고, 발꿈치 짤리고, 

文面而行者

(문면이행자) : 얼굴에다 자자(刺字)질하고 다니는 것들은 

皆不遜五品之人也

(개불손오품지인야) :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然而徽墨斧鉅

(연이휘묵부거) :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刑具)를 

日不暇給

(일불가급) : 매일 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莫能止其惡焉

(막능지기악언) :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而虎之家自無是刑

(이호지가자무시형) :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由是觀之

(유시관지) : 이로 보면 

虎之性不亦賢於人乎

(호지성불역현어인호) :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3)범의 도리는 광명 정대(光明正大)하다


虎不食草木

(호불식초목) :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不食虫魚

(불식충어) :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不嗜麴蘖悖亂之物

(불기국얼패란지물) :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不忍字伏細瑣之物

(불인자복세쇄지물) :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入山獵麕鹿

(입산렵균록) :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在野畋馬牛

(재야전마우) :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未甞爲口腹之累飮食之訟

(미상위구복지루음식지송) :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 

虎之道

(호지도) : 범의 도리가 

豈不光明正大矣乎

(기불광명정대의호) : 어찌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지 않은가.

 

4)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나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

虎之食麕鹿

(호지식균록) :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而汝不疾虎

(이여불질호) :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虎之食馬牛

(호지식마우) :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而人謂之讐焉

(이인위지수언) : 사람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豈非麕鹿之無恩於人

(기비균록지무은어인) : 어찌 노루나 사슴은 사람들에게 은공이 없고

而馬牛之有功於汝乎

(이마우지유공어여호) : 소나 말은 유공(有功)하기 때문이 아니냐?

然而不有其乘服之勞戀效之誠

(연이불유기승복지로련효지성) : 그런데 너희들은 소나 말들이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갖지 않고

日充庖廚

(일충포주) : 날마다 푸줏간을 채워

角鬣不遺

(각렵불유) : 뿔과 갈기도 남기지 않고,

而乃復侵我之麕鹿

(이내부침아지균록) : 다시 우리의 노루와 사슴을 침노하여

使我乏食於山

(사아핍식어산) :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도 들에도

缺餉於野

(결향어야) :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使天而平其政

(사천이평기정) :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汝在所食乎所捨乎

(여재소식호소사호) : 너희는 나의 먹이가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5)잔인하고 박행함이 인간보다 더한 것은 없다


夫非其有而取之

(부비기유이취지) :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謂之盜

(위지도) : 도(盜)라 하고, 

殘生而害物者

(잔생이해물자) :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謂之賊

(위지적) : 적(賊)이라 하나니, 

汝之所以日夜遑遑

(여지소이일야황황) :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揚臂努目

(양비노목) :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挐攫而不恥

(나확이불치) :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甚者

(심자) : 심한 놈은 

呼錢爲兄

(호전위형) : 돈을 불러 형님이라 부르고,

 [주D-024]돈을……부르고 : 옛날 돈이 구멍이 났으므로 공방형(孔方兄)이라 하였고, 또는 돈을 가형(家兄)이라 한 이도 없지 않았다. 진(晉) 나라 노포(魯褒)의 〈전신론(錢神論)〉에 나오는 말들.

 

求將殺妻

(구장살처) :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다면

 [주D-025]장수되기……일 : 전국 때 명장 오기(吳起)의 고사.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

(즉불가부론어륜상지도의) :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乃復攘食於蝗

(내부양식어황) : 뿐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奪衣於蚕

(탈의어천) :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禦蜂而剽甘

(어봉이표감) : 벌을 막고 꿀을 따며, 

甚者

(심자) : 심한 놈은 

醢蟻之子

(해의지자) : 개미 새끼를 젖담아서 

以羞其祖考

(이수기조고) : 조상에게 제수로 진설하니

[주D-026]개미……제사하니 : 《예기》 내칙편(內則篇)에 나오는 일.

其殘忍薄行

(기잔인박행) : 잔인하고 박행함이 

孰甚於汝乎

(숙심어여호) :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6)인간은 천하의 도적이다


汝談理論性

(여담리론성) : 너희가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動輒稱天

(동첩칭천) :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自天所命而視之

(자천소명이시지) :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則虎與人

(즉호여인) : 범이나 사람이나

乃物之一也

(내물지일야) : 다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

(자천지생물지인이론지) :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則虎與蝗蚕蜂蟻與人並畜

(즉호여황천봉의여인병축) :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而不可相悖也(이불가상패야) :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自其善惡而辨之(자기선악이변지) :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則公行剽刦於蠭蟻之室者(칙공행표겁어蠭의지실자) :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獨不爲天地之巨盜乎(독불위천지지거도호) :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이 되지 않겠는가?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사연양절어황천지자자) :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獨不爲仁義之大賊乎(독불위인의지대적호) :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이 아니겠는가?

7)동류끼리 잡아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虎未甞食豹者

(호미상식표자) : 범이 일찍이 표범을 잡아먹지 않는 것은

誠爲不忍於其類也

(성위불인어기류야) : 동류를 차마 그럴 수 없어서이다.

然而計虎之食麕鹿

(연이계호지식균록) : 그런데 범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食麕鹿之多也

(불약인지식균록지다야) :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으며,

計虎之食馬牛

(계호지식마우) : 범이 말과 소를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食馬牛之多也

(불약인지식마우지다야) : 사람이 말과 소를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다.

計虎之食人

(계호지식인) :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相食之多也

(불약인지상식지다야) : 사람이 서로를 잡아 먹는 것만큼 많지 않다.

去年關中大旱

(거년관중대한) : 지난해 관중(關中)이 크게 가물자

民之相食者數萬

(민지상식자수만) :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고,

往歲山東大水

(왕세산동대수) : 전해에는 산동(山東)에 홍수가 나자

民之相食者數萬

(민지상식자수만) :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다.

雖然

(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相食之多

(기상식지다) : 사람들이 서로 많이 잡아먹기로야

又何如春秋之世也

(우하여춘추지세야) : 춘추(春秋) 시대 같은 때가 있었을까?

春秋之世

(춘추지세) : 춘추 시대에

樹德之兵十七(수덕지병십칠) : 공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 열에 일곱이었고, 報仇之兵十三(보구지병십삼) :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이 열에 셋이었는데, 流血千里(류혈천리) : 흘린 피가 천 리에 물들었고, 伏屍百萬(복시백만) : 거꾸러져 죽은 시체가 백만이나 되었더니라.

8)범의 예성(睿聖)과 무용(武勇) & 인의(仁義)


而虎之家水旱不識

(이호지가수한불식) : 범의 세계는 큰물과 가뭄의 걱정을 모르기 때문에 

故無怨乎天

(고무원호천) :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讐德兩忘

(수덕량망) : 원수도 공덕도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故無忤於物

(고무오어물) :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며, 

知命而處順

(지명이처순) : 운명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故不惑於巫醫之姦

(고불혹어무의지간) : 무(巫)와 의(醫)의 간사에 속지 않고, 

踐形而盡性

(천형이진성) : 타고난 그대로 천성을 다하기 때문에 

故不疚乎世俗之利

(고불구호세속지리) :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此虎之所以睿聖也

(차호지소이예성야) : 이것이 곧 범이 예성(睿聖)한 것이다.

窺其一班

(규기일반) : 우리 몸의 얼룩무늬 한 점만 엿보더라도 

足以示文於天下也

(족이시문어천하야) : 족히 문채(文彩)를 천하에 자랑할 수 있으며, 

不藉尺寸之兵

(불자척촌지병) :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而獨任爪牙之利

(이독임조아지리) : 다만 발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所以耀武於天下也

(소이요무어천하야) :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彛卣蜼尊

(이유유존) : 종이(宗彛)와 유준(蜼尊)은

所以廣孝於天下也

(소이광효어천하야) : 효(孝)를 천하에 넓힌 것이며,

一日一擧而烏鳶螻螘

(일일일거이오연루의) : 하루 한 번 사냥을 해서 까마귀나 솔개․청마구리․개미 따위에게까지

共分其餕

(공분기준) : 대궁을 함께 나누어 주니

仁不可勝用也

(인불가승용야) : 그 인(仁)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고,

讒人不食

(참인불식) : 굶주린 자를 잡아먹지 않고,

廢疾者不食

(폐질자불식) : 병든 자를 잡아먹지 않고,

衰服者不食

(복자불식) : 상복(喪服) 입은 자를 잡아먹지 않으니 

[주D-027]고자질하는……않으니 : 이 세 가지를 먹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나라 재래로부터 내려오는 속담.

義不可勝用也(의불가승용야) : 그 의로운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다.


9)인간의 잔학(殘虐)

-그물, 창, 화포, 붓


不仁哉

(불인재) :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 

汝之爲食也

(여지위식야) : 너희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여! 

機穽之不足

(기정지불족) :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而爲罿也罞也罛也罾也罦也罭也

(이위 동야 모야 고야 증야 부야 역야)

注]罞(모):고라니그믈. 罛(고):물고기그물. 罾(증):어망과 통발. 罦(부):덮치기. 罭(역):어망.

: 저 새 그물과 작은 노루 그물[網] , 물고기 그물과 큰 물고기 그물, 수레 그물과 삼태 그물 따위들을 만들었으니,

始結網罟者

(시결망고자) : 처음 그것을 만들어 낸 놈이야말로 

裒然首禍於天下矣

(부연수화어천하의) : 세상에 가장 재앙을 끼친 자이다.

有鈹者 戣者 殳者 斨者 叴者 矟者 鍜者 鈼者者

(유피자 규자 수자 장자 구자 삭자 하자 작자자)

: 게다가 큰바늘과 쥘창, 날 없는 창과 도끼, 세모창과 한길 여덟 자 창, 뾰죽 창과 작은 칼, 긴 창까지 만들었지.

注] 鈹(피):종기. 째는 데 쓰이는 양날이 있는 파종침. 창. 戣(규):양지창. 殳(수):창, 모둥이. 斨(장):도끼. 厹(구):세모창. 矟(삭):삼지창. 鍜(하):목투구. 鈼(작):釜也, 鉹(창칼치)也. 礮(포):돌쇠뇌. 逞(령):굳세다, 쾌하다, 즐겁다.

有礮發焉

(유포발언) : 화포(火砲)란 것이 있어서, 이것을 한번 터뜨리면 

聲隤華嶽

(성퇴화악) : 소리는 산을 무너뜨리고 

火洩陰陽

(화설음양) : 천지에 불꽃을 쏟아 

暴於震霆(폭어진정) : 벼락치는 것보다 무섭다.

是猶不足以逞其虐焉

(시유불족이령기학언) :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則乃吮柔毫

(즉내연유호) : 이에 부드러운 털을 쪽 빨아서

合膠爲鋒

(합교위봉) : 아교에 붙여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體如棗心

(체여조심) : 그 몸은 대추씨 같고

長不盈寸

(장불영촌) : 그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淬以烏賊之沫

(쉬이오적지말) :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에 적셔서

縱橫擊刺

(종횡격자) :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曲者如矛

(곡자여모) :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銛者如刀

(섬자여도) :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銳者如釖

(예자여도) : 예리한 것은 낫같고,

歧者如戟

(기자여극) : 두 갈래 길이 진 것은 가지창 같고,

直者如矢

(직자여시) : 곧은 것은 화살 같고,

彀者如弓

(구자여궁) :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此兵一動

(차병일동) :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百鬼夜哭

(백귀야곡) :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주D-028]보드라운……지경이라니 : 붓으로 문자를 써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다는 비유. 옛날 창힐(倉頡)이 한자(漢子)를 처음 짓자, 귀신이 밤에 울었다 하였다.

其相食之酷

(기상식지혹) : 서로 잔혹하게 잡아먹기를 

孰甚於汝乎

(숙심어여호) : 너희들보다 심히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5]북곽선생의 권위회복

1)북곽은 범의 구중을 듣고도 경전을 들먹이며 범의 풍교를 배우겠노라 아첨한다


北郭先生離席俯伏

(북곽선생리석부복) : 북곽 선생은 자리를 옮겨 부복(俯伏)해서 

逡巡再拜

(준순재배) : 머리를 새삼 조아리고 아뢰었다.

頓首頓首曰

(돈수돈수왈) :

傳有之

(전유지) :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에 일렀으되 

雖有惡人

(수유악인) :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齋戒沐浴

(재계목욕) : 목욕 재계(齋戒)하면 

則可以事上帝

(즉가이사상제) : 상제(上帝)를 섬길 수 있다.’ 하였습니다. 

下土賤臣

(하토천신) : 하토의 천한 신하는 

敢在下風

(감재하풍) : 감히 아래 처지에 서옵니다.”

屛息潛聽

(병식잠청) : 북곽 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久無所命

(구무소명) : 오랫동안 아무 명령이 없기에

誠惶誠恐

(성황성공) : 참으로 황공해서

拜手稽首

(배수계수) : 절하고 조아리다가

仰而視之

(앙이시지) :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東方明矣

(동방명의) : 이미 먼동이 터 훤히 밝았는데

虎則已去

(호즉이거) : 범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2)들에 나온 농부 만나 권위를 온전히회복하다

農夫有朝菑者

(농부유조치자) : 그 때 새벽 일찍 밭 갈러 나온 농부가 있었다.

問先生何早敬於野

(문선생하조경어야) : “선생님, 이른 새벽에 들판에서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北郭先生曰

(북곽선생왈) : 북곽 선생은 엄숙히 말했다.

吾聞之

(오문지) : “내가 들으니 시경시에

謂天蓋高

(위천개고) : ‘하늘이 높다 해도

不敢不局

(불감불국) :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謂地蓋厚

위지개후) : 땅이 두텁다 해도

不敢不蹐

(불감불척) :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 하셨느니라.”

 

호질후지(虎叱後識)

연암씨(燕巖氏) 가로되,

“이 편(篇)이 비록 지은이의 성명은 없으나 대체로 근세 중국 사람이 비분(悲憤)함을 참지 못해서 지은 글일 것이다. 요즘 와서 세운(世運)이 긴 밤처럼 어두워짐에 따라 오랑캐의 화(禍)가 사나운 짐승보다도 더 심하며, 선비들 중에 염치를 모르는 자는 하찮은 글귀나 주워 모아서 시세에 호미(狐媚)하니, 이는 바로 남의 묘혈(墓穴)을 파는 유학자(儒學者)로서 시랑 같은 짐승으로도 오히려 먹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것이 아닐는가 싶다. 이제 이 글을 읽어 본즉, 말이 많이들 이치에 어긋나서 저 거협(胠篋)ㆍ도척(盜跖)1)과 뜻이 같다. 그러나 온 천하의 뜻있는 선비가 어찌 하룬들 중국을 잊을 수 있겠는가. 이제 청(淸)이 천하의 주인이 된 지 겨우 네 대째건마는 그들은 모두 문무가 겸전하고 수고(壽考)를 길이 누렸으며, 승평을 노래한 지 백 년 동안에 온 누리가 고요하니, 이는 한(漢)ㆍ당(唐) 때에도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처럼 편안히 터를 닦고 모든 건설하는 뜻을 볼 때에 이 또한 하느님의 배치(配置)한 명리(命吏 제왕을 일컬음)가 아닐 수 없겠다. 옛날 어느 학자가 일찍이 하늘이 순순(諄諄)히 명령하신다는 말씀을 의심하여 성인(맹자)에게 질문했더니, 그 성인은 똑똑히 하느님의 뜻을 받아서,

‘하느님은 말씀으로 하진 않으시고 모든 실천과 사실로서 표시하는 거야.’2)

하셨으니, 소자(小子)3) 일찍이 이 글을 읽다가 이곳에 이르러선 퍽 의심스러웠다. 이제 나는 감히 묻노니,

“하느님께선 모든 실천과 사실로써 그의 의사를 표시하실진대, 저 오랑캐의 제도로써 중국의 것을 뜯어 고친다는 것은 천하의 커다란 모욕인만큼 저 인민들의 원통함이 그 어떠하며, 향기로운 제물과 비린내 나는 제물은 각기 그들의 닦은 덕(德)에 따라 다른 것이니, 백신(百神)은 그 어떤 냄새를 응감할 것인가.”

요컨대, 사람으로서 보면 중화(中華)와 이적의 구별이 뚜렷하겠지마는 하늘로서 본다면 은(殷)의 우관(冔冠)이나 주(周)의 면류(冕旒)도 제각기 때를 따라 변하였거니, 어찌 반드시 청인(淸人)들의 홍모(紅帽)만을 의심하리오. 이에 천정(天定)ㆍ인중(人衆)의 설(說)4)이 그 사이에 유행되고는, 사람과 하늘의 서로 조화되는 이(理)는 도리어 한 걸음 물러서서 기(氣)에게 명령을 받게 되며, 또 이런 문제로써 옛 성인의 말씀에 체험하여도 맞지 않으면 문득 이르기를,

‘이건, 천지의 기수(氣數)가 이런 것이야.’

한다. 아아, 슬프다. 이것이 어찌 참으로 기수의 소치라 이르고 말 것인가. 아아, 슬프다. 명(明)의 왕택(王澤)이 끊인 지 벌써 오래여서 중원의 선비들이 그 머리를 고친(치발(薙髮)) 지도 백 년의 요원한 세월이 흘렀으되, 자나 깨나 가슴을 치며 명실(明室)을 생각함은 무슨 까닭인고. 이는 차마 중국을 잊지 못함이다. 그러나 청이 저를 위한 계책도 역시 허술하다 하리로다. 그는 전대(前代) 오랑캐 출신의 말주(末主)들이 항상 중화의 풍속과 제도를 본받다가 쇠망했음을 징계하여 철비(鐵碑)를 새겨서 전정(箭亭 파수 보는 곳)에 묻었으나, 그들 평소에 하고 버리는 말 가운데에는 언제나 스스로 그의 옷과 벙거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음이 없건마는, 오히려 다시 강약의 형세에만 마음을 두니 그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저 문왕(文王)처럼 깊은 꾀와 무왕(武王) 같은 높은 공렬로도 오히려 말주(은의 주왕(紂王))의 쇠퇴함을 구해 내지 못했거늘, 하물며 구구(區區)하게 저 의관 제도의 하찮은 것을 고집해선 무엇할 것인가. 그들의 옷과 벙거지가 진정 싸움에 경편하다면 저 북적(北狄)이나 서융(西戎)의 그것인들 아니될 이유는 없을 것인즉, 그들은 의당 힘껏 저 서북쪽의 오랑캐들로 하여금 도리어 중국의 옛 습속을 따르게 한 연후에야 비로소 천하에 홀로 강한 체할 것이어늘, 이제 온 천하의 인민들을 모두 욕된 구렁에 몰아넣고는 홀로 호령하되,

‘잠깐 너희들의 수치를 참으면 우리를 따라 강하게 될지어다.’

하나, 나는 그 ‘강하다’는 것이야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의관 제도만으로 강함이 된다면, 저 신시(新市)ㆍ녹림(綠林)5) 사이에 그 눈썹을 붉게 물들이거나6) 또는 그 머리 수건을 노란 빛깔로 고쳐서7)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했던 도적놈8)이라야 되는 것은 아니리라. 가령 어리석은 인민들로 하여금 한번 일어나서 그들이 씌워 주었던 벙거지를 벗어서 땅에 팽개친다면, 청 황제(淸皇帝)는 벌써 천하를 앉은 자리에서 잃어버리게 될지니, 지난날 이를 믿고서 스스로 강하다고 뽐내던 것이 도리어 망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다면 그 빗돌을 새겨 묻어서 후세에 경계한 일이야말로 어찌 부질없는 짓이 아니리오. 이 편은 애초엔 제목(題目)이 없으므로 이제 그 글 중에 ‘호질(虎叱)’이란 두 글자를 따서 제목을 삼아 두어 저 중원의 혼란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하였다.

 

燕岩氏曰。

연암씨(燕巖氏) 가로되,

篇雖無作者姓名。而盖近世華人悲憤之作也。

“이 편(篇)이 비록 지은이의 성명은 없으나 대체로 근세 중국 사람이 비분(悲憤)함을 참지 못해서 지은 글일 것이다. 

世運入於長夜。而夷狄之禍甚於猛獸。士之無恥者。綴拾章句。以狐媚當世。豈非發塚之儒。而豺狼之所不食者乎。

요즘 와서 세운(世運)이 긴 밤처럼 어두워짐에 따라 오랑캐의 화(禍)가 사나운 짐승보다도 더 심하며, 선비들 중에 염치를 모르는 자는 하찮은 글귀나 주워 모아서 시세에 호미(狐媚)하니, 이는 바로 남의 묘혈(墓穴)을 파는 유학자(儒學者)로서 시랑 같은 짐승으로도 오히려 먹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것이 아닐는가 싶다. 

今讀其文。言多悖理。與胠篋盜跖同旨。

이제 이 글을 읽어 본즉, 말이 많이들 이치에 어긋나서 저 거협(胠篋)ㆍ도척(盜跖)1)과 뜻이 같다. 

然天下有志之士。豈可一日而忘中國哉。

그러나 온 천하의 뜻있는 선비가 어찌 하룬들 중국을 잊을 수 있겠는가. 

今淸之御宇纔四世。而莫不文武壽考。昇平百年。四海寧謐。此漢唐之所無也。

이제 청(淸)이 천하의 주인이 된 지 겨우 네 대째건마는 그들은 모두 문무가 겸전하고 수고(壽考)를 길이 누렸으며, 승평을 노래한 지 백 년 동안에 온 누리가 고요하니, 이는 한(漢)ㆍ당(唐) 때에도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觀其全安扶植之意。殆亦上天所置之命吏也。

이처럼 편안히 터를 닦고 모든 건설하는 뜻을 볼 때에 이 또한 하느님의 배치(配置)한 명리(命吏 제왕을 일컬음)가 아닐 수 없겠다.

昔人甞疑於諄諄之天。而有質於聖人者。聖人丁寧體天之意曰。天不言。以行與事示之。小子甞讀之。至此其惑滋甚。

 옛날 어느 학자가 일찍이 하늘이 순순(諄諄)히 명령하신다는 말씀을 의심하여 성인(맹자)에게 질문했더니, 그 성인은 똑똑히 하느님의 뜻을 받아서, ‘하느님은 말씀으로 하진 않으시고 모든 실천과 사실로서 표시하는 거야.’2)

하셨으니, 소자(小子)3) 일찍이 이 글을 읽다가 이곳에 이르러선 퍽 의심스러웠다. 

敢問以行與事示之。則用夷變夏。天下之大辱也。百姓之寃酷如何。馨香腥膻。各類其德。百神之所饗何臭。故自人所處而視之。則華夏夷狄。誠有分焉。自天所命而視之。則殷冔周冕。各從時制。何必獨疑於淸人之紅帽哉。

이제 나는 감히 묻노니,

“하느님께선 모든 실천과 사실로써 그의 의사를 표시하실진대, 저 오랑캐의 제도로써 중국의 것을 뜯어 고친다는 것은 천하의 커다란 모욕인만큼 저 인민들의 원통함이 그 어떠하며, 향기로운 제물과 비린내 나는 제물은 각기 그들의 닦은 덕(德)에 따라 다른 것이니, 백신(百神)은 그 어떤 냄새를 응감할 것인가.”

요컨대, 사람으로서 보면 중화(中華)와 이적의 구별이 뚜렷하겠지마는 하늘로서 본다면 은(殷)의 우관(冔冠)이나 주(周)의 면류(冕旒)도 제각기 때를 따라 변하였거니, 어찌 반드시 청인(淸人)들의 홍모(紅帽)만을 의심하리오.

於是天定人衆之說。行於其間。而人天相與之理。乃反退聽於氣。驗之前聖之言而不符。則輒曰。天地之氣數如此。嗚呼。是豈眞氣數然耶。

 이에 천정(天定)ㆍ인중(人衆)의 설(說)4)이 그 사이에 유행되고는, 사람과 하늘의 서로 조화되는 이(理)는 도리어 한 걸음 물러서서 기(氣)에게 명령을 받게 되며, 또 이런 문제로써 옛 성인의 말씀에 체험하여도 맞지 않으면 문득 이르기를,

‘이건, 천지의 기수(氣數)가 이런 것이야.’ 한다. 

噫。明之王澤已渴矣。中州之士自循其髮於百年之久。而寤寐摽擗。輒思明室者何也。所以不忍忘中國也。淸之自爲謀亦踈矣。

아아, 슬프다. 이것이 어찌 참으로 기수의 소치라 이르고 말 것인가. 아아, 슬프다. 명(明)의 왕택(王澤)이 끊인 지 벌써 오래여서 중원의 선비들이 그 머리를 고친(치발(薙髮)) 지도 백 년의 요원한 세월이 흘렀으되, 자나 깨나 가슴을 치며 명실(明室)을 생각함은 무슨 까닭인고. 이는 차마 중국을 잊지 못함이다. 그러나 청이 저를 위한 계책도 역시 허술하다 하리로다.

懲前代胡主之末效華而衰者。勒鐵碑埋之箭亭。其言未甞不自恥其衣帽。而猶復眷眷於强弱之勢。何其愚也。

그는 전대(前代) 오랑캐 출신의 말주(末主)들이 항상 중화의 풍속과 제도를 본받다가 쇠망했음을 징계하여 철비(鐵碑)를 새겨서 전정(箭亭 파수 보는 곳)에 묻었으나, 그들 평소에 하고 버리는 말 가운데에는 언제나 스스로 그의 옷과 벙거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음이 없건마는, 오히려 다시 강약의 형세에만 마음을 두니 그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文謨武烈。尙不能救末主之陵夷。况區區自强於衣帽之末哉。衣帽誠便於用武。則北狄西戎。獨非用武之衣帽耶。力能使西北之他胡。反襲中州舊俗。然後始能獨强於天下也。囿天下於僇辱之地。而號之曰。姑忍汝羞恥。而從我爲强。吾未知其强也。

저 문왕(文王)처럼 깊은 꾀와 무왕(武王) 같은 높은 공렬로도 오히려 말주(은의 주왕(紂王))의 쇠퇴함을 구해 내지 못했거늘, 하물며 구구(區區)하게 저 의관 제도의 하찮은 것을 고집해선 무엇할 것인가. 그들의 옷과 벙거지가 진정 싸움에 경편하다면 저 북적(北狄)이나 서융(西戎)의 그것인들 아니될 이유는 없을 것인즉, 그들은 의당 힘껏 저 서북쪽의 오랑캐들로 하여금 도리어 중국의 옛 습속을 따르게 한 연후에야 비로소 천하에 홀로 강한 체할 것이어늘, 이제 온 천하의 인민들을 모두 욕된 구렁에 몰아넣고는 홀로 호령하되,

‘잠깐 너희들의 수치를 참으면 우리를 따라 강하게 될지어다.’

하나, 나는 그 ‘강하다’는 것이야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未必新市綠林之間。赤其眉黃其巾以自異也。假令愚民一脫其帽而抵之地。淸皇帝已坐失其天下矣。向之所以自恃而爲强者。乃反救亡之不暇也。其埋碑垂訓於後。豈非過歟。篇本無題。

굳이 의관 제도만으로 강함이 된다면, 저 신시(新市)ㆍ녹림(綠林)5) 사이에 그 눈썹을 붉게 물들이거나6) 또는 그 머리 수건을 노란 빛깔로 고쳐서7)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했던 도적놈8)이라야 되는 것은 아니리라. 가령 어리석은 인민들로 하여금 한번 일어나서 그들이 씌워 주었던 벙거지를 벗어서 땅에 팽개친다면, 청 황제(淸皇帝)는 벌써 천하를 앉은 자리에서 잃어버리게 될지니, 지난날 이를 믿고서 스스로 강하다고 뽐내던 것이 도리어 망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다면 그 빗돌을 새겨 묻어서 후세에 경계한 일이야말로 어찌 부질없는 짓이 아니리오. 

今取篇中有虎叱二字爲目。以竢中州之淸焉。

이 편은 애초엔 제목(題目)이 없으므로 이제 그 글 중에 ‘호질(虎叱)’이란 두 글자를 따서 제목을 삼아 두어 저 중원의 혼란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하였다.

註)

[주1]거협(胠篋)ㆍ도척(盜跖) : 모두 《장자》의 편명. 《남화경(南華經)》 외물편(外物篇)에 나오는 말.

[주2]옛날 …… 거야 : 《맹자》 만장편에 나오는 구절. 여기서 ‘어느 학자’란 맹자의 제자인 만장(萬章)을 말함.

[주3]소자(小子) : 연암이 스스로 자기를 낮추어서 한 말.

[주4]천정(天定) …… 설(說) : 《귀잠지(歸潛志)》에, “사람의 숫자가 많으면 하늘도 막아 낼 수 없고, 하늘이 정해 놓은 것은 사람이 어쩔 수 없다.” 하였다.

[주5]신시(新市)ㆍ녹림(綠林) : 이 둘은 모두 당시의 소위 유적(流賊)이 출몰하는 근거지.

[주6]눈썹을 …… 물들이거나 : 적미적(赤眉賊). 서한(西漢) 말년의 유적.

[주7]머리 …… 고쳐서 : 동한(東漢) 말기의 황건적(黃巾賊).

[주8]도적놈 : 옛날 지배 계급의 역사에서는, 정의를 들고 일어서서 항쟁하는 농민들은 모두 도적이라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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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삼종(剪燈三種) - kr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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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旣編輯古今怪奇之事, 以爲『剪燈錄』, 凡四十卷矣.1) 好事者每以近事相聞, 遠不出百年, 近止在數載,2) 襞積於中, 日新月盛, 習氣所溺, 欲罷不能, 乃援筆爲文以紀之. 其事皆可喜可悲, 可驚可怪者. 所惜筆路荒蕪, 詞源淺狹, 无嵬目鴻耳之論以發揚之爾. 旣成, 又自以爲涉於語怪, 近於誨淫,3) 藏之書笥, 不欲傳出. 客聞而求觀者衆, 不能盡却之, 則又自解曰:『詩』ㆍ『書』ㆍ『易』ㆍ『春秋』, 皆聖筆之所述作, 以爲萬世大經大法者也; 然而『易』言龍戰於野,4) 『書』載雉雊於鼎,5) 『國風』取淫奔之詩,6) 『春秋』紀亂賊之事,7) 是又不可執一論也.8) 今余此編, 雖於世敎民彛, 莫之或補, 而勸善懲惡, 哀窮悼屈, 其亦庶乎言者無罪, 聞者足以戒之一義云爾. 客以余言有理, 故書之卷首.
洪武十一年歲次戊午六月朔日山陽9)瞿佑書於吳山10)大隱堂.

1) 剪燈錄(전등록) : 구우가 『전등신화』에 앞서 『전등록』 40권을 편찬하였음은 1378년 본 서문을 쓰면서 처음 밝힌 사실이며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1421년 「重校剪燈新話後序」를 쓰면서도 재확인하고 있다. 앞서 밝힌 40권의 체제가 전집, 후집, 속집, 별집 등 총 4집으로 되었고 각 집마다 10권씩 들어 있는데 현행 『전등신화』와 마찬가지로 권당 5편씩의 작품이 들어 있다면 총 2백 편의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작자 자술 이외에 『전등록』의 존재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2) 작품의 소재가 작자가 살아온 원말명초의 혼란한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는 점을 작자 서문에서 스스로 강조하고 있으며 다른 서발문에서도 이 점은 강조된다. 명대 전기의 부흥은 송대 전기의 상투성을 탈피한, 이러한 시대정신의 구현으로부터 기인되었다고 하겠다.
3) 작품의 기괴함과 음란함은 당시 유가적 사상이 여전히 팽배했던 사회적 배경에서 문인들에게 자유롭지 못했던 문제였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언제나 소설작가들이 넘어야 할 하나의 장애물이었다.
4) 『周易』 坤卦 上六 爻辭에 ‘龍戰于野, 其血玄黃(용들이 들에서 싸운다. 그 흘린 피가 흥건하다)’이란 이러한 구절이 있다. 성인을 상징하는 용이 싸운다는 것은 괴이한 일일 수도 있다.
5) 『書經』 高宗肜日序에 ‘高宗祭成湯, 有飛雉升鼎耳而雊(고종이 성탕에게 제사를 지내려하는데 꿩이 솥귀에 올라앉아 울었다)’라고 하였다. 신성한 제사에 쓰이는 솥에 꿩이 앉아서 울었다는 것은 괴이한 일일 수도 있다.
6) 『詩經』 國風의 鄭風에는 남녀간의 애정을 다룬 이른바 淫奔詩가 다수 실려 있다. 敎化의 수단인 시경에 음분시가 실려 있다는 것은 괴이한 일일 수도 있다.
7) 『春秋』에는 亂賊之事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좌씨전』에 의하면, 衛나라의 州吁가 衛桓公을 죽인 일(隱公 4년). 宋督이 宋殤公을 죽인 일(桓公 2년). 晋나라 潘父가 晋昭侯를 죽인 일(桓公 2년). 鄭나라 高渠彌가 鄭昭公을 죽인 일(桓公 17년) 등이 있다.
8) 聖人의 저술인 경전의 경우에도 기괴함과 음란함이 부분적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전기소설의 창작의 당위성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9) 山陽(淮安)은 瞿佑의 조상이 대대로 살던 곳으로 그의 祖父시절에 이미 錢塘(杭州)으로 옮겨와 살았지만 여전히 貫籍을 山陽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전당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서로 전당 사람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또 만년에는 오랫동안 保安에서 귀양살이를 했는데 스스로 錢塘을 관적으로 쓰고 있다. 『전등신화』 판본 중에는 권두의 작자 서명에 山陽과 錢塘의 두 가지 貫籍이 사용된 각기 다른 계통의 판본이 있어 주목된다.
10) 吳山은 여러 곳에 그 이름이 나오지만 瞿佑가 거주했던 지역을 감안하면 절강성 杭州 서남쪽의 있는 오산을 지칭하는 듯 하다. 子胥祠가 있으므로 胥山이라고도 한다.

나는 전에 고금의 기괴한 일을 편집하여 『전등록(剪燈錄)』 40권을 엮은 바 있다. 호사가(好事家)들은 각자 최근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오래 되었다 해도 100년을 넘지 않고 근래의 것은 불과 수년 내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점점 쌓여 나날이 늘어나자 끝내는 습관이 되어 버려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서 결국은 붓을 들어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연들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놀랍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한 것들인데 안타깝게도 글재주가 형편없고 글의 깊이도 천박하여 이를 펼쳐내더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문장력을 발휘하는 작품이 없었다. 게다가 완성해놓고 보니 그 말이 기괴하고 또 음란하기까지 해서 책 상자 속에 감추어둔 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듣고 찾아와 보여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그들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를 변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시경』ㆍ『서경』ㆍ『주역』ㆍ『춘추』와 같은 책은 모두 성현이 서술한 바를 적은 것으로 만세에 전해지는 대경(大經)이자 대법(大法)이 되었다. 그런데도 『주역』에는 용이 들판에서 싸운 사건이 나와 있고 『서경』에는 꿩이 솥귀에 올라 앉아 운 사건을 기재하고 있으며 『국풍』에는 남녀가 사통하는 음분(淫奔)의 시를 뽑아놓았으며 『춘추』에는 난적(亂賊)의 일을 기재하고 있는 등 이런 것을 하나하나 예로 들기가 힘들다. 내가 지금 『전등신화』를 편찬한 것이 비록 세교(世敎)에 폐를 끼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혹 그렇지 않다면 권선징악과 가난하고 억울한 자를 애도하게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되니 이 역시 말하는 자는 죄가 없고 듣는 자는 족히 경계할 만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객이 나의 이 말을 듣고 모두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이에 책의 서두에 적어두는 바이다.
홍무 11년(1378), 무오년 유월 초하루, 산양(山陽)의 구우(瞿佑)가 오산(吳山) 대은당(大隱堂)에서 쓰다.

 

1. 구우(瞿佑)의 '전등신화서(剪燈新話序)'

  洪武十一年歲次戊午六月朔日,山陽瞿佑書於吳山大隱堂

2. 능운한(凌雲翰)의 전등신화서(剪燈新話序)'

  洪武三十年夏四月,錢塘凌雲翰

3. 오식(吳植)의 '전등신화인(剪燈新話引)'

  洪武十四年秋八月,吳植書於錢塘邑庠進德齋

4. 김면(金冕)의 '전등신화발(剪燈新話)'

5. 계형(桂衡)의 '전등신화시병서(剪燈新話詩幷序)

   洪武己巳六月六日,睦人桂衡書於紫薇深處

 

 

《序》[查看正文] [修改] [查看歷史]

1  序一
2  余既編輯古今怪奇之事。以為《剪燈錄》,凡四十卷矣。好事者每以近事相聞,遠不出百年,近止在數載,襞積於中,日新月盛,習氣所溺,欲罷不能,乃援筆為文以紀之。其事皆可喜可悲,可驚可怪者。所惜筆路荒蕪,詞源淺狹,無嵬目鴻耳之論以發揚之耳。既成,又自以為涉於語怪,近於海淫,藏之書笥,不欲傳出。客聞而求觀者眾,不能盡卻之,則又自解曰:「《詩》、《書》、《易》、《春秋》,皆聖筆之所述作,以為萬世大經大法者也;然而《易》言龍戰於野,《書》載雉雊於鼎,《國風》取淫奔之詩,《春秋》紀亂賊之事,是又不可執一論也。」今余此編,雖於世教民彞,莫之或補,而勸善懲惡,哀窮悼屈,其亦庶乎言者無罪,聞者足以戒之一義云爾。客以余言有理,故書之卷首。
3  洪武十一年歲次戊午六月朔日,山陽瞿佑書於吳山大隱堂
4  序二
5  昔陳鴻作《長恨傳》並《東城老父傳》,時人稱其史才,咸推許之。及觀牛憎孺之《幽怪錄》,劉斧之《青瑣集》,則又述奇紀異,其事之有無不必論,而其製作之體,則亦工矣。鄉友瞿宗吉氏著《剪燈新話》,無乃類是乎?宗吉之志確而勤,故其學也博,具才充而敏,故其文也贍。是編雖稗官之流,而勸善懲惡,動存鑒戒,不可謂無補於世。矧夫造意之奇,措詞之妙,粲然自成一家言,讀之使人喜而手舞足蹈,悲而掩卷墮淚者,蓋亦有之。自非好古博雅,工於文而審於事,曷能臻此哉!至於《秋香亭記》之作,則猶元稹之《鶯鶯傳》也,余將質之宗吉,不知果然否?
6  洪武三十年夏四月,錢塘凌雲翰序
7  序三
8  余觀宗吉先生《剪燈新話》,其詞則傳奇之流。其意則子氏之寓言也。宗吉家學淵源,博及群集,屢薦明經,母老不仕,得肆力於文學。余嘗接其論議,觀其著述,如開武庫,如遊寶坊,無非驚人之奇,希世之珍;是編特武庫、室坊中之一耳。然則觀是編者,於宗吉之學之博,尚有愆也。
9  洪武十四年秋八月,吳植書於錢塘邑庠進德齋
10  序四
11  余觀昌黎韓子作《毛穎傳》,柳子厚讀而奇之,謂若捕龍蛇,搏虎豹,急與之角,而力不敢暇;古之文人,其相推獎類若此。及子厚作《謫龍說》與《河間傳》等,後之人亦未聞有以妄且淫病子厚者,豈前輩所見,有不逮今耶?亦忠厚之志焉耳矣。余友瞿宗吉之為《剪燈新話》,其所志怪,有過於馬孺子所言,而淫則無若河間之甚者。而或者猶沾沾然置噱於其間,何俗之不古也如是!蓋宗吉以褒善貶惡之學,訓導之間,游其耳目於詞翰之場,聞見既多,積累益富。恐其久而記憶之或忘也,故取其事之尤可以感發、可以懲創者,匯次成編,藏之篋笥,以自恰悅,此宗吉之志也。余下敏,則既不知其是,亦不知其非,不知何者為可取,何者為可譏。伏而觀之,但見其有文、有詩、有歇、有詞、有可喜、有可悲、有可駭、有可嗤。信宗吉於文學而又有餘力於他著者也。宗吉索余題,故為賦古體一首以復之云。
12  山陽才人疇與侶?開口為今闔為古!
13  春以桃花染性情,秋將桂子薰言語。
14  感離撫遇心怦怦,道是無憑還有憑。
15  沉沉帳底晝吹笛。煦煦窗前宵剪燈。
16  倏而晴兮忽而雨,悲欲啼兮喜欲舞,
17  玉蕭倚月吹鳳凰,金柵和煙鎖鸚鵡。
18  造化有跡屍者誰?一念才蔭方寸移,
19  善善惡惡苟無失,怪怪奇奇將有之。
20  丈夫未達虎為狗,濯足滄浪泥數斗,
21  氣寒骨聳錚有聲,脫幘目光如電走。
22  道人青蛇天動搖,下斬尋常花月妖,
23  茫茫塵海漚萬點,落落雲松酒半瓢。
24  世間萬事幻泡耳,往往有情能不死,
25  十二巫山誰道深,雲母屏鳳薄如紙。
26  鶯鶯宅前芳享述,燕燕樓中明月低,
27  從來松柏有孤操,不獨鴛鴦能並棲。
28  久在錢塘江上住,厭見潮來又潮去,
29  燕子銜春幾度回?斷夢殘魂落何處?
30  還君此編長嘯歌,便欲酌以金叵羅,
31  醉來呼枕睡一覺,高車駟馬游南柯。
32  洪武己巳六月六日,睦人桂衡書於紫薇深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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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신화

구우는 원말명초의 학자로 자를 종길, 호를 존재라 한다. 절강성 전당(지금의 중국 항주) 출신으로 학식도 풍부하고 문필에도 능하여 14세 때 이미 문명을 사방에 떨쳐 당시 대 문장가였던 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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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포스트 pp.5-11에 서문 발문을 탑재함.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1
1. 광명(廣明) 2년(881년, 신라 헌강왕 7년) 7월 8일,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개(某: 고변(高騈)을 일컬음)는 황소(黃巢)에게 알리는 바이다.

廣明二年七月八日。諸道都統檢校太尉某。告黃巢。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는 황소(黃巢)에게 알린다.
 
2
대범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는 것이요,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백 년(百年)의 생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萬事)는 마음이 주장된 것이매,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3
이제 내가 왕사(王師)를 거느리고 정벌(征伐)은 있으나 싸움은 없는 것이요, 군정(軍政)은 은덕을 앞세우고 베어 죽이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상경(上京)을 회복하고 큰 신의(信義)를 펴려 함에 공경하게 임금의 명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부수려 한다. 또 네가 본시 먼 시골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강상(綱常)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로 되었으니, 반드시 크게 패하여 망할 것이다.
 
4
아, 요순(堯舜) 때로부터 내려오면서 묘(苗)나 호(扈)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 양심 없는 무리와 불의불충(不義不忠)한 너 같은 무리의 하는 짓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나. 먼 옛적에 유요(劉曜)와 왕돈(王敦)이가 진(晉)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운 시대에는 녹산(祿山)과 주자(朱泚)가 황가(皇家, 당나라)를 향하여 개가 짖는 듯하였다. 그것들은 모두 손에 강성한 병권도 잡았고, 또는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었다.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달리듯 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나 연기처럼 깜깜하게 막히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에는 더러운 종자들이 섬멸되었다. 햇빛이 활짝 펴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져서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없애고 마는 것이다.
 
5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것으로 태어났고, 농민으로 일어나서 불을 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 하며, 살상(殺傷)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될 조그마한 착함은 없었으니,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땅 가운데 귀신까지 가만히 베어 죽이려고 의론하리라.
 
6
비록 잠깐 동안 숨이 붙어 있으나, 벌써 정신이 죽었고, 넋이 빠졌으리라. 대범 사람의 일이란 것은 제가 저를 아는 것이 제일이다. 내가 헛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살펴 들으라.
 
7
요즈음 우리 국가에서 덕이 깊어 더러운 것도 참아주고 은혜가 중하여 결점을 따지지 아니하여 너에게 장령(將領)으로 임명하고 너에게 지방 병권(兵權)을 주었거늘 너는 오히려 짐새[鴆]와 같은 독심만을 품고 올빼미의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개[犬]가 주인에게 짖는 듯하여 필경에는 몸이 임금의 덕화를 등지고 군사가 궁궐에까지 몰려들어 공후(公侯)들은 위태로운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8
너는 일찍 덕의(德義)에 돌아올 줄을 알지 못하고 다만 완악하고 흉악한 짓만 늘어간다. 이에 임금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가 있었는데,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다. 반드시 얼마 아니면 죽고 망하게 될 것이니,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아니하는가. 하물며 주(周)나라 솥[鼎]은 물어볼 것이 아니요, 한(漢)나라 궁궐이 어찌 너 같은 자가 머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마침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9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 동안을 채우지 못한다.” 하였으니 천지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
 
10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春秋傳)》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깐 나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악함을 쌓게 하여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하였다.
 
11
이제 너는 간사한 것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앙화[禍]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한 것으로 스스로 편케 여기고 미혹하여 뉘우칠 줄 모르니, 옛말에 이른바 제비가 막(幕) 위에다 집을 지어 놓고 불이 막을 태우는데도 방자히 날아드는 거나 물고기가 솥[鼎] 속에서 너울거린들 바로 삶아 데인 꼴을 보는 격이다.
 
12
나는 웅장한 군략(軍略)을 가지고 여러 군대를 모았으니, 날랜 장수는 구름 같이 날아들고 용맹스런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 들어 높고 큰 깃발은 초새(楚塞)의 바람을 에워싸고 군함은 오강(吳江)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13
진(晉)나라 도태위(陶太尉)는 적을 부수는데 날래었고, 수(隋)나라 양소(楊素)는 엄숙함이 신(神)이라 일컬었다.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萬里)에 횡행(橫行)하였다. 맹렬한 불이 기러기 털을 태우는 것과 같고 태산(泰山)을 높이 들어 참새알을 눌러 깨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14
서늘바람 나는 가을에 강에 물귀신이 우리 군사를 맞이한다. 서풍이 불어 숙살(肅殺)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답답한 기운을 상쾌하게 하여 준다. 파도도 일지 않고 도로도 통하였으니, 석두성(石頭城)에서 뱃줄을 푸니 손권(孫權)이 뒤에서 호위하고 현산(峴山)에 돛을 내리니 두예(杜預)가 앞장선다. 경도(京都)를 수복하는 것이 열흘이나 한 달 동안이면 기필할 수 있을 것이다.
 
15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임을 싫어하는 것은 상제(上帝)의 깊으신 인자(仁慈)함이요, 법을 굴하여 은혜를 펴려는 것은 큰 조정의 어진 제도다. 나라의 도적을 정복하는 이는 사사로운 분(忿)을 생각지 않는 것이요, 어둔 길에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하여 주어야 한다.
 
16
나의 한 장 편지로써 너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다급한 것을 풀어주려는 것이니, 고집을 하지 말고 일의 기회를 잘 알아서 스스로 계책을 잘하여 허물을 짓다가도 고치라.
 
17
만일 땅을 떼어 봉해 줌을 원한다면, 나라를 세우고 집을 계승하여 몸과 머리가 두 동강으로 되는 것을 면하며, 공명(功名)의 높음을 얻을 것이다. 겉으로 한 도당(徒黨)의 말을 믿지 말고 영화로움을 후손에까지 전할 것이다. 이는 아녀자(兒女子)의 알 바가 아니라, 실로 대장부의 일인 것이다. 일찍이 회보(回報)하여 의심 둘 것 없느니라. 나의 명령은 천자를 머리에 이고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여 반드시 말이 떨어지면 그대로 하는 것이요, 원망만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18
만일 미쳐 덤비는 도당에 견제(牽制)되어 취한 잠이 깨지 못하고 여전히 당랑(螳螂)이 수레바퀴를 항거하기를 고집한다면, 그때는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사로 한 번 휘둘러 없애버릴 것이니, 까마귀처럼 모여 소리개 같이 덤비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갈 것이다. 몸은 도끼에 기름 바르게 될 것이요, 뼈는 융거(戎車, 군용차(軍用車)) 밑에 가루가 되며, 처자도 잡혀 죽으려니와 종족들도 베임을 당할 것이다.
 
19
생각하건대, 동탁(董卓)의 배를 불로 태울 때에 반드시 후회하여도 때는 늦으리라.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잘된 일인가 못된 일인가 분별하라. 배반하여 멸망되기보다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됨과 같으랴.
 
20
다만 바라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라. 장사(壯士)의 하는 짓을 택하여 갑자기 변할 것을 결정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으로 여우처럼 의심만 하지 말라.
 

 

21
아무는 알린다.
 
 
 
 
 

최치원의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1 국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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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명(廣明) 2년(881년, 신라 헌강왕 7년) 7월 8일,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개(某: 고변(高騈)을 일컬음)는 황소(黃巢)에게 알리는 바이다.

廣明二年七月八日。諸道都統檢校太尉某。告黃巢。

대저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닦는 것을 도(道)라 하고,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슬기로운 자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백년(百年)의 생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萬事)는 마음이 주장된 것이매,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 옳고 그름을 판별치 못하는가?)


夫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智者成之於順時。愚者敗之於逆理。然則雖百年繫命。生死難期。而萬事主心。是非可辨。

이 글의 서문에 해당하는 첫 부분은,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에 대한 구분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먼저 첫 번째 부분인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이란 대목은 북제(北齊)시대 유주(劉晝)의 <신론(新論).명권(明權)>에 나오는 “이치를 쫒아 떳떳함을 지키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循理守常曰道,臨危制變曰權。)”는 구절을 약간 고쳐 인용한 것입니다.

이 문장에서 나오는 ‘권(權)’이란 개념은 <맹자(孟子). 이루장(離婁章)>에서 나오는 것으로,제(齊)나라 변설가인 순우곤(淳于髡)이 “남녀가 유별한 데, 제수나 형수가 물에 빠지면 어찌해야 합니까?”란 질문에 맹자가 “남자와 여자가 손을 닿지 않는 것은 예이고, 형수나 제수가 물에 빠지면 손으로 끌어내는 것은 권(權)입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됩니다.

이때 맹자가 대답한 권(權)은 ‘저울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저울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위치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해야 하는 행동원리’를 가리킵니다.즉 이 세상에 절대의 원칙은 없는 것이며, 그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최선의 행동원리를 취하는 것 또한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다음 문장인 ‘슬기로운 자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게 되고,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게 되는 것이다(智者成之於順時。愚者敗之於逆理。)’는 <후한서(後漢書)‧주부전(朱浮傳)>에 나오는 ‘슬기로운 자는 세력에 순응하여 일을 도모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러 행동한다(智者順勢而謀, 愚者逆理而動)’는 구절을 또한 변형하여 표현 한 구절입니다.

이어서, 최치원은 ‘살고 죽는 것은 비록 알 수 없으나,옳고 그른 것은 알 수 있는 법, (그대는 어찌 옳고 그름을 판별치 못하는 가?)’라고 일침을 가하며 서문을 마치고 있습니다.황소격문(討黃巢檄文)>의 서문에 이어,이어지는 본문 내용입니다.


2. 지금 나는 황제가 내려 준 군대를 거느리고 역적을 정벌(征伐)하려는 것이지,너와 같은 역적을 상대로 싸우려는(戰爭) 것이 아니다. 군정(軍政)은 은덕을 앞세우고 베어 죽이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인즉,(토벌을 하기에 앞서 한 번 더 은혜로써 회유하여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앞으로 장안(長安)을 회복하여 큰 신의(信義)를 펴려 하는 것이며, 공경하게 황제의 명을 받들어서 백성을 편안케 하고 간사한 꾀를 막으려 하는 것이지, (너희와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軍政則先惠後誅。將期剋復上京。固且敷陳大信。敬承嘉諭。用戢奸謀。

본문 문장의 첫머리를 최치원은 전쟁의 명분을 내세우며 시작하고 있습니다.먼저, 그는 ‘정벌(征伐)’과 ‘전쟁(戰爭)’의 개념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서경(書經). 윤정(允征)>편에, ‘정벌(征伐)이란, 황제의 말씀을 받들어 죄인을 징벌하는 것이다(奉辭伐罪曰征)’라고 풀이하였다.
 
 
 
 

최치원의 천하명문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2

한주동안몽골을여행하고돌아왔습니다.여러가지를배우고왔습니다만,한문과관련하여서는제가평소품고있었던골치아픈점이한가지해소되는계기가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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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또 네가 본시 먼 시골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상규(常規)를 어지럽히더니,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품고, 황제의 자리를 넘보면서,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았고, 반드시 크게 패하여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且汝素是遐甿。驟爲勍敵。偶因乘勢。輒敢亂常。遂乃包藏禍心。竊弄神器。侵凌城闕。穢黷宮闈。旣當罪極滔天。必見敗深塗地。

이 문장에서 최치원은 황소(黃巢)의 출신을 거론하며 이미 지은 죄가 지극히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첫 번째 단어는 ‘하맹(遐甿)’인데, ‘멀다’는 뜻의 ‘하(遐)’와 ‘무지한 백성’이란 훈의 ‘맹(甿)’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즉, ‘먼 시골의 무지랭이 백성’이란 뜻인데,당(唐)나라 어소(於邵: AD 713~793)란 문인이 <唐檢校右散騎常侍容州刺史李公去思頌序>란 공덕을 기리는 글에서 ‘백성에게 베푼 이익의 혜택이 먼 땅(裔土)까지 미치고, 도(道)에 의한 교화가 시골의 무지렁이 백성(遐甿)들까지 미쳤다(利澤施於裔土,美化被乎遐甿。)’라는 글에서 처음 사용되었던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 다음 눈여겨 볼 단어는 ‘경적(勍敵)’입니다.‘강적(強敵)’이란 뜻의 단어인데, <좌전(左傳)>의 희공22년에 나오는 단어로, ‘宋襄之仁(송양지인)’으로 유명한 고사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송(宋)나라 양공(襄公)은 초(楚)나라와 싸움이 일어났을 때 아들 목이(目夷)가 초나라의 허점을 공격하자고 하였습니다.
“적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를 타서 공격을 가하면 적은 수로 많은 적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건 정정당당한 싸움이 될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참다운 패자(覇者)가 될 수 있겠는가?”

초나라 군사가 진을 벌리고 있을 때 또 목이가 말하길,
“적이 진을 미처 다 벌이기 전에 이를 치면 적을 혼란에 빠뜨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양공이 대답하길,
“군자는 사람이 어려운 때 괴롭히지 않는다” 하고 말을 듣지 않다가, 결국 송나라는 크게 패합니다.

이후 스스로를 변명하길,
“과인이 비록 망국의 후손이나 대열을 정비하지 못한 적군에게 진격의 북을 칠수가 없었노라”라고 하자, 신하인 자어(子魚)가 대답하길,
“임금께서는 전쟁을 모르십니다.강한 적(勍敵)이 험한 곳에서 대열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이니 이렇게 막혔을 때 북을 쳐서 진격하는 것이 어찌 가하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君未知戰,勍敵之人隘而不列,天贊我也。阻而鼓之,不亦可乎?)”라고 하는데,여기에서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경적(勍敵)’입니다.

그 다음은 ‘난상(亂常)’이란 단어입니다.‘상규(常規)를 어지럽히다’란 뜻인데, <사기(史記) 원앙조조열전(袁盎晁錯列傳論)>에 나오는 단어로,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을 없애고 세상의 변치 않는 상규(常規)를 어지럽히면, 죽지 않으면 망하는 법입니다(變古亂常,不死則亡)’라고 진언한 내용 중 나오는 단어입니다.

그 다음은 ‘하늘에 닿는다’란 의미의 ‘도천(滔天)’이란 단어인데,<서경(書經).요전(堯典)>에 ‘말은 잘하나 행동은 위배되고, 외양은 공손하나 마음은 오만하기가 하늘에 닿는다(靜言庸違,象恭滔天)’라고 요(堯)임금이 공공(共工)이란 사람을 평할 때 사용된 단어입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단어는 ‘패심도지(敗深塗地)’입니다.이 단어는 <사기(史記)> 〈고조본기(高祖本記)〉에 나오는 ‘일패도지(一敗塗地)’, 즉 ‘항우와의 싸움은 워낙 중요해서 한 번이라도 싸움에 패하면 땅에 떨어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의미의 단어인데,이것을 최치원이 살짝 바꾸어 표현한 것입니다.

비록 한 구절의 표현인데도,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가 장중하고도 적절한 전고(典故)를 가지고 있는 명문입니다.

4.
噫。唐虞已降。苗扈弗賓。無良無賴之徒。不義不忠之輩。爾曹所作。何代而無。
아! 요순(堯舜)시대 이래로 묘족(苗族: 동정호 주변 남방에서 활동한 고대민족)이나 호족(扈族: 협서성(陝西省) 호현(戶縣) 북쪽에 위치했던 고대국가)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양심 없는 무리와 불의불충(不義不忠)한 너희 같은 무리의 하는 짓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나.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近則有祿山,朱泚吠噪皇家。
 
먼 옛적에 유요(劉曜: 오호십육국시대 전조(前趙)의 5대 황제)와 왕돈(王敦: 동진(東晉)의 건국공신. 이후 난을 일으킴)이가 진(晉)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운 시대에는 안녹산(安祿山: 당 현종시대 안녹산의 난을 일으킴)과 주자(朱泚: 당나라 덕종시대 난을 일으킴)가 황가(皇家, 당나라)를 향하여 개가 짖는 듯하였다.
 
 
彼皆或手握強兵。或身居重任。叱吒則雷奔電走。喧呼則霧塞煙橫。然猶暫逞奸圖。終殲醜類。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兵權)을 쥐었고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畢竟)에는 더러운 씨조차 섬멸(殲滅)을 당하였다.
 
 
日輪闊輾。豈縱妖氛。天網高懸。必除兇族。
 
햇빛이 활짝 펴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져서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없애고 마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는 요순(堯舜)시대 이래 이런 저런 여러 반란들이 있어왔지만 종국에는 비참한 결말을 면치 못하였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먼저, ‘당우(唐虞)’란 단어는 요순(堯舜)을 의미합니다.요(堯)임금께서 당(唐)이라는 곳에서 봉(封)함을 받은 데서 ‘당요(唐堯)’라 불리고, 순(舜)임금께서는 조상이 우(虞, 산서 우향)땅에 살았기 때문에 ‘우순(虞舜)’이라 불리므로, 요순(堯舜)이란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휘(諱)하여 일반적으로 중국문헌상 ‘당우(唐虞)’라 자주 표현됩니다.

다음 이어지는 문장은 최치원의 문필력이 돋보이는 구절입니다.‘唐虞已降(당우이강) 苗扈弗賓(묘호불빈)’, 이 문장을 우리가 쉽게 알수 있게 바꾼다면 ‘唐虞已來(당우이래) 苗扈不服(묘호불복)’, 즉 ‘요순시대 이래로, 묘족및 호족등 따위가 복종하지 않았다’는 뜻인데,‘已來(이래)’를 ‘已降(이강)’으로 바꾸고 ‘不服(불복)’을 ‘弗賓(불빈)’으로 바꾸므로서 문장의 격을 한차원 높여 놓았습니다.

‘빈(賓)’은 보통 ‘객(客)’을 나타내지만, <이아(爾雅). 석고(釋詁)>에 의하면 ‘복종한다’는 ‘복(服)’의 의미가 있습니다. <신서(新序)>란 글에, ‘선왕께서 예를 갖추어 지휘하니, 사해(四海)가 복종하는 까닭은 성덕(誠德)의 지극함이 밖으로 드러남입니다(先王所以拱揖指揮,而四海賓者,誠德之至已形于外)’등이 그 용례인데, 최치원은 이러한 드문 용법을 사용하여 문장의 격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다음 주목할 단어는 ‘이조소작(爾曹所作) 하이무대(何代而無)’,즉 ‘너희 같은 무리의 하는 짓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나?’라는 문장 중 나타나는 ‘이조(爾曹: 너희 무리들)’이란 단어입니다.<후한서(後漢書).조희전(趙憙傳)>에 ‘너희 무리들이 만약 건강하다면, 먼곳으로 피해야 할 것이다(爾曹若健,遠相避也)’라고 이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데, 이후 이 단어는 최치원의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에 이어,아래와 같이 두보(杜甫)의 <戲爲六絕句>의 두 번째 시등에서 나타납니다.

王楊盧駱當時體
(왕양노락당시체) 초당사걸(왕발, 양형, 노조린, 낙빈왕) 시인들이 쓰던 시체를,

輕薄爲文哂未休
(경박위문신미휴) 경박한 글이라 비웃기를 그치지 않네.

爾曹身與名俱滅
(이조신여명구멸) (비웃는) 너희들은 몸과 이름 다 없어지나,

不廢江河萬古流
(불폐강하만고류) (그들의 이름과 문장은) 강물이 그치지 않듯 만고에 흐름을 그치지 않으리.

그 다음, ‘기유(覬覦)’란 단어는 ‘분수에 넘치는 야심으로 기회를 노리고 엿봄’이란 뜻으로,<좌전(左傳)>및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단어를 전고(典故)하였으며, ‘폐조(吠噪)’란 단어는 최치원이 만든 조어(造語)로서, ‘개가 짓는다’는 뜻의 ‘폐(吠)’와 ‘벌레가 시끄럽게 한다’는 뜻의 ‘조(噪)’를 붙여서 만든 단어입니다.

마지막으로, ‘천망(天網)’은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커서, 엉성하게 보여도 놓치는 게 없다)’이라는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73장의 단어입니다.
이 유명한 문장은 이후, 삼국지의 <위서(魏書).임성왕전(任城王傳)>에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疏而不漏: 하늘의 그물은 크고 커서, 엉성하게 보여도 새는 게 없다)’라고도 바꾸어 표현되는데,최치원은 바로 이 단어를 사용하여 ‘천망고현 필제흉족(天網高懸 必除兇族: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지니, 흉한 족속들은 반드시 없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표현하여 그 필연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하태형/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경제학 박사(뉴욕주립대)/고전(古典) 칼럼니스트>
 
 
 
 

국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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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況汝出自閭閻之末。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有大愆可以擢髮。無小善可以贖身。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抑亦地中之鬼已議陰誅。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것으로 태어났고, 농민으로 일어나서 불을 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계책이라 여기며,
살상(殺傷)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될 조그마한 착함도 없었으니,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땅 가운데 귀신까지 이미 너를 베어 죽이려고 의론하리라!


縱饒假氣遊魂。早合亡神奪魄。
凡爲人事。莫若自知。吾不妄言。汝須審聽。

설령 숨이 붙어있다 해도 혼(魂)은 이미 나갔고, 벌써 정신이 죽고 넋이 빠졌으리라.
대저 사람의 일이란 제 스스로 아는 것 만한 것이 없다. 내가 헛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살펴 들으라.




이어지는 문장은, 황소(黃巢)가 침상에 누워 읽다가 놀라서 굴러 떨어졌다는 다소 미신적인 설화(說話)의 대상이 되는 바로 그 대목입니다.

먼저 최치원은 황소(黃巢)의 신분이 ‘여염지말(閭閻之末)’, 즉 소금장사를 하였으므로 평민 가운데서도 가장 천하고, ‘농묘지간(隴畝之間)’, 즉 논두렁(隴)과 밭이랑(畝)사이에서 농사를 짓던 신분임을 다시 환기시킵니다. 여기서, ‘여염(閭閻)’이란 단어는 오늘날에도 쓰이는 단어로서,본래의 의미는 ‘여(閭)’는 ‘마을의 문(里門)’이고, ‘염(閻)’은 ‘마을의 중문(里中門)’을 나타내어서, 평민이 살던 곳, 즉 ‘평민’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천한 신분출신이, ‘분겁(焚劫: 집을 불태우고 재산을 빼앗는 일)’을 좋은 계책이라 여기며(以焚劫爲良謀), 함부로 ‘살상(殺傷)’하는 일을 최우선 임무로 생각하고(以殺傷爲急務), ‘대연(大愆: 큰 죄)’이 ‘탁발(擢髮: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뽑는다는 말로 지극히 많음을 의미)’처럼 많으며(有大愆可以擢髮), ‘속신(贖身)’, 즉 속죄할 조그만 착함도 없었다(無小善可以贖身)라고 황소(黃巢)의 그간의 행적을 논죄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속신(贖身)’이란 단어중 ‘속(贖)’의 의미는 ‘몸값을 받고 노비의 신분을 풀어 주어서 양민이 되게 하던 일’을 뜻하는데, 오늘날까지 ‘속량(贖良)’, ‘대속(代贖)’등 기독교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단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천한 신분에 온갖 나쁜 짓만 일삼으니,‘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 ‘아마도 땅 가운데 귀신까지 이미 너를 베어 죽이려고 의론하리라!(抑亦地中之鬼已議陰誅)’라고 질타합니다.황소(黃巢)가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대목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이 문장중 ‘불유(不唯)’는 ‘비단 ~그 뿐만이 아니라’란 의미의 부사이며, ‘억역(抑亦)’이란 단어 또한 추측을 나타내는 부사어로서, ‘혹시, 아마도, 혹은’등으로 해석합니다. ‘현륙(顯戮)’이란 단어는 ‘죄인을 죽여서 그 시체를 여러 사람에게 보이던 일’을 뜻합니다.

이어지는 문장은 ‘縱饒假氣遊魂(종요가기유혼)’입니다.먼저, ‘종요(縱饒)’란 단어는 ‘설령~할지라도’란 뜻의 부사어인데, ‘종령(縱令)’,또는 ‘가령(假令)’, ‘가사(假使)’등과 같이 쓰이는 단어입니다.그 다음 ‘가기유혼(假氣遊魂)’이란 표현인데, 문장은 위(魏) 명제(明帝) 조예(曹叡: 위나라(魏)의 초대 황제인 세조(世祖) 조비(曹丕)의 장남이며, 위나라의 제2대 황제)의 <선재행(善哉行)>이란 시에서 처음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

備則亡虜。(아무리 전쟁을) 준비하여도 도망다니는 포로의 신세가 되니,
假氣遊魂。숨이 붙어있다 해도 혼(魂)은 이미 나갔고,
魚鳥為伍。물고기와 새만이 뒤를 따르며,
虎臣列將。산짐승만이 호위하는 신세가 된즉,
怫鬱充怒。분노가 가득하여 가슴이 터질 것 같다네.

따라서, ‘황소(黃巢), 너는 설령 숨이 붙어있다 해도 혼(魂)은 이미 나갔고(縱饒假氣遊魂)’,또한 ‘벌써 정신이 죽고 넋이 빠진 것과 같다(合) (早合亡神奪魄)’, 즉 이미 죽은 목숨과 진배없다는 무시무시한 표현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문장, ‘범위인사(凡爲人事) 막약자지(莫若自知)’,즉 ‘대저 사람의 일이란 제 스스로 아는 것 만한 것이 없다.’란 표현은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59장, ‘치인사천(治人事天) 막약색(莫若嗇)’,즉 ‘백성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김에는 아끼는 것 만한 것이 없다’란 구절을 원용한 표현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치원은 ‘내가 헛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너는 모름지기 살펴 들으라(吾不妄言 汝須審聽)’라고 이 문단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6. 比者我國家德深含垢。恩重棄瑕。授爾節旄。寄爾方鎭。爾猶自懷鴆毒。不斂梟聲。動則齧人。行唯吠主。乃至身負玄化。兵纏紫微。公侯則犇竄危途。警蹕則巡遊遠地。

요즈음 우리 국가에서 덕이 깊어 더러운 것도 참아주고, 은혜가 중하여 결점을 따지지 아니하여, 너에게 벼슬을 주고, 또한 너에게 지방 병권(兵權)을 주었거늘 너는 오히려 짐새[鴆]와 같은 독심만을 품고, 올빼미의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개(犬)가 주인에게 짖는 듯하여, 필경에는 몸이 임금의 덕화를 등지고, 군사가 궁궐에까지 몰려들어, 공후(公侯)들은 달아나거나 숨어서 위험한 여정을 겪게 되고, 황제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

이 문장에서는, 당나라 조정이 황소(黃巢)의 세력이 강해짐에 따라 그에게 벼슬을 주어 회유하려 했다는 사실이 나타납니다.

첫문장은 ‘근자(近者)’란 의미와 같은 ‘비자(比者)’란 단어로 시작합니다.이 ‘비(比)’란 글자가 ‘근래’란 의미로 사용되는 용례는 <진서(陳書)>나 <여씨춘추(吕氏春秋)>에 나타나고 있는데,사소한 단어 하나하나도 주의깊게 골라 사용하므로서 문장의 격을 높이려는 최치원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어서, ‘당나라 조정이 덕이 깊어(德深), 더러운 것도 참아주고(含垢),은혜가 중하여(恩重), 결점을 따지지 않아서(棄瑕), 벼슬을 주고(授爾節旄), 지방의 병권을 맡겼다(寄爾方鎭)’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여기서 사용된, ‘함구(含垢)’란 단어는 요즘도 흔히 쓰이는 ‘함구(緘口)’란 단어와 우리말 발음은 같으나 의미는 다른 단어인데, ‘더러운 때(垢) 같은 허물도 참고 포용한다’란 의미의 단어로,<좌전(左傳). 선공15년(宣公十五年)>에 나오는 단어를 용전(用典)한 것이며, 또 ‘기하(棄瑕)’란 단어는 ‘허물(瑕)을 물리치다’란 의미의 <구당서(舊唐書).문원집(文苑傳)>상의 표현을 전고(典故)한 것입니다.

‘절모(節旄)’란, 천자가 임명의 표적으로서 출정하는 장군이나 사절(使節)에게 주던 기(旗)를 의미하며, ‘방진(方鎭)’은 당나라때 주(州)의 상급기관으로 군사상 중요지역에 설치한 행정구역을 뜻합니다.

이어지는 문장은, “이러한 당나라 왕실의 은혜에도 불구하고 황소(黃巢),너는 ‘짐독(鴆毒)’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 소리(梟聲)’를 거두지 않아,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動則齧人),하는 짓이 개(犬)가 주인에게 짖는 듯하다(行唯吠主)”라고 하여, 황소(黃巢)를 견자(犬子)에 비유하는 최대의 모욕적 언사를 구사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짐독(鴆毒)’의 ‘짐(鴆)’은 중국에 살고 있는 독조(毒鳥)를 말하는데,그 깃으로 술을 담그면 독주(毒酒)가 되어 마시면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어지는 ‘올빼미의 소리를 거두지 아니한다(不斂梟聲)’란 표현은, ‘왜 하필 올빼미 소리인가?’라는 의문이 들수 있는데,바로 다음의 고사를 인용한 것입니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의하면,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노침대(露寢臺)란 궁궐을 짓고도 출입하지 않았다 합니다
 
 
 
 
 
 

최치원의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당나라 말기인 당 희종(僖宗: 873~888)이 즉위한 이듬해인 875년,유명한 황소(黃巢)의 난(875~884)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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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崔致遠) - 부산역사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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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고운(孤雲) 또는 해운(海雲). 아버지는 숭복사의 전신인 곡사(鵠寺)의 중창 사업에 참여한 최견일(崔肩逸)이고, 형은 해인사 승려 현준(賢俊)이다. 당제(堂弟)는 헌강왕(憲康王) 대 견당 사절단의 녹사(錄事)였던 최서원(崔栖遠)이다.

최치원(崔致遠)[856~?]은 경주 사량부(沙梁部)에서 태어나 12살 때인 경문왕 8년(868) 당나라에 유학하여 국자감(國子監)에서 공부하였다. 18세 때인 874년 외국인 대상의 과거 시험인 빈공과(賓貢科)에 급제하여 선주(宣州) 율수현(溧水縣)[지금의 강소성 율수현]의 현위(縣尉)가 되었다. 황소(黃巢)의 난[875~884]이 일어나자 회남 절도사 고병(高騈)의 종사관으로 나가 「격황소서(檄黃巢書)」[토황소 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다.

29세 때인 헌강왕 11년(885) 귀국하여 시독 겸 한림학사 수병부시랑 지서서 감사(侍讀兼翰林學士守兵部侍郎知瑞書監事) 벼슬을 받았다. 하지만 왕실 귀족들의 경계와 질시로 중앙 관직에서 물러나 대산군(大山郡)[지금의 전라북도 정읍시], 천령군(天嶺郡)[지금의 경상남도 함양군], 부성군(富城郡)[지금의 충청남도 서산시] 태수 등 외직을 전전하다가 하정사(賀正使)로서 당나라에 한 차례 다녀왔다. 진성 여왕 8년(894) 어지러운 정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임금에게 「시무 10조(時務十條)」를 올려 채택되고, 아찬 관직을 받았으나 나라 안팎의 사정으로 개혁이 무산되었다.

최치원은 당에서 익힌 학술과 식견을 바탕으로 큰 뜻을 펼치려 했으나 번번이 좌절되자, 만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전국의 산천을 노닐며 책 읽고 시 짓는 일로 소일하였다. 최치원이 전국을 방랑할 때 부산의 바닷가에 잠시 머물렀는데, 이때 동백섬 인근 바위에 자신의 자(字)를 따서 ‘海雲臺’라는 글씨를 새겼다. 해운대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당나라 국자감에서 공부하여 유학과 사장학(詞章學)에 뛰어났고, 불교와 도교, 풍수지리설에도 이해가 깊었다. 최치원이 지은 책은 『계원필경(桂苑筆耕)』, 『중산 복궤집(中山覆簣集)』, 『금체시(今體詩)』, 『오언 칠언 금체시(五言七言今體詩)』, 『잡시부(雜詩賦)』, 『사륙집(四六集)』, 『제왕 연대력(帝王年代曆)』, 『부석존자전(浮石尊者傳)』, 『법장 화상전(法藏和尙傳)』, 『석이정전(釋利貞傳)』, 『석순응전(釋順應傳)』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사산비명(四山碑銘)으로 불리는 「성주사 낭혜 화상 백월보광탑비(聖住寺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 「쌍계사 진감 선사 대공영탑비(雙磎寺眞鑑禪師大空塔碑)」, 「초월산 대숭복사비(有唐新羅國初月山大崇福寺碑)」, 「봉암사 지증 대사 적조탑비(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 등의 글씨도 최치원이 썼다. 이 가운데 『계원필경』과 『법장 화상전』, 사산비명의 내용만이 온전하게 전해지고 있다.

고려 현종 14년(1022)에 문창후(文昌侯)라는 시호를 받았고, 국자감과 향교의 문묘에 배향되었다. 부산에서는 동래 향교에서 배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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